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모 칼럼]

국가유공자 상이등급에 미달된
군인의 국가배상청구권

 


법무법인 감우 변호사 문  정  균

 
 최근 현빈이 해병대에 자원입대를 한 이후로 훈련과정과 자대배치에 대한 뉴스가 계속되고 있다. 한편에선 MC몽의 군입대 기피에 대한 재판이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훈련이 꽤 고되다는 해병대에 입대한 현빈은 대중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군입대를 피하려 하였다는 MC몽은 대중의 질타를 받았다. 남이야 군대를 가든지 말든지 무슨 상관이기에 이런 소동 아닌 소동이 벌어진 것일까?

국방의무는 헌법 제39조 제1항이 정한 헌법상의 의무이므로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를 가야한다. 하지만 군대를 가면 2년여 동안 가족과 친구들을 떠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고된 훈련을 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MC몽는 질타를 받은 것이고 현빈은 인기를 더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군대는 전투훈련이 주된 곳이므로 위험한 업무가 많고 실제로 다치는 일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군인 또는 경찰공무원으로서 전투, 교육훈련 또는 이에 준하는 직무수행중 상이(공무상의 질병을 포함)를 입고 전역 또는 퇴직할 경우 그 상이정도가 국가보훈처장이 실시하는 신체검사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상이등급 1급 내지 7급으로 판정된 경우에 국가유공자로 등록을 할 수 있게 된다.

국가유공자로 등록이 되면 보훈급여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것 외에 교육·취업·대부·의료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국가를 위해 위험한 업무를 수행 하다가 다쳤으므로 이에 상응하는 국가의 지원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군대에서 다치기만 하면 국가유공자로 보훈대상이 될 수 있을까? 만일 대통령령이 정하는 상이등급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장해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다음과 같은 사례가 있을 수 있다.

甲은 군대에 입대하여 수송부대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같은 부대 소속의 乙이 수송차량을 후진하면서 甲이 다른 차량을 수리하고 있는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甲을 충격함으로 인하여 무릎 부위에 부상을 입어 장해가능성까지 예상되었으나, 그 상이(傷痍)의 정도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국가보훈처장이 실시하는 신체검사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상이등급에 해당하는 신체의 장애를 입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었다.』그렇다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한 국가유공자로 등록을 받지 못한 甲은 국가로부터 어떤 배상도 받지 못하는 것일까?

1. 국가유공자로 등록을 하고 다시 국가배상을 구할 수는 없을까?

우선 우리나라 법이 국가유공자등록과 국가배상의 관계를 어떻게 정하고 있는지부터 알아보자. 헌법 제29조 제1항 전문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 제29조 제2항은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기타 법률이 정하는 자가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받은 손해에 대하여는 법률이 정하는 보상 외에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은 청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헌법 제29조를 구체화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이 그 직무를 집행함에 당하여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거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의 규정에 의하여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는 때에는 이 법에 의하여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 단서에서 ‘다만,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향토예비군대원이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전사·순직 또는 공상을 입은 경우에 본인 또는 그 유족이 다른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의 규정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정하고 있다.

복잡한 법조문만 놓고 보니 국가유공자로 등록한 사람이 손해배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리해보면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군인 또는 경찰공무원은 군인 또는 경찰공무원으로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어 보상을 받을 경우에는 국가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국가유공자로 등록되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 국가를 상대로 보상도 받고 배상도 받게 되면 이중배상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하여 법리적으로 맞느냐에 대하여 학계의 논쟁이 있다. 그러나 헌법의 개정이 없는 한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자는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2. 국가유공자로 등록받지 못한 피해 군인의 국가배상청구는 어떤가?

그러면 위에서 본 사례의 甲은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지 못하였는데 국가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을까? 답은 ‘갑은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이다. 즉,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지 못하여 보상을 받을 수 없다면, 가해 군인의 과실에 대하여 국가를 상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왜냐하면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지 못하므로 국가배상을 구하는 것을 이중배상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역시 국가유공자로 보상받을 수 없다면 국가배상을 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6. 12. 20. 선고 96다42178 판결, 대법원 1997. 2.14 선고 96다28066 판결).

3. 보훈청의 결정은 법원의 판단이 아니어서 기판력이 없다.

그런데 국가유공자 상이등급에 해당함에도 보훈청이 판단을 잘못하여 국가유공자 비해당결정 통보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을 때에도 국가배상만을 구할 수 있는 것일까?

보훈청의 결정은 법원이 내리는 판단이 아니다. 법원의 판결은 확정된 경우 그 판결내용에 대하여 당사자와 법원 모두를 구속한다. 따라서 이처럼 동일한 사항에 대하여 더 이상 다툴 수 없는 구속력을 기판력이라 한다. 보훈청의 결정은 이와 같은 기판력이 없다.

그러므로 보훈청의 국가유공자 비해당결정 통보가 있고 불복기간이 도과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판결과 달리 기판력이 없어서 언제든지 등록신청을 다시 할 수 있고 신청이 기각될 경우 행정소송으로 그 취소를 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한 보상청구를 할 수 있을 뿐 국가배상을 구할 수 없게 된다(대법원 2002. 5.10. 선고 2000다3973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