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결격

 

 

법무법인 감우 변호사 문 정 균

 

 

  

■ 2019. 7. 7.자 중앙일보 기사 : 30년 전 버린 딸 사망보험금, 친모 먹튀 막을 방법 없다

 

 

 

 

 

지난 2019. 7. 4.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가 고속도로에서 조현병 환자가 몰던 역주행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조현병 역주행하고 … 예비신부의 언니입니다. 자격 없는 친권(상속권)은 박탈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사망한 예비신부의 언니가 게시한 청원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예비신부의 친부는 사망했고, 1살 무렵부터 친모의 보살핌이 전혀 없이 고모의 가정에서 살게 되었고, 고모는 친딸처럼, 언니는 친동생으로 여기며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비신부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게 되자마자, 평생토록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던 친모가 나타나 사망한 예비신부의 사망보험금과 퇴직금 기타 재산을 찾아가려고 하였다는 것입니다.

 

부모는 미성년 자녀를 부양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평생 그 부양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자녀가 죽게되자 그 재산을 가지려 한다. 오히려 평생을 돌보아주고 키워준 부모는 아무런 권리가 없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하는 안타까운 사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속의 1순위는 직계비속입니다. 그런데 직계비속이 없고, 배우자 없다면 2순위 상속인은 직계존속입니다. 예비신부의 경우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배우자도 없고, 직계비속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한 친모가 예비신부의 유일한 상속인이 되는 것입니다. 민법이 정해놓은 순위를 바꿀 수는 없을까요? 상속을 못 받게 할 수는 없을까요? 민법은 상속을 받지 못하는 결격사유를 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1004조(상속인의 결격사유)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양자, 기타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자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양자 기타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자

피상속인의 양자 기타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 변조, 파기 또는 은닉한 자

 

민법이 정한 상속결격사유 어디에도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자식에 대한 상속권을 박탈하는 내용이 없습니다. 친모가 예비신부의 유일한 상속인이라면 예비신부의 재산을 모두 가져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볼까요

바람난 배우자는 어떨까요? 

일찍 남편을 여의고 아들을 혼자서 키워 오던 노모가 있습니다. 노모의 아들은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갔습니다. 그런데 며느리가 바람이 나서 막 유치원에 들어간 아들도 버려 놓고 가출을 해서는 10년이 넘도록 연락도 없었습니다. 노모는 손자를 돌보고, 아들은 노모와 아이만을 바라보며 살아 왔습니다. 그런데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들이 죽게 되었습니다. 아들에게는 사망할 당시 5억 원 상당의 아파트와 1억 원 정도의 예금이 있었습니다. 손자는 이제 중학생이고, 노모는 생계가 막막해졌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죽게 되자 바람나서 집을 나갔던 며느리가 나타서 아들의 재산에 대해 상속을 주장하고, 중학생 손자의 친권자로 나서서 중학생 손자의 상속재산도 관리하겠다고 합니다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역시 안타까운 일이지만 며느리는 배우자로서 상속인이 될 수 있고, 아직 미성년자인 손자의 재산을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아들의 재산에 대해 노모에게는 아무런 권리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노모의 입장에서 적어도 손자에 대한 며느리의 친권 상실을 가정법원에 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924). 또한 며느리에 대해서 손자에 대한 법률행위 대리권과 재산관리권의 상실을 역시 가정법원에 구할 수 있습니다. 오랜기간 가출하여 자녀를 유기하여 부양의무를 저버린 경우이기 때문에 부모로서의 의무를 게을리 하여 자의 복리를 위태롭게 한 때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상속결격이 인정된 사례도 있습니다. 아주 오래된 판례사안입니다. 그런데 최근의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동일한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에도 상속결격이 인정될지 의문이 있습니다.

 

동순위의 상속인을 살해한 경우 상속결격사유가 됩니다.

 

대법원 1992. 5. 22. 선고 922127 판결의 사례입니다. 

첫 아이를 임신한 신혼부부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남자는 사망하였고, 여자는 다행히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장차 태어날 아이가 아버지도 없이 자랄 것이 걱정되었던 여자는 낙태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시부모는 낙태를 한 며느리에게 남자의 재산에 대한 상속권이 없다고 다투었습니다.

 

뱃속의 태아에게도 상속권이 인정됩니다(민법 10003). 따라서 남자의 재산에 대해서 며느리와 태아는 공동상속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며느리가 태아를 낙태한 것은 같은 순위의 상속인을 살해한 것이 되어 상속결격이 된 것입니다. 대법원 판결의 결론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의 위헌결정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낙태가 모두 형법상의 낙태죄에 해당하였지만, 앞으로 형법 개정으로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만일 형법상의 낙태죄가 인정되지 않는 낙태를 하는 경우에도 상속결격이 될까요? 된다. 안된다. 단정할 수 없을 듯 합니다. 낙태의 유죄가 아닌 경우까지 동순위의 상속인을 살해하였다고 판단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상속결격의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상속결격사유가 있는 상속인은 당연히 상속할 자격을 잃게 됩니다. 따라서 상속결격자와 같은 순위에 있는 공동상속인의 상속지분 계산에서 상속결격자를 제외하게 됩니다. 다만, 상속결격자에게 직계비속 이나 배우자 있다면 대습상속이 되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공동상속인들의 지분은 변동이 없을 것입니다.

 

상속결격자는 피상속인에 대하여 상속인이 될 수 없음과 동시에 또한 수증결격자도 되므로(민법 1064조), 유증을 받을 수도 없다. 상속결격이 되었는데, 용서를 받고 유언장에 상속재산을 받을 수 있게 하였다고 해도 상속재산을 받지 못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피상속인이 생전에 상속결격자에거 증여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상속결격의 효과는 특정의 피상속인에 대한 관계에만 인정됩니다. 다른 피상속인에 대한 상속자격에는 영향을 없습니다. 가령, 배우자를 살해한 자는 배우자의 사망에 대해서는 상속이 인정되지 않겠지만, 자기의 부모가 사망한 경우 부모 재산을 상속받을 수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