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21.] 우울증 약 복용과 음주로 판단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동거인과의 다툼으로 극도의 흥분되고 불안한 심리상태를 이기지 못하고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사례

(대구지방법원 2017. 2. 16. 선고 2016가합201535, 2016가합206806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손해보험사인 원고는 2014. 10. 27., 2014. 12. 29., 2015. 1. 9., 2015. 4. 3. 피고의 누나인 망 B(이하 ‘망인’)와 사이에 총 4건의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함.

 

망인은 2015. 4. 7. 21:15경 거주지인 경산시 G아파트 107동 1303호 베란다에서 추락하여 다발성 외상성 손상으로 사망함.

 

피고는 망인의 동생으로서 유일한 상속인이고, 2015. 11. 13.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보험계약과 관련한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였음.

 

원고는 망인의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2015. 12. 9. 피고에게 제4보험계약의 해지를 통보하는 내용의 통지서를 발송하여 2015. 12. 10. 피고에게 도달함.(고지의무위반과 관련한 사실관계는 생략함)

 

 

[ 법원의 판단 ]

망인이 자살한 사실에 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나, 이 사건 제1 내지 제3보험계약의 약관은 자살인 경우 원칙적으로 보험회사가 면책된다고 정하고, 한편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자살인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망인의 자살이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4호증, 을 제2호증, 제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망인의 어머니는 2010. 6. 1. 사망하였고, 망인의 아버지는 망인이 사망하기 약 1개월 전인 2015. 3. 11. 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는데, 망인은 아버지의 사망 후 우울증 증세를 보여 왔고, 사망하기 직전인 2015. 3. 23., 2015. 4. 1. F신경정신과의원에서 정신생리장애로 진단받아 진정제, 항우울제, 불면증 치료제를 각 7일분 처방받아 이를 복용하기도 한 점,

 

②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에 의하면 망인의 혈액에서 검출된 약물은 우울증에 사용되는 약물로 알코올과 병용하면 중추신경 억제 효과를 증강시켜 졸음 및 판단력 부족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고, 망인에 대한 진료의사인 F의 소견에 의하더라도 망인에게 처방된 약은 알코올과 함께 복용시 항 불안 혹은 긴장작용을 증가시킬 수 있는데, 망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45%로 측정되어 사망 전에 술을 마신 것으로 확인되는 점,

 

③ 망인의 주변 지인들의 진술에 의하면 망인은 생전에 술을 잘 못하는 편이었고, 이에 더하여 망인이 복용한 약물과의 상승효과를 고려하면 위 음주량만으로도 망인의 정신장애 및 판단능력의 저하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망인의 동거인으로서 사망 당시까지 함께 있었던 소외 H의 진술에 의하면, 망인은 2015. 4. 5. 21:00경 거주지에서 수면제 6알을 먹고 H에게 자신이 여태까지 낙태를 10회, 동거도 3회 하였다고 말하였고, 두 사람은 계속하여 잠을 자다가 2015. 4. 7. 15:00경 잠에서 깨어났는데, H가 낙태에 관해서 물어보니 망인은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하고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을 하였으나 H가 재차 추궁하자 낙태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 점,

 

⑤ 그 후 H는 소주를 2병 가량 마시고 망인과 낙태 사실을 숨긴 문제로 인하여 다투던 중 식칼로 자신의 왼쪽 손목을 수 십 차례 그어 자해하고, 돌하르방으로 자신의 머리를 때리고, 라이터로 자신의 앞 머리카락을 태우는 등 망인 앞에서 위험하고 잔인한 방식으로 자해를 한 점,

 

⑥ 이에 더하여 망인의 거주지 거실 바닥과 안방 바닥에는 파손된 소주병 조각들이 널려져 있고, 안방 출입문 앞 거실 바닥에는 식칼이 놓여 있어 사망 직전 두 사람의 다툼의 양상이 격렬했던 것으로 보여 망인은 극도로 흥분되고 불안한 상태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⑦ 망인은 유서를 남긴 바 없고 달리 자살을 준비한 사실도 없으며, H와 다투는 과정에서 충동적으로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⑧ 망인은 2015. 3. 중순경 가족들과 함께 거제도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였고, 사망하기 약 4일 전인 2015. 4. 3. 동생인 피고로 하여금 망인이 보험설계사로 근무하던 원고 회사의 보험상품에 가입하도록 권유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하였으며, 2015. 4. 말경 피고의 결혼이 예정되어 있어 망인은 부모님을 대신하여 피고의 결혼 준비를 돕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사정을 볼 때 망인은 이전부터 자살을 계획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자신의 사망이 가져올 수 있는 변화에 대하여 진지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자살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망인은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도 음주를 하여 판단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H가 망인의 앞에서 위험하고 잔인한 방식으로 자해를 지속하고 식칼과 깨진 소주병 조각이 곳곳에 널려져 있을 정도로 H와 극심한 다툼을 벌이다가, 극도의 흥분되고 불안한 심리상태를 이기지 못하고 순간적인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하여 발생할 사망의 결과와 그로 인한 가족들 및 주변 상황의 변화에 대하여 제대로 이해하거나 예측하지도 못한 채 격분된 순간을 벗어날 방편으로 베란다에서 뛰어내림으로써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망의 결과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

 

 

[ 설 명 ]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던 경우로는 우울증, 양극성 정동장애 등 정신질환의 정도에 비추어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거의 상실한 경우나, 정신질환이 아니더라도 술이나 약물에 취한 나머지 판단능력이 극히 저하된 상태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성행),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진행 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 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 등).

 

대상판결(대구지방법원 2017. 2. 16. 선고 2016가합201535, 2016가합206806 판결) 사안의 경우 우울증 등 정신질환, 음주의 영향, 자살 당시의 극도의 흥분된 상황 등이 모두 자살사고에 영향을 준 경우이다. 먼저, 망인의 우울증은 그 발병시기나 증상의 정도가 어떠했는지는 불분명하고, 우울증 단독으로는 자유로운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상태였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항우울제와 불면증 치료제는 알코올과 병용할 경우 그 부작용으로 인한 위험성(판단력 저하 및 억제력 저하)이 있고, 이에 대하여는 사망보험금 6번 사례(부산지방법원 2021. 10. 22. 선고 2018가단305716, 2018가단316341 판결), 사망보험금 20번 사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3. 25. 선고 2018가합564705 판결) 등에서도 살펴본 바 있다.

 

대상사건의 경우 법원은 특히 망인이 베란다에서 뛰어내릴 당시의 상황에 주목하였는데, 이미 잘 알려진 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49713 판결 사안의 경우와 매우 흡사하다. 위 2005다49713 판결에서도 망인이 술에 취하여 귀가한 남편과 격렬하게 부부싸움을 하던 중 망인이 베란다 밖으로 뛰어내린 사건에서 망인이 극도의 흥분되고 불안한 심리상태를 이기지 못하고 순간적인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극도로 모멸스럽고 격분된 순간을 벗어날 방편으로 베란다에서 뛰어내림으로써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망의 결과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위 2005다49713 판결 사안의 경우도 망인의 남편이 욕을 하면서 망인의 뺨을 수회 때리고 머리카락을 잡고 다시 몸을 잡아끌어 베란다로 끌고 간 다음 ‘같이 죽자’며 상체를 난간 밖으로 밀어내자 자녀들이 망인의 다리를 잡고 울며 남편을 말리는 등 상호간에 매우 흥분된 상태에서 과격하게 싸움을 하였던 경우이다.

 

대상판결 사안의 경우에도 위 2005다49713 판결 사인의 경우 못지않다. 망인의 동거인이 술을 마신 상태에서 망인에게 낙태를 한 사실을 추궁하고, 낙태 사실을 숨긴 문제로 다투면서 식칼로 자해를 하는 등 극도의 공포감과 불안감을 유발하는 행위를 하였다. 더구나 망인은 당시 항우울제 및 수면제와 알코올의 상호작용으로 판단능력이 저하된 상태였다.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극도의 공포와 불안감 하에서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