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시각에서 본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의 문제점

 

 

 

 

법무법인 감우 김계환 변호사 

 

 

▶ 본 게시글은  2016. 4. 4.자 "김계환 변호사의 법과 문화산책"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글입니다.

 

 

 

 

 

 

 

지난 2016. 3. 29.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제정, 공포되어 올해 9. 30.부터 시행됩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보험사기죄 신설 등과 관련한 법률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여론의 힘을 얻지 못하여 통과되지 못했다가 최근 몇 년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보험사기 관련 기사와 보험사기가 급증했다는 금융감독원 보도자료가 쏟아지더니 결국 통과된 것입니다. 그러나 입법과정에서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험사기 사건을 경험하면서 느낀 변호사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에 제정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의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왕 제정된 이상 그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입법자의 노력을 촉구하기로 하면서 그 문제점을 몇 가지만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보험사기죄 신설 및 가중처벌 규정은 기존 입법과 별다른 차이가 없고, 새로운 입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듭니다.

 

 

 

 

 

 

 

이번에 제정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보험사기 억제를 위해 보험사기죄를 신설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반영된 것입니다. 실제로 보험사기죄를 신설하여 형법상 사기죄(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처벌이 다소 강화(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되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상습범과 보험사기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에 대한 가중처벌규정이 마련되었습니다. 그러나 종전 형법상 사기죄(형법 제347)와 법정형에 별다른 차이가 없이 벌금형 상한이 상향된 정도에 불과하고, 상습범 규정과 보험사기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의 가중처벌은 기존 형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도 가능한 것들이었습니다. , 간판만 새로 달았지 별로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처벌의 측면에서 보험사기죄 신설을 하여야 할 필요성에 의문이 들도록 하는 입법입니다.

 

 

 

둘째, 입원의 적정성 심사에서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특히 최근 가장 문제되고 있는 허위과다입원형 보험사기에 대하여 특별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보험사기행위 수사를 위하여 보험계약자 등의 입원이 적정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 약칭)에 그 심사를 의뢰할 수 있다는 명문규정(7)을 둔 것입니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보험사기죄 신설이 아니라 바로 입원적정성 여부에 대하여 심평원에 심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한 부분(7)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사실 이 부분은 굳이 입법을 하지 않았더라도 현재 시행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번 특별법의 제정은 실상은 심평원의 심사권한을 명문화하기 위한 입법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정작 더 중요한 문제는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 그리고 심사로 인한 부작용의 최소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갖추는데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에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예컨대 의료기관의 건강보험요양급여 청구에 대한 심사의 경우와 달리 그 심사결과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할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한 심평원의 심사결과는 보험사기 혐의에 대한 가장 유력한 증거가 되고, 나아가 보험사기가 인정될 경우 건강보험요양급여를 환수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 심평원은 비록 환수 주체인 건강보험공단과 별개의 법인체이기는 하지만, 건강보험제도의 큰 주축을 이루고 있는 이해당사자인만큼 입원적정성 심사에 있어 객관성과 공정성을 부여받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심평원이 현재로서는 그나마 심사업무에 가장 전문화된 기관임에는 분명하지만, 적어도 그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전혀 마련되지 않는다면, 향후 그 심사결과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의료계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보험사가 금융감독원을 거쳐 검찰과 경찰에 보험사기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면, 심평원이 자료를 제출하는 형태로 공공기관 심의를 하고 있는데 굳이 특별법에 관련 내용이 들어간 것은 의료기관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데일리메디 2016. 4. 2.자 기사에서 원용). 이러한 비판은 저 역시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셋째, 보험금 지급거절의 근거는 보험가입자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습니다.

 

 

 

 

 

 

 

또 하나 묵과할 수 없는 부분은 보험가입자에 대한 보호에 대하여는 너무 소흘했다는 점입니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보험사기로 의심받아 피해를 입게 되는 환자에 대한 보호 문제는 상징적인 규정(5)을 두는데 그쳤습니다. 오히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만 있으면, 보험사고 조사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명분만 주게 되었습니다. 특히 최근 문제되는허위과다입원형 보험사기의 경우 억울함을 다투게 되면, 수사과정만 1~3, 형사재판까지 고려하면 최소 수년 이상 소요되는데,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5조로 인해 수년 동안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 정당화되게 됩니다. 지급거절의 법률상 근거가 있으므로, 형사상 혐의를 벗기 전까지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어렵게 됩니다. 보험사기 혐의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거절은 보험사와 보험가입자 사이의 민사분쟁으로 남겨두었어야 합니다. 위 법률규정은 보험계약자 등의 보호가 아니라, 사실상 보험사를 위한 규정이 될 위험성이 내재하고 있습니다.

 

 

 

넷째,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해결책과 피조사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 부족합니다.

 

 

 

이외에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해결책과 보험사기 피조사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이 문제는 보험사기가 처벌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임에도, 그동안 왜 보험사기죄 신설에 반대하는 여론이 있었는지도 한 번쯤 더 고민했다면,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이번에 제정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그러한 고민이 매우 부족했습니다.

 

 

 

 

 

 

 

우선 보험사기가 유발되는 구조적, 시스템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특히 이 법률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허위과다입원형 보험사기는 입원치료시 중복보장이 되는 보험상품(입원일당, 간병비 등)으로 인해 유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현행 건강보험요양급여수가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의 문제는 과잉경쟁 체제하에 있는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실손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환자의 입원을 쉽게 허용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고 있는 것입니다. 법 제목처럼 보험사기방지가 목적이라면, 이러한 제도적, 시스템적인 문제해결의 장치도 마련하여야 합니다. 보험사기죄를 신설하여 아무리 단속을 강화하고, 심지어 가중 처벌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보험사기를 유발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고는 그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보험사기 피조사자가 입게 될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 예상됨에도, 이를 최소화하거나 피해를 구제하는데 필요한 제도적 장치가 없습니다. 자칫 아플 때 경제적 혜택을 보려고 든 보험이 오히려 환자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제약하는 모순된 환경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억측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특히 보험사들은 그와 같이 주장할 가능성이 높지만), 보험사기 잡겠다고 병원에서 적정한 치료를 받았는지 하나하나 따져보겠다고 한다면, 당연히 환자와 의사의 선택의 폭은 그만큼 제한되게 됩니다.

 

 

 

예컨대, 환자가 집도 멀고 몸도 불편하여 입원치료를 받고 싶어도 의사는 보험사기로 의심받는다면서, 입원치료가 불가하다고 한다면? 이런 상황은 현재 제가 변론하고 있는 보험사기 사건에서 실제로 문제되고 있는 쟁점이기도 합니다.

 

 

 

 

 

 

 

또한 실제로 환자가 보험사기로 의삼받아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 병원에 알려져서 그 환자가 병원에서 (입원이 필요한데도) 입원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도 적지 않게 생기고 있습니다. 만약 그 환자에 대하여 보험사기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면? 보험사기로 의심받는 자체로 그 환자는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실질적인 피해를 입게 됩니다. 특히 보험사기의 조사과정에서(진료기록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치료받은 여러 병원들에 보험사기 혐의자인 것이 노출되기 때문에, 그로 인한 환자의 명예실추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실제로 제가 변론하거나 상담을 한 많은 분들이 이에 대한 고충을 호소하였습니다). 조사방법의 특성상 다른 형사사건들에 비하여 특히 보험사기 사건의 혐의자들에 대한 명예실추의 위험성과 그 정도는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허위과다입원형 보험사기의 피의자 또는 피고인들은 실제로 아픈 경우도 상당수입니다. 입원이 필요하나 과잉입원을 한 경우도 보험사기로 인정하고 있는 법원의 태도에 따를 때, 아마도 그동안 비교적 쉽게 입원치료를 받아온 꽤 많은 환자들이 본의 아니게 보험사기범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험사기방지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유죄확정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보험가입자는 무죄로 추정되어야 합니다. 보험가입자가 보험사기 조사 과정에서 사기범으로 의심받게 됨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반드시 마련되어야 합니다.

 

 

 

[ 법령의 주요 내용 ]

 

 

 

 

 

보험사기방지 특별법[법률 제14123, 2016. 3. 29. 제정, 시행 2016. 9. 30.]

 

 

 

7(수사기관의 입원적정성 심사의뢰 등) 수사기관은 보험사기행위 수사를 위하여 보험계약자등의 입원이 적정한 것인지 여부(이하 "입원적정성"이라 한다)에 대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민건강보험법62조에 따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라 한다)에 그 심사를 의뢰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제1항에 따른 의뢰를 받은 경우 보험계약자등의 입원적정성을 심사하여 그 결과를 수사기관에 통보하여야 한다.

 

 

 

8(보험사기죄) 보험사기행위로 보험금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보험금을 취득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9(상습범) 상습으로 제8조의 죄를 범한 자는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11(보험사기죄의 가중처벌) 8조 및 제9조의 죄를 범한 사람은 그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보험금의 가액(이하 이 조에서 "보험사기이득액"이라 한다)5억원 이상일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보험사기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2. 보험사기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1항의 경우 보험사기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할 수 있다.

 

 

 

2(벌칙 등에 관한 경과조치) 이 법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과 과태료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