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8.] 우울증 치료를 받던 피보험자가 술을 마신 후 사망한 채 발견되었으나 국과수 부검결과 사인 불명인 경우에도 사고의 우연성을 인정한 사례

(대구지방법원 2021. 4. 9. 선고 2019가단125246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원고들은 피고들과 사이에 자녀인 망 F(이하 ‘망인)를 피보험자, 보험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하여 상해의 직접결과로써 사망하는 경우 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 보험계약을 2005. 3. 15.과 2013. 3. 4. 각 체결함.

 

 

망인은 2019. 4. 3.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주거지인 대구 수성구 00, 00호로 돌아온 다음 같은 날 06:00부터 12:00경까지 사이에 사망하였음(이하 ‘이 사건 사고’).

 

 

망인의 지인은 2019. 4. 6. 03:19경 망인과 연락이 되지 않아 망인의 위 주거지를 방문하여 벨을 눌러보고 전화를 하여도 인기척이 없자 112신고 및 119구급대를 통한 강제개방으로 위 주거지에 들어가 보게 되었고, 망인이 하의를 탈의한 채 소파 가장자리(팔걸이)에 우측 대퇴를 걸치고 뒤로 넘어진 자세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함.

 

 

시체 검안을 담당한 의사는 2019. 4. 6. “부패 현상 외에 압박 흔정이나 외상 등 특기할 이상 소견이 인지되지 않은 점, 소파 앞 탁자 위에 빈 소주병 한 개와 평소 복용하는 약물, 음료수 페트병, 커피 등이 놓여 있고, 부엌 싱크대 문에 걸쳐 놓은 쓰레기 비닐봉지 안에 찢어진 빈 약봉지 한 개가 들어 있는 현장 상황, 망인이 2019. 4. 3. 새벽까지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취한 상태였던 점 등에 비추어 망인의 직접사인을 급성 중독사, 중간선행 사인을 만취상태 하 정신신경용제(수면제, 최면진정제, 항우울제 등) 복용”으로 판단하였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구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는 2019. 4. 8. 망인에 대한 부검을 실시하고, “진행된 부패로 인해 전신에서 특기할 외상이나 내부 장기에서 특기할 질병을 확인하지 못하였고, 약독물 검사에서 항정신병약인 쿠에티아핀과 레보에프라진, 항우울제인 이미프라민, 데시프라민, 수면제인 졸피뎀 성분이 검출되었으나 모두 알려진 치사농도에는 미치지 못하였으며, 근육조직의 에틸알코올농도는 0.161%이나 노르말프로필알코올농도를 감안하면, 부패로 인해 에틸알코올이 생성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사인으로 고려할 소견을 보지 못하여 망인의 사인은 불명이다.”는 의견을 제시함.

 

 

 

 

[ 법원의 판단 ]

보험금 청구자로서는 보험사고가 사고의 외형이나 유형상 피보험자의 과실 또는 제3자의 고의 또는 과실, 기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하여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거나 그것이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객관적 정황상 고의에 의한 사고라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면 일응 ‘사고의 우연성’에 관한 입증을 다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다음의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과음한 상태에서 평소 복용해 오던 수면제, 항우울제 등 정신신경용제를 복용하고 자는 과정에서 위 약물들 및 알코올의 상호작용에 의한 ‘우연한 사고’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망인을 발견한 즉시 시체 외부의 검사와 현장조사 등을 통해 망인의 사인을 만취 상태 후 정신신경용제 복용으로 인한 급성 중독사로 판단한 시체검안서는 훼손되지 않은 사망현장에서 빈 약봉지 1개와 빈 소주병 1병이 발견되고, 평소 복용하는 약물 봉투에서 그 약품명과 성분(최면진정제, 향정신병약물, 항우울제 등)들을 확인한 후 당시 망인의 음주정보 등 관련 정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복용 중인 정신과의 중추신경계 작용약물들과 병용금기인 알코올을 동시에 복용하게 되면 상호작용이 발생해 치사농도 이하에서도 충분히 사망할 수 있다는 의학적 지식을 근거로 한 것이므로 충분히 신빙할 만하다. 검안의의 역할이 부검의와 달리 약물농도나 조직을 검사하지 않고 시체 외부의 검사와 현장조사 등을 통해 사인을 판단하는 전문가인 점에 비추어 볼 때 약독물 검사 및 혈중알코올농도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위 시체검안서를 신빙할 수 없다고 할 수 없다.

 

 

② 부검감정서의 경우 부패로 인해 알코올 농도의 판단은 할 수 없으나 치사량 이하의 치료약물 검출 외에 특이사항을 찾을 수 없어 사인을 특정하지 못한 것이므로, 타살이나 자해나 과량의 독극물 사용 등 자살의 증거가 없음은 시체검안서와 결론이 일치하고 있다.

 

 

③ 망인은 2015. 10. 26. 비기질성 불면증과 양극성 정동장애, 현존정신병적 증상이 없는 심한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이래 사망 직전인 2019. 4. 1.까지 규칙적으로 00의원을 방문하여 최면진정제, 향정신병약물, 항우울제 약물을 처방받아 치료를 받았는데, 최근 수 개월 내에 약물의 종류나 약 용량의 변화도 없었고 특이사항을 호소한 흔적도 없다.

 

 

④ 망인이 주치의 000로부터 과도한 음주 후 약물 복용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 관하여 주의를 들었다고 하더라도 의료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인 망인이 술을 마신 상태에서 해당 약물을 복용할 경우 상승작용으로 인해 사망할 수 있음을 예견하고 자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술과 함께 평소 하루 한번 취침 전 복용하던 해당 약물을 복용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⑤ 만일 망인이 자살을 결심하였다고 가정할 경우 망인은 2019. 4. 1. 14일분의 약을 처방받은 상태였으므로 평소 복용하는 약물을 여러 개 복용하는 등으로 과다 복용하였을 것으로 추측되나, 현장에서 발견된 빈 약봉지는 한 개에 불과하고 소파 앞 탁자 위에 평소 복용하는 약물이 그대로 놓여져 있었다.

 

 

망인이 2010년부터 2016년경까지 여러 차례 자살 시도를 한 적은 있으나, 2016. 2. 7. 이후부터 이 사건 사고 발생일 이전까지 동일한 시도는 발견되지 않았고, 주치의 000 또한 망인이 자해나 자살 관련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는 없었고, 자살 충동에 관하여 심층 상담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⑦ 망인은 유서를 남기지 않았고, 그밖에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신변을 정리한 것으로 볼 수 있을만한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않으며, 망인이 자살을 결정하였을 뚜렷한 동기도 없다.

 

 

 

 

[ 설 명 ]

대상사건(대구지방법원 2019가단125246 판결)의 경우 피보험자인 망인이 자살시도를 여러 차례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심한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아왔고, 국과수 부검감정결과에서도 알코올에 의한 주정중독이나 약물중독에 의한 사망 등으로 단정할 수 없고, 사인불명 소견을 보인 점이 문제되었다. 보험사는 망인의 우울증 등 정신병력에 기초하여 자살이 의심되는 점 등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사고의 우연성의 입증책임은 보험금 청구자에게 있고, 면책사유인 자살(고의에 의한 사망)이라는 점은 보험자에게 입증책임이 있는데, 대상사건의 경우와 같이 ‘사인불명’인 경우 일단 사고의 우연성은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이와 관련하여, 대상판결의 경우도 광주지방법원 2021. 4. 30. 선고 2020가단533094 판결(사망보험금 1번 사례), 광주지방법원 2021. 2. 17. 선고 2019나67356 판결(사망보험금 3번 사례), 대전지방법원 2021. 8. 18. 선고 2019가단123974 판결(사망보험금 7번 사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하여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거나 그것이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객관적 정황상 고의에 의한 사고라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면 일응 ‘사고의 우연성’에 관한 입증을 다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국과수 부검감정 등에서 ‘사인불명’이라고 판단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피보험자의 고의가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하여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존재함이 입증되고(가능성의 입증으로 족하고, 해당 원인이 사망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개연성까지 입증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피보험자가 자살을 한 것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사고의 우연성이 인정된다.

 

 

그런데, 망인을 검안한 의사의 시체검안서에서 망인의 직접사인을 급성 중독사, 중간선행 사인을 만취상태 하 정신신경용제(수면제, 최면진정제, 항우울제 등) 복용으로 판단하였고, 실제로 망인이 복용한 약물 성분인 ‘쿠에티아핀’ 등은 중추신경계작용 약물이나 알코올과 병용시 주의하여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망인에 대한 국과수의 부검감정 소견에서 검출된 약물이 치사에 이를 수 있는 농도에 이르지 못하였고, 혈중알콜농도 역시 마찬가지지만, 이는 각각 단독으로 작용하였을 경우이다. 약물과 알코올이 상호작용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망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사고의 우연성이 입증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출처 : 의약품 상세정보(https://www.health.kr/searchDrug/result_drug.asp?drug_cd=A11APPPPP1122)

 

 

 

 

출처 : 의약품 상세정보(http://www.health.kr/Menu.PharmReview/_uploadfiles/%EC%A1%B8%ED%94%BC%EB%8E%80.pdf)

 

 

참고로 부산지방법원 2021. 10. 22. 선고 2018가단305716, 2018가단316341 판결(사망보험금 6번 사례)에서도, 뇌기능 손상에 의한 판단력 저하와 충동성 감소 목적으로 처방한 약(오르필서방정) 복용 중 술을 마시면 자기조절력과 판단력 저하 및 억제능력 저하로 인한 충동성이 증가한다는 주치의 소견 등에 근거하여,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판단한바 있다. 위 약품 역시 알코올을 포함하여 간독성 가능성이 있는 약물과 병용시 간 독성이 악화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단독으로는 사망 등 결과의 원인이 되기에는 부족한 경우라도, 상호작용을 통해 그 결과의 원인이 될 수 있는지 여부까지 반드시 검토되어야 한다.

 

 

나아가 망인의 경우 유서 등 자살로 볼만한 객관적 물증이 없는 점, 국과수 부검감정에서도 자살로 볼만한 증거(약물중독 등)가 나오지 않은 점, 심한 우울증 치료 중이었지만, 최근 수년간은 자살시도나 증상 악화의 증거가 없는 점 등이 망인이 자살을 한 것으로 볼만한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근거가 되었다. 그 외 판결이유에는 설시되지 않았지만, 망인이 하의를 탈의한 상태로 사망하였다는 점,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이 잠 잘 때 먹는 약을 그것도 정량을 복용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역시 자살로 보기 어려운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