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시행 후에는  

보험사기 조사 중이면 보험금 지급이 안 되나요?

-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5조 제2항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

 

 

 

 

법무법인 감우 김계환 변호사

 

 

▶ 본 게시글은  2016. 8. 29.자 "김계환 변호사의 법과 문화산책"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글입니다.

 

 

 

 

 

 

 

 

 

- 2016. 8. 19.자 메디칼타임즈 기사 : 보험 전문 변호사마저 "보험사기 특별법은 옥상옥" -

 

 

2016. 9. 30.부터 시행되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하 보험사기방지법으로 약칭합니다)은 시행 전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미 일각에서는 폐기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험사기방지법의 문제점에 대하여는 이미 간략히 언급한 적이 있지만(이 카페 보험사기 자료 14번 글 참조), 향후 시행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 역시 앞으로도 법 실무에서 경험하게 되는 문제점들에 대하여는 계속하여 문제제기를 할 생각입니다.

 

 

 

 

 

 

 

아직 법 시행 전이기는 하지만, 우선 보험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피해가 예상되는 점에 대하여 하나씩 자세히 검토를 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다룰 문제는 보험사기방지법 제5조 제2항에 관한 문제입니다. 보험사기방지법 제5조 제2항은 보험회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 없이 보험사고 조사를 이유로 보험금의 지급을 지체 또는 거절하거나 삭감하여 지급하여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입법예고된 보험사기방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보험사기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한 경우 또는 수사의뢰 및 그 밖의 사유로 수사가 개시된 경우뿐 아니라, 보험금 청구가 다른 보험금 청구 건에 비추어 통계적객관적으로 보험사기 행위로 뚜렷하게 의심되는 경우로서 금융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경우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가 됩니다. 보험사기 혐의로 수사가 개시된 경우는 물론 금유위원회가 정한 보험사기 의심사유가 있으면, 수사가 개시되기 전에도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는 것입니다. 보험사기방지법 제5조의 입법취지는 보험계약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그 반대로 작용될 우려가 더 큽니다.

 

 

 

 

 

 

 

 

보험사기방지법이 시행되기 전에도 이미 보험사기 조사 중임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위 법이 시행됨으로 인해 오히려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이 주어졌기 때문에 대다수의 보험사가 이제부터는 보험사기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간 보험사기 혐의로 조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증가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파장이나 부작용은 적지 않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보험사기방지법이 굳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그 자체도 의문이지만, 더 큰 문제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만 규정하고 그로부터 파생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하여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우려되는 부분을 살펴보면,

 

 

 

첫째, 보험사기 수사 중임을 이유로 지급 거절이 가능한 보험금 범위를 정하지 않았습니다. , 보험사기 조사 중이면, 보험금 전체의 지급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이는 최근에 가장 문제되는 보험사기가 대부분 실손의료보험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최근의 보험사기는 과거와 같은 소위 나이롱환자의 문제라기보다는 과다입원, 과잉진료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보험사 입장에서 볼 때, 불필요한 입원과 수술 등의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고, 환자나 의료기관 입장에서 보면 다툼의 여지가 많은 사례들입니다. 아프지 않은데 입원하거나 수술한 사례가 아닙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그 본질이 민사상 분쟁에 해당하고, 형사상 사기죄가 될 것인지 의문인 사건들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보험사기 사건의 경우 다른 유형의 사기 사건들에 비하여 무혐의나 무죄를 다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상 유죄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그 어떠한 불이익도 당해서는 안 됨에도, 보험사의 고소만 있으면, 혹은 금융위원회가 정한 의심사유에 해당하기만 하면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이런 이유로 보험사기방지법 시행 후 보험금 지급이 거절된 사례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 등 헌법재판을 통한 문제제기를 해 볼 예정입니다).

 

 

 

 

 

 

 

보험사가 지급을 거절하는 주된 이유는 보험사기로 인해 입은 보험사의 손해를 전보하는데 있거나, 추가적인 보험사기 피해를 예방하고자 하는데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보험소비자측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입법취지였다면, 당연히 보험금 지급 거절이 가능한 범위 역시 위와 같은 지급거절의 목적에 부합하는 한도 내에서 최소한도로 이루어지도록 규정해야 했습니다. 예컨대, 의료실비의 경우 지급거절 범위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대표적인 보험금입니다. 이는 의료기관에 지급되는 치료비에 미치지 못하므로, , 보험가입자에게 수익이 남는 것이 아니므로, 보험사기의 유인동기가 되지도 못하고, 오히려 보험가입자가 치료를 받을 권리와 건강권의 측면에서 본다면, 의료실비 지급까지 거절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마저 있습니다. 또한 민사집행법 제246조는 압류금지채권의 범주에 생명, 상해, 질병, 사고 등을 원인으로 채무자가 지급받는 보장성보험의 보험금(이중 의료실비는 전액)이 포함되고 있으므로, 보험사가 보험사기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이유로 상계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닌 점(민법 제497조는 압류금지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등을 고려한다면, 의료실비에 대하여까지 보험사기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그 목적과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이외에도, 현행 보험사기방지법에서는 지급거절되는 보험금이 보험사기가 문제되는 편취금액보다 많은 경우에 대하여도 정하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수사대상이 된 보험사기에 의해 편취한 보험금이 5천만 원인 경우에도 보험사는 보험사기 수사 중임을 이유로 그보다 큰 보험금 청구(예컨대 1억 원의 사망보험금 청구)에 대하여도 전액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당연히 초과부분에 대하여는 지급을 하여야 하는 것으로 규정함이 타당합니다.

 

 

 

둘째, 민사소송의 제기가능성 및 보험금 지급 거절에 따른 지연이자의 문제입니다. 최근 보험사기 수사와 재판은 2~3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특히 허위 또는 과다입원이 문제된 보험사기의 경우 진료기록 등 자료입수에도 수개월 이상, 다시 입원적정성 분석을 의뢰하여 그 결과가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만도 6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보험사기 수사와 재판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이 수년간 거절될 수 있다는 것이 됩니다. 이런 경우 보험수익자가 보험금 청구를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보험사가 보험사기방지법 제5조 제2항을 근거로 지급을 거절한다고 다툴 경우 법원이 보험금 지급을 하라고 판단(이행판결)할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됩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보험사기방지법 제5조 제2항이 보험소비자측 보호를 위한 것이라면, 법원으로서는 보험사기 혐의에 대하여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판단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유죄의 선고가 있기 전까지는), 보험금 지급을 할 것을 선고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해석상의 문제를 남긴 것만은 분명하고(달리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고, 법원도 수사 및 재판결과를 지켜본 후에야 판결하기를 원할 것입니다), 나아가 보험사에 대하여 보험사기를 이유로 지급거절을 한 기간 동안에 대하여 지연이자를 물릴 수 있는지에 대하여도 해석상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특히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연 15%의 지연이자와 관련하여서는 더 많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보험사기 수사 및 재판이 장기화되는 바람에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었고, 소멸시효 기간이 도과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사 및 재판에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소멸시효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보험소비자들은 보험사기 수사 중이라는 점만으로도 보험금 청구를 꺼리게 되는데, 이제 보험금 지급 거절의 법적 근거까지 마련되었으니, 이런 문제가 생기지 말란 법이 없는 것입니다. 예컨대, 2016. 8. 30.에 보험사기 조사가 개시되었고, 2016. 9. 30.에 보험금 청구를 하였는데, 입원적정성 심사 등을 이유로 수사에 2년이 걸리고, 다시 재판에서 1년 넘게 무죄를 다투어 결국 2019. 10. 말경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할 경우 보험사고 발생일로부터 3년이 도과되었음을 이유로 보험금 청구권이 소멸되었다고 판단될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보험사기 수사 중임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하였다면, 그 반대로 보험사기 수사기간 동안은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입법화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이행판결을 받는데 지장이 없다고 해석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조만간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행 보험사기방지법 제5조 제2항은 보험소비자측 보호를 위한 목적에서 신설된 것이지만, 그 목적과는 달리 보험소비자측에게 오히려 불리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으므로, 향후 반드시 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