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인돈받기-4] 회사에 납품한 물품대금을 회사의
사장에게 청구하여 받아낼 수 있을까?



 

법무법인 감우 변호사 김 계 환



 

 

 

 

 

 

<만화가 : 조정근> 




  영세업체 관계자들의 물품대금채권과 관련하여 상담을 하다보면, 회사와 거래를 할 때 그 회사의 대표이사가 자력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믿고 거래를 하였다가 정작 그 회사는 아무 재산이 없어 물품대금을 떼였다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러나 법인인 회사와 대표이사 개인은 법적으로는 엄연히 별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대표이사 개인이 회사의 채무에 대하여 연대보증을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표이사 개인이 회사의 거래처에 대한 채무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 사장은 돈이 많아도 회사가 빈털털이면 돈을 떼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대표이사(사장)가 회사의 채무에 대하여 언제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사실상 껍데기뿐이고 실제로는 대표이사의 개인사업체나 다름없는 경우이거나 거래처의 대표이사가 거래와 관련하여 불법행위를 한 경우라면, 그 대표이사 개인에게도 책임을 물을 여지가 있다.

  대법원 판결례는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그 법인경의 배후에 있는 사람의 개인 기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배후자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다90982 판결 참조)고 하고 있다. 이를 '법인격부인'이라고 한다.

  회사와 법인의 실제 경영자인 배후자* 사이에 재산과 업무가 구분이 되기 어려울 정도로 혼용이 되어 있고, 주주총회나 이사회 등의 회사의 의사결정절차 없어 대표이사 1인의 의사결정에 의해 회사가 전횡되는 경우라면 회사는 이름뿐이고, 실질적으로는 대표이사 개인의 1인 기업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라면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법인격을 남용하는 경우 회사의 채무에 대하여 그 회사의 대표이사 개인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위 사례의 경우에도 A모직(주)는 사실상 배재라의 개인사업체나 다름없고, 직원들의 임금 등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이를 폐업하고, 법인을 신설할 정도로 법인격을 남용한 사례에 해당한다. 따라서 배재라는 A모직(주)의 물품대금채무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또한 원단을 공급받자마자 폐업을 하고 동종 업체를 신설한 점이나 폐업을 한 이유도 채무면탈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볼 때 배재라는 처음부터 원단을 공급받더라도 이를 지급하지 않을 의사였던 것이 정황상 추정된다. 이런 경우 배재라의 행위는 사기행위로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배재라에 대하여는 원단 가격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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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후자는 회사의 실제 운영자를 의미한다. 보통은 대표이사(사장)가 되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대표이사 명의를 다른 사람(속칭 '바지사장')으로 해 두고,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경우 법인격이 부인되면 실제 운영자가 회사의 채무에 대하여 책임을 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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