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2.] 피보험자가 아파트 난간에서 추락하여 사망한 사고에서 투신자살로 보아 사망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본 사례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1. 5. 7. 선고 2020가합77759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원고(보험자)는 2014. 12. 30.경 피고와 사이에 피보험자 A, 보험수익자 피고, 보험기간 2014. 12. 30.부터 2088. 12. 30.까지, 상해사망보험금(100세 만기) 2억 원, 상해사망보험금(70세 만기) 1,000만 원, 무배당상해통원실손의료비(외래) 250,000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함.

 

이 사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 A(이하 ‘망인’)는 2020. 7. 8. 14:53경 고양시 덕양구 00아파트, 00호 현관문 앞 복도 난간에서 1층 화단으로 추락하여 급히 응급실로 후송되었으나, 같은 날 16:41경 다발성 외상으로 사망함(이하 ‘이 사건 사고’).

 

피고는 2020. 9. 4.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를 이유로 실손의료비 및 상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원고는 이 사건 사고는 우울증을 앓아 오던 망인의 투신자살로 발생한 것으로서, 면책사유에 해당함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이 사건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함.




[ 법원의 판단 ]

① 망인의 어머니인 피고는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일 경찰에 출석하여 ‘망인이 취업 문제로 힘들어했고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주로 생활한지 3개월 정도 되었으며 점점 우울증 증상이 심해지면서 자신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다보니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② 망인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에 의하면, 망인이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생활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2020년 5월 초순경 수면개시 및 유지 장애(불면증), 이명으로 3차례 외래진료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는 점,

 

③ 원고 측의 의뢰로 00주식회사가 작성한 보고서에 의하면, 신장 160cm의 망인이 복도에 있는 높이 약 119cm의 난간 외벽 쪽으로 넘어지거나 중심을 잃더라도 외벽을 이탈하지 않고, 망인이 외벽을 이탈하기 위해서는 팔 또는 다리를 사용하여 외벽 위쪽으로 올라가야 하므로, 망인은 자신의 의지에 의해 스스로 외벽 위쪽으로 올라가 추락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가 그 주장과 같이 망인이 집안에 들어온 벌레를 쫓다가 복도 난간에서 추락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망인은 이 사건 사고발생일로부터 약 3개월 전까지 직장생활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사고발생 전날 밤에는 이력서를 작성하였으며, 사고발생 당일 오전까지 메모장에 그날 및 다음날 공부계획을 기록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던 점,

 

2) 망인은 이 사건 사고발생 당일 오전 11시경부터 오후 1시경까지 공원을 산책하였고, 주일에는 어머니와 함께 성당에 가서 미사를 보거나 평소 필요한 물건을 직접 구입하는 등 큰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해 왔던 것으로 보이는 점,

 

3) 망인이 이 사건 사고발생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거나, 음주를 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드러나지 않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망인이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 설 명 ]

사망보험금 1.번 사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보험사고의 우연성에 관해서는 보험금 청구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고(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다35215, 35222 판결),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라는 점에 대하여는 보험자가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다685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보험금 청구자로서는 적어도,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자살 등)가 아니더라도, 다른 원인에 의해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대한 주장, 입증이 필요하다.

 

대상사건(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0가합77759 판결)의 경우를 살펴보면, 먼저 법원이 판단근거로 든 사정들 중 망인의 어머니인 피고의 경찰에서의 진술과 이 사건 사고 전 치료병력에 기하여 망인이 투신자살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는 다소 의문이 든다.

 

망인의 유서가 발견되지도 않았고,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더라도 불면증 치료를 3차례 받은 정도에 불과하며, 이 사건 사고 당일까지도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영위하였던 점에 비추어, 망인에게 우울증과 같이 자살의 원인이 될 만한 정신질환이 발병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피고의 경찰에서의 진술은 이 사건 사고 당일 아들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인해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 신빙성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오히려 피고는 망인과 주말에 성당에서 미사를 보는 등 가족과의 유대관계가 나빴다고 볼 사정도 없고, 취업 스트레스가 있었다고는 하나 이 사건 사고 3개월 전까지도 직장생활을 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그로 인해 자살을 결의할 정도였다고 보기에도 부족하다.

 

다만, 대상사건에서 법원이 판단근거로 든 또 다른 사정 즉, 망인의 신장(160cm)과 아파트 난간의 높이(119cm)를 고려할 때, 망인이 직접 난간 위에 올라가지 않는 이상 추락하기 어렵다는 점은 자살로 볼 수 있는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본다. 난간의 높이를 고려할 때, 피고의 주장처럼 망인이 벌레를 쫓다가 균형을 잃거나 넘어지는 등의 실수로 난간 외벽을 넘어 추락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사건 사고의 성격상 보험금 청구자인 피고로서는 망인이 투신한 것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하여 추락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대하여 주장ㆍ입증하는 것이 수월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대상사건의 경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망인이 투신자살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여전히 어렵지만, 사고발생의 우연성에 대한 입증책임이 보험금 청구자에게 있기 때문에, 원고의 청구(채무부존재)가 인용될 수 있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