[사망보험금 7.] 피보험자가 차량운전 중 호수에 추락하여 사망한 사례에서 우연한 사고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한 사례

(대전지방법원 2021. 8. 18. 선고 2019가단123974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F(이하 ‘망인’)는 2008. 5. 26. 피고와 사이에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를 망인, 사망수익자를 딸인 D, 상해사고로 사망시 1억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함.

 

 

망인은 2019. 3. 12.경 사망시 수익자를 D에서 사실혼 관계에 있는 A로 변경함.

 

 

망인은 2019. 5. 10. 12:09경 투싼 승용차를 운전하여 대전 대덕구 갈전동 산27-4에 있는 도로를 대전 대덕구 삼정동 삼거리 방향에서 대전 동구 효평동 방향으로 편도 1차로를 주행하던 중 차로를 이탈하여 중앙선을 넘어 대청호수로 추락(이하 ‘이 사건 사고’)하여 사망함.

 

 

망인에 대한 부검결과 직접사인은 익사였음.

 

 

이 사건 사고 현장은 편도 1차로의 도로로 왼쪽으로 굽어지는 도로가 끝나고 직선으로 이어지는 도로이고, 사고 차량 진행방향 우측에는 산이 있고, 좌측에는 노상을 벗어나 약 31미터의 내리막 비탈길로 이어지고 대청호수가 있으며, 차량이 대청호수에 빠져 있는 상태로 발견되었음.

 

 

견인된 망인의 차량에는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메모리카드를 발견하지 못함.

 

 

보험수익자인 A는 보험금 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망인이 자살한 것이거나 보험수익자가 보험금을 타도록 하기 위해 고의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사망한 것이므로, 우연한 사고라고 볼 수 없다고 보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음.

 

 

A는 피고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고, 소송계속 중 사망하여, 자녀들로서 공동상속인인 원고들이 소송을 수계함.

 

 

 

 

[ 법원의 판단 ]

보험금 청구자로서는 피보험자가 예견하지 않은 우연한 기회나 기대할 수 없는 과정을 통해 사고의 발생이 가능하다는 점을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사고의 우연성에 관한 입증을 다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일단 사고의 우연성이 입증되면 보험자로서는 그 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일반인의 상식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의 운전상의 과실이나 차량의 결함 내지 기타 주변 상황에 의해 불가피하게 일어난 우연한 사고로서 이 사건 보험계약상 보험사고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시각은 정오 무렵으로 운전 중 시야확보나 운행에 별다른 장애가 되는 사정이 없었다.

 

 

2) 이 사건 사고는 편도 1차로의 도로를 운행하던 중 중앙선을 넘어 반대차선으로 가서 가드레일이 설치되지 아니한 지점을 통해 도로를 이탈하여 추락에 이른 것인데, 왕복 2차로인 도로의 폭이나 상태 등에 비추어 볼 때 운전자의 운전 미숙이나 부주의 등으로 진행방향에서 이탈하게 되더라도 곧바로 핸들을 조작하거나 제동을 할 경우 추락 사고에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운전자가 사고 발생 등 위험 상태를 인지한 경우에는 조향이나 제동으로 사고예방조치를 함이 일반적인데, 이 사건 사고 발생 도로에는 그와 같은 조치를 하였을 경우 생길 수 있는 타이어 흔적도 없다.

 

 

3) 망인은 이 사건 사고 전인 2019. 4. 8. 사망시 보험수익자를 딸에서 사실혼관계에 있는 A로 변경하였고, 이 사건 사고 직전에 망인 소유의 차량에 관해 계약기간(2019. 5. 2.부터 2019. 8. 2.까지)을 보험계약자들이 통상적으로 가입하는 계약기간 보다 짧게 하여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하였다.

 

 

4) 망인은 2009. 12.경부터 천식,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으로 인해 반복하여 통원 및 입원치료를 받았으며, 이 사건 사고 발생 얼마 전에도 한 달 정도 요양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A는 망인과 10년 넘게 사실혼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망인의 지병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음에도 경찰 조사에서 망인은 지병이 없고, 병원에 다닌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망인은 A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면서 지인이나 친척으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돈을 빌렸고, 2019. 4.경 피고로부터 보험약관대출을 받기도 하는 등 이 사건 사고 당시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다고 보인다(이로 인해 망인의 상속인들은 상속포기를 하거나 한정승인심판을 받았다).

 

 

5) 사고 전날 망인은 전남 영암에 있는 부모의 묘소에 다녀 온 후 사고 당일 A에게는 친구를 보러 간다고 하고 외출하였으나 사고 당일 오전 09:30부터 10:30경 사이에 촬영된 각 도로 CCTV 영상에 의하면, 뚜렷한 목적지 없이 이 사건 사고 지점 부근인 신탄진, 삼정동 일대를 주행하였던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대해 피고는 망인이 자살을 위한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운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바, 사고 직전에 망인이 위와 같이 운전한 이유나 동기 등과 관련하여 피고의 위와 같은 주장을 배척할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 설 명 ]

보험사고의 우연성은 보험금 청구자에게 입증책임이 있는데, 이때 우연성은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사고로서, 결국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닐 것을 의미하므로, 우연성의 입증을 엄격하게 요구할 경우 이는 사실상 보험금 청구자에게 자살이 아님을 입증하도록 하는 결과가 되어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자살의 입증책임이 보험자에게 있다는 것과 모순되는 결과가 된다. 이에 보험금 청구자로서는 사고의 외형이나 유형으로 보아 피보험자가 예견하거나 기대하지 않은 과실로 사고의 발생이 가능하다는 점을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도로 일응 증명하면 일단 사고의 우연성에 관한 입증을 다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판결례가 나오고 있다(사망보험금 1번 광주지방법원 2020가단533094 판결사망보험금 3번 광주지방법원 2019나67356 판결사례 각 참조).

 

 

대상사건(대전지방법원 2019가단123974 판결)에서도, 같은 취지에서 ‘보험금 청구자로서는 피보험자가 예견하지 않은 우연한 기회나 기대할 수 없는 과정을 통해 사고의 발생이 가능하다는 점을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사고의 우연성에 관한 입증을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법원은 사고 장소의 특징과 사고 발생시간, 사고 현장 흔적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사고의 경우 통상적인 사고 발생 원인인 운전자의 운전 미숙이나 부주의로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우연성을 배척하는 근거로 삼았다. 나아가 망인이 자살을 하였을 만한 동기(경제적 이유)가 있는 점과 사고 발생 전후의 행적(보험수익자 변경, 자동차종합보험의 단기 가입, 사고 당일 운행경로)에 의심이 가는 점 역시 우연성을 배척하는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대상사건에서 법원이 이 사건 사고가 우연한 기회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을 배척한 근거에 대하여는 다소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먼저, 이 사건 사고 발생 장소는 심하게 굽은 구간이 많아 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 보이는 곳이다(아래 스카이뷰 영상 참조).

 

 

 

 

사고 장소의 네이버 스카이뷰 영상

 

 

법원은 사고 장소가 왼쪽으로 굽어지는 도로가 끝나고 직선으로 이어지는 도로로서, 왕복 2차로인 도로의 폭이나 상태 등에 비추어 운전자의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았으나, 사고 지점 로드뷰 영상을 경로를 따라 확인해 보면, 사고 지점인 대전 대덕구 갈전동 산27-4에 인접한 도로(대청호수로)는 좌측 대청호수쪽은 거의 대부분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다. 사고 지점은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므로, 가드레일이 설치되지 않은 구간을 찾아본 결과 좌로 굽은 구간이 끝나는 직선 구간이 아니고, 좌로 굽은 구간 내에 일부 가드레일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도 가드레일은 없지만, 약간의 둔덕이 있다. 서행을 하면서는 쉽게 넘어가기 어려운 구조이다. 굽은 구간이 끝나는 직선 구간부터는 다시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고, 우측에는 나무와 전신주들이 설치되어 있다. 굽은 구간에서 감속하지 않고 과속을 하다가 우측으로 쏠려 나무나 전신주를 피하기 위해 급히 좌로 조향을 하다가 균형을 잃고 좌측의 호수로 빠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사고 장소는 경치가 좋아 운전자가 한 눈을 팔 수 있는 곳이고, 사고 발생시간은 2019. 5. 10. 12:09경으로 비교적 맑은 날씨에 일 최고기온이 27.9℃이었기 때문에 졸음운전을 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봄철에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한 상태에서 특히 대낮 오후에 점심 이후의 졸음이 오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봄철에 발생하는 사고 중 약 20% 이상이 졸음운전이라는 통계도 있다(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에코 드라이브의 가장 큰 적, 봄철 졸음운전’)

 

 

그리고 사고 장소 도로는 왕복 2차에 불과하여 전체 도로 폭이 넓지 않기 때문에, 운전자가 급히 조향을 하여 차로를 이탈하게 될 위험성이 높고, 이 경우 호수 쪽으로 추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사고 장소와 같이 굽은 구간을 나오면서 조향을 잘못한 경우는 전방의 물체를 피하기 위해 급제동을 하는 경우나 차체가 도는 경우와 달리 노면에 어떠한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음으로 망인이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수익자를 변경한 것은 이 사건 사고일로부터 1달 전이고, 새로운 보험가입의 경우와 달리 이미 가입한지 오래된 보험계약의 보험수익자를 변경한 것에 불과하다. 또한 자동차종합보험의 경우 1년 단위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보험료가 부담되어, 망인의 경우와 같이 보험기간을 3개월로 하여 가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포털사이트에서 ‘자동차종합보험 단기가입’으로 검색만 해 보더라도, 2~3개월 단기가입을 하는 경우가 많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더구나 망인은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요컨대, 망인의 경우 이 사건 사고 당일 목적지 없이 차를 몰고 운전하고 있었던 점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정이 있었던 점, 그리고 판단근거로 적시되지는 않았지만 블랙박스의 메모리 카드가 발견되지 않은 점 등 자살로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사고 발생 구간의 특징 등을 고려할 때, 우연한 사고로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