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증거로 제시된
진료기록 분석결과의 중요성과 그 한계

 

 

 

법무법인 감우 김계환 변호사

 

 

 

▶ 본 게시글은  2016. 5. 14.자 "김계환 변호사의 법과 문화산책"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글입니다.

 

 

 

 

 

 

 

 

 

 

   입원일당 등 보험금을 받기 위해 통원치료가 가능함에도 불필요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게 입원을 하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보험사기 사건에서는 유무죄 판단에 있어 입원의 적정성 여부와 관련한 입증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컨대, 대구지방법원 2013고단3183 판결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일부 입원기간에 대하여 입원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 진료내역 및 피고인의 상태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실제 입원한 기간만큼의 입원이 필요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유죄판단의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삼았고, 이외에도 대부분의 유죄판결에서는 심평원 등의 입원 적성성에 대한 진료기록 분석결과가 유력한 유죄의 증거로 설시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이러한 유형의 보험사기 사건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수사단계에서부터 입원 적정성 여부에 대한 진료기록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고, 피의자신문 과정에서도 그 분석결과에 기초한 신문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입원의 적정성과 관련한 분석은 수사기관이 피의자가 입원한 병원의 진료기록을 압수한 다음 이를 분석기관에 의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분석은 ‘000메디컬’, ‘00의료분석원등의 사설업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 주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로 심평원에 분석을 의뢰하는 추세이고, 지난 2016. 3. 29. 제정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2016. 9. 30.부터 시행)에서는 아예 수사기관이 보험사기행위 수사를 위하여 보험계약자 등의 입원이 적정한 것인지 여부(입원적정성)에 대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심평원에 그 심사를 의뢰할 수 있고, 이 경우 심평원은 입원적정성을 심사하여 그 결과를 수사기관에 통보하도록 명문화하여 법률적 근거까지 마련하였습니다(7).(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갖는 문제점에 대하여는 보험사기14 글 참조)

 

 

 

  이와 같은 진료기록 분석결과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그 객관성과 정확성을 담보할만한 충분한 근거가 제시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러나 실제 변론을 하다보면, 환자의 상태를 사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임에도, 과연 진료기록 분석결과를 그대로 신빙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과연 환자를 진찰하지도 않은 채 진료기록만을 가지고 사후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과연 환자의 상태를 직접 진찰한 의사의 소견보다 정확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의사가 경제적 이익을 위해 환자와 보험사기를 공모 또는 방조한 경우가 아니라면, 입원치료를 선택한 의사의 의학적 소견이 우선시되어야 함은 당연합니다. 실제로 법원 역시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판단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서울북부지방법원 2013. 7. 10. 선고 2013554 판결은의사의 진단이 허위가 아닌 이상 피고인이 이 사건 각 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은 사실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의사로부터 각 2주 이상 기간의 치료를 요한다는 진단을 받고 입원한 이상 피고인이 입원치료를 받을 필요성이 없음에도 부당하게 입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단정할 수 없으며, 나아가 피고인에게 그러한 점에 관한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더더욱 없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무죄로 판단). 서울북부지방법원 2014. 12. 10. 선고 2014고단1675 판결 역시 피고인들의 입원은 모두 의사의 진단 하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당시의 진료기록 등에 비추어 의사의 진단이 부적절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각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보험금 교부가 모두 피고인들의 기망행위에 기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구지방법원 2016. 4. 29. 선고 20151259 판결(필자가 변론한 사건입니다)의 경우도 검사가 제출한 2건의 진료기록 분석결과에 대하여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피고인에 대하여 기존에 확보한 의료기록만을 근거로 하여 작성된 것이라는 점 등을 분석결과의 신빙성을 부정한 근거의 하나로 삼았습니다.

 

 

 

 

 

  다음으로, 진료기록 분석결과의 한계는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이루어진다는 점 외에도, 환자의 상태에 대한 진료기록의 기재가 불충분하거나, 진료기록의 일부가 분실, 누락되는 등의 이유로 그 분석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진료기록에 환자의 상태가 100% 기재되지 않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의료계 현실상 자세한 기재가 생략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합니다.

 

 

 

 

 

, 환자 상태와 관련한 진료기록의 불충분한 기재로 인해 분석결과에 있어 환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위험성이 항상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심평원 등의 분석결과에서는 그림 1에서와 같이 환자상태에 대한 불충분한 기재를 이유로 입원이 불필요하였다고 분석결과를 내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진료기록의 일부가 분석시 누락되는 바람에 입원적정성 분석이 환자에게 불리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처럼 진료기록 누락의 의심이 드는 경우는 변론에 있어서도 적극 활용하여야 합니다. 실제 대구지방법원 2016. 4. 29. 선고 20151259 판결은 진료기록 분석결과가 전반적으로 의료기록이 미비한 경우 이를 당시 피고인에게 입원의 필요성이 없었다는 점의 주요한 근거로 들고 있으나 피고인의 의료기록 일부가 누락되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신빙성을 부정하는 근거의 하나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서울북부지방법원 2014. 12. 10. 선고 2014고단1675 판결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작성한 입원진료 적정성 여부 등 검토의뢰에 대한 회신은 수사기관에서 제출한 자료를 기초로 판단한 것이고, 다른 입증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한바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2. 16. 선고 2012고단3378 판결(역시 필자가 변론한 사건입니다) 역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검토의견에서는 제출된 자료를 검토한 결과 진료기록부상 환자의 증상이나 이학적 소견에 대한 기재가 충분치 않고 방사선 검사 등의 결과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가 있으며 의사의 경과기록지, 간호기록지, 투약기록지, 물리치료기지 등의 진료기록이 대체로 미비하고, 수진자에 대한 입원기간의 적정성 여부는 경찰서에서 제출한 자료만을 근거로 판단한 것이므로 요양기관이 진료사유서 등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거나, 수진자 조회 또는 면담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입원일수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는 등의 이유로 그 신빙성을 부정하였습니다.

 

 

 

   이처럼 심평원 등의 입원적정성 여부에 대한 진료기록 분석결과는 유무죄 혐의인정 여부에 있어 중요한 증거임에는 틀림없으나, 그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그 결과에 대하여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그 신빙성을 의심할만한 부분이 없는지 적극적으로 따져보아야 합니다. 예컨대, 진료기록 중 일부(특히 각종 검사결과지가 누락되는 경우가 많음)가 분석시 누락된 것으로 보이는지, 분석의 주체가 객관적 공정성을 담보할만한 기관인지, 주 입원 사유가 된 질환 외에도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또는 다른 질환의 영향으로 인해 장기입원이 필요했던 사정이 반영되었는지, 진료기록의 기재내용이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기술하고 있지 않은 경우인지, 분석내용이 의학적 경험칙에 반하는 내용이 있는지(이는 제3의 의료기관에 자문을 구하거나 감정을 하는 방법으로 입증이 가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등을 검토하여 그 신빙성을 탄핵하는 노력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심평원 등의 입원적정성 분석결과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경우이고, 그 분석결과에서 과다입원으로 판단한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과다하다고 본 정도가 지나치지 않다면(예컨대, 심평원 분석결과 적정입원기간이 2주로 평가되었으나, 실제로는 3주 입원한 경우), 역시 과잉입원으로 단정하거나 사기의 고의에 의한 것으로 단정하기에는 부족합니다. 환자와 의사의 도덕적 해이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최선의 치료를 위한 선택을 하다보면 과잉 진료가 가능할 수 있고(석승훈, “의사가 진료수준을 정할 때 건강보험에서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이론적 고찰”, 보험학회집 제86, 17페이지 참조), 보험사기 의도가 아니더라도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 경제적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통원치료보다는 입원치료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점 등을 감안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러한 점을 반영한 판결례도 있는데, 대구지방법원 2016. 4. 29. 선고 20151259 판결은 현실적으로 보험처리로 입원치료가 가능한 경우에는 자비로 입원치료를 받는 경우에 비해 통원치료보다 입원치료를 선택하거나 입원기간을 최소한의 기간보다 다소 연장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모두를 부당입원으로 단정하고 보험금을 편취한 것으로 본다면, 자칫 보험계약자의 급여청구권을 위축시키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