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 35.] 종중으로부터 명의신탁된 부동산을 명의수탁자가 임의로 처분한 경우 횡령죄의 성립 여부

(인천지방법원 2021. 7. 16. 선고 2020노4736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피고인과 A는 C종중회의 소유이나 A명의로 명의신탁에 기한 지분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 있던 이 사건 각 토지를 임의로 매도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횡령죄로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음.

 

피고인은 A가 C종중과는 별개의 종중인 B종중의 종원이고, A 명의의 지분은 C종중회로부터 명의신탁받은 것이 아니므로, 피고인이 A 명의의 지분을 타인에게 매도하였더라도, C종중회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다면서 항소함.

 

 

 

[ 법원의 판단 ]

횡령죄는 위탁이라는 신임관계에 반하여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또는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부동산을 횡령하였다고 인정하려면 피고인과의 위탁관계가 있는 종중이 실재하여야 하고, 그 종중과의 사이에 위탁이라는 신임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이나(대법원 1983. 4. 12. 선고 83도195 판결), 피해자인 종중의 실체가 확인될 수 있는 이상, 피고인이 종중으로부터 부동산을 명의신탁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면 피해자는 그 종중으로 특정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종중의 공동선조를 반드시 확정하여야만 횡령죄의 피해자가 특정된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4. 9. 23. 선고 93도919 판결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A 명의로 소유권등기가 되어 있던 이 사건 각 토지는 A 개인 소유가 아니라 피해자 C종중회의 소유로 A에게 명의신탁된 것으로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 역시 이 사건 각 토지가 피해 종중의 소유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횡령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횡령죄를 인정하였다.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 및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증거들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설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피고인의 항소 기각).

 

 

 

[ 설 명 ]

명의신탁 6.번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은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 요구되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 사이의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한데,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근거 지우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 또는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횡령죄 성립을 위한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고,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보아 중간생략형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역시 같은 취지에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렇듯, 현재로서는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한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에 반하여, 부동산실명법 제8조는 종중(宗中)이 보유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종중 외의 자의 명의로 등기한 경우로서 조세 포탈, 강제집행의 면탈 또는 법령상의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에는 명의신탁 약정과 이에 따른 등기를 무효로 보기 않고 있다. 따라서 종중이 보유한 부동산을 명의신탁한 경우는 위에서 살펴본 부동산실명제법이 무효로 보는 명의신탁의 경우와는 달리 볼 필요가 있고, 이에 위 사안에서 법원은 종중 명의신탁의 경우 여전히 명의수탁자의 임의 처분에 대하여 횡령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