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회식 중 과음하여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산재보상이 될 것인가?


 


법무법인 감우 변호사 김 계 환

 

 

사건개요 : 회사 영업부장 갑은 회사직원들과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만취함. => 그때 회사 기숙사에 있는 외국인근로자들이 생각나서, 그들에게 줄 간식거리를 사러 갈 생각을 함. => 간식을 사러 혈중알코올 농도 0.205%의 만취상태에서 운전을 하고 가다 도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사망함. => 갑의 유족인 부인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음주운전이 사망의 원인이라며, 지급을 거절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에 의한 각종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업무상의 사유에 의하여 부상질병신체 장해 또는 사망한 경우(업무상 재해”)여야 한다. 이때 근로자가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통상적인 근무시간 중에 업무수행을 하던 중 사고가 난 경우라면, 업무상 재해로 보는데 어려움이 없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 예컨대, 회식자리나 야유회, 체육대회 등에 참가하였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는 어떠할까?

 

  산재법 시행령 제30조는 운동경기야유회등산대회 등 각종 행사에 근로자가 참가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노무관리 또는 사업운영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사업주가 행사에 참가한 근로자에 대하여 행사에 참가한 시간을 근무한 시간으로 인정하는 경우, 사업주가 그 근로자에게 행사에 참가하도록 지시한 경우, 사전에 사업주의 승인을 받아 행사에 참가한 경우, 그 밖에 위 부터 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경우로서 사업주가 그 근로자의 행사 참가를 통상적관례적으로 인정한 경우에는 업무상 사고로 인정해 주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유들은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로 볼 수 있는 경우의 예시에 불과하므로, 위에서 예로 든 행사가 아닌 경우가 아니더라도, 즉 회식이나 낙시회(대법원 1997. 8. 29. 선고 977271 판결) 등도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고 있던 경우로 볼 수 있다면, 업무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기준은 어떠할까? 우리 대법원은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었다면 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8.10.9. 선고 200721082 판결 등).

  이에 따라 회사의 간부가 실무책임자와 협력업체 직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하여 마련된 회식자리에 참석하여 술을 마시고 만취한 상태에서 술자리에서 이탈하여 인근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추락사한 경우(대법원 2008.10.9. 선고 200721082 판결)나 회사 직원이 바이어를 접대하느라 술을 마시고, 만취한 상태에서 귀가하다 승강장에서 달리는 지하철에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를 당한 경우(대법원 2008.10.9. 선고 20089812 판결)와 같이 회사의 영업이나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자리거나 회사의 비용부담(비용의 일부보조도 포함)으로 이루어지는 회식 중 음주 만취함으로 인하여 야기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여지가 높다.

 

  그러나 위에서 예로 든 경우와 같이 업무수행의 연장으로 볼 수 있는 회식 자리에서 음주하는 바람에 만취한 상태에서 사고를 당한 경우라도, 그것이 음주운전으로 인한 경우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대법원은 최근 회식이 재해를 당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범위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고가 업무수행의 자연적인 경과에 의해 유발된 것이 아니라 만취상태에서 운전하며 도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음으로써 발생한 경우, 그 사고는 만취운전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므로, 업무수행과 사고로 인한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2009508)고 판단한바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업무로 인하여 음주를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만취상태가 되는 바람에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점에서는 앞서 예로 든 두 사례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근로자 자신의 음주운전이라는 중대한 위법행위가 개입되어 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가 만취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는 것까지 사용자의 관리감독이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이 회식 중 과음으로 인한 사고의 경우에도 산재법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이때에도 음주운전을 하던 중에 사고가 난 경우까지 산재법으로 보호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