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사건에서 형사합의는?

 

 

 

 

 

법무법인 감우 변호사 김 계 환

 

 

 

 

 

   보험사기, 특히 제가 많이 다루고 있는 허위과다입원형 보험사기 사건 상담을 하다보면, 의뢰인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역시 구속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피해 보험사와 빨리 합의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많이 받게 됩니다. 또한 다른 법률사무소에서 상담을 받을 때, 합의를 해야만 구속을 면할 수 있다, 실형이 선고되어 법정 구속되지 않으려면, 보험사와 합의를 해야 한다면서 합의를 권고하는 내용의 상담을 받았다는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과연 합의는 불가피한 것일까요?, 구속이나 실형선고를 면하려면, 합의가 우선되어야 할까요? 이 문제는 일률적으로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또한 쉽게 결정할 문제도 아닙니다.

 

 

 

   의뢰인분들이 합의를 하여야 하는지에 대하여 궁금해 하는 이유, 그리고 변호사들도 합의를 권유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대부분 편취금액이 적지 않고, 보험사기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결코 낮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험사기7(보험사기의 형사처벌은 어떻게 될까?)번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최근 보험사기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는 다른 유형의 사기죄에 비하여 가볍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최근 가장 많은 유형인 허위과다입원형 보험사기와 접촉 사고형 자동차보험사기의 경우 편취금액이 최소 수천만 원 이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 검사의 구형이나 법원의 선고형량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필자가 형사변론을 맡아 진행하였거나, 현재 진행하고 있는 40여건의 형사사건만 살펴보더라도, 편취금액이 5천만 원 ~ 8억 원 사이에 달합니다. 아직 보험사기 범죄만 따로 분석한 결과는 없지만(이에 대하여는 필자가 현재 판례수집 및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으로는 보험사기 범죄에 대한 형량은 양형기준이 도입된 이후 그 전보다 다소 높아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최근 법원의 판결을 분석한 결과 양형기준의 준수율이 89.7%에 달해 매우 높은 편인데(문화일보 2017. 12. 11. 기사 양형기준제 도입후 형량 총량증가가장 일관되게 선고된 범죄는 강간에서 인용), 아래 사기죄의 양형기준에서 보는 것처럼, 편취금액에 따른 양형기준은 보험사기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림 1 - 일반사기 양형기준(양형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인용)

 

 

   그리고 중형이 예상되는 경우 도주의 우려가 있으므로, 검사 입장에서는 편취금액이 큰 보험사기 피의자에 대하여는 신병확보를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실제로 필자가 변론한 사건들 중에서도 편취금액이 2억 원 이상이었던 경우상당수가 수사단계에서 구속영장 청구가 되기도 했고, 이중 일부는 실제 구속이 된 경우도 있습니다(필자가 구속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 변론한 4건 중 1건은 실제로 구속되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보험사기 조사를 받는 피의자 입장에서는 조사대상이 된 편취금액이 2~3억 원 이상인 경우 당장 구속되는 것이 아닌지 불안하게 되고, 설령 구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더라도, 무죄가 나오지 않으면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또한 합의를 하는 것이 검사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정 및 유죄 선고시 형량에도 중대한 영향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양형기준상 집행유예기준의 주요참작사유 중 하나가 피해자와의 합의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그림 2 - 사기범죄 양형기준 중 집행유예 기준(양형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인용)

 

 

   실제로 보험사와 합의가 된 점을 양형에 반영하여 편취금액이 큼에도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예컨대, 전주지방법원 2016. 7. 20. 선고 2015고단1993 판결156,859,188원을 편취한 사건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고, 울산지방법원 2015. 4. 16. 선고 2015고단88 판결 역시 141,119,171원을 편취한 사건에서 징역 12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습니다. 억대의 보험사기 사건에서도 피해보험사와 합의가 된 점이 실형선고를 면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한 것입니다. 이러한 점만으로도 합의를 하는 것은 구속 또는 실형선고라는 최악의 결과를 피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피해자와 합의를 한다는 것은 범행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잘못이 없는데,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피해금을 배상하는 합의를 한다는 것은 모순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피해보험사와 합의하였다는 사실은 유죄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실례로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15. 10. 28. 선고 2015고단349 판결의 경우 보험사측 의뢰를 받은 ○손해사정 주식회사에서 보험사기 혐의로 피고인을 진정하면서 보험계약을 해지하면 원금을 돌려주겠다고 하자 피고인이 위 회사와의 보험계약을 해지하였는데, 당시 피고인이 손해사정 주식회사 측에 이와 같은 사실을 다른 보험회사에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였던 점을 유죄판단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따라서 피해보험사와 합의를 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전에, 무혐의 또는 무죄를 다툴 것인지, 아니면 자백을 하고 선처를 부탁할 것인지 먼저 입장을 정하여야 합니다.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합의를 하는 경우는 사기의 고의는 없었는데, 객관적으로 과다입원을 한 것은 인정하므로, 보험사에 피해변제를 하겠다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그러나 과다입원을 인정하는 것은 대부분은 사기고의를 인정한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변호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방식은 되도록 권하지 않습니다.

 

 

 

   또한 편취금액이 큰 경우는 피해보험사와 합의를 하려고 하여도, 목돈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에 합의를 할레야 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특히 허위과다입원형 보험사기의 경우 받은 보험금이 많아도, 이중 대부분은 치료비와 생활비, 보험료로 지출되고, 남은 돈이 얼마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의뢰인이 억울해하고, 나름 무죄를 다툴만한 사정이나 근거가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 변호사로서는 일단 무죄를 다투는 방향으로 변론 방향을 잡게 됩니다. 그리고 무죄를 다투는 경우는 보험사와 합의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혹여 무죄가 나오지 않으면, 그냥 자백하고 합의하는 경우보다 훨씬 더 나쁜 결과, 즉 실형선고를 받고 법정 구속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죄를 다투는 경우에도 늘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각각의 입원기간별로, 자동차보험사기의 경우는 각각의 사고별로, 무죄입증이 가능한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죄가능성이 높지 않은 부분에 대하여는 피해보험사에 피해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탁하거나 합의하는 방법으로 피해변제를 하는 것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 일부건에 대하여는 무죄를 다투고 일부는 인정하는 식입니다.

 

 

 

 

   또한 허위과다입원형 보험사기의 경우 과거에는 형식적으로만 입원을 해 놓고, 병원측의 묵인 하에 일상생활을 하였던 순 나이롱환자인 사례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제로 질병 또는 상해로 입원치료가 일부 필요하였지만, 필요 이상 과다입원을 한 것인지가 문제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정당하게 입원한 경우도 있고, 과다입원인 경우라고 해도 적정입원기간에 해당하는 부분도 있는 것입니다(예컨대, 4주를 입원하였는데, 이중 2주 정도는 적정입원으로 분석된 경우). 이러한 경우 피해보험사가 입은 실제 손해는 기소된 편취금액보다 훨씬 적게 되고, 이는 설령 유죄판결이 선고되더라도 양형에 참작이 됩니다. 앞서 살펴본 양형기준 중 집행유예기준의 주요참작사유에는 실질적 손해의 규모가 상당히 작거나 상당부분 피해 회복된 경우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무죄를 다투었으나, 유죄판결이 선고되는 경우라도, 실제 적정입원기간 및 형사공탁 등을 통해 피해변제가 된 부분이 있는 경우에는 실형이 선고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례로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2017. 4. 5. 선고 2016고단228 판결의 경우 약 13천만 원을 편취한 사건에서 징역 1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였는데, 양형이유에서 피고인이 오로지 이 사건 범행을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볼 수는 없고, 실제 질병으로 인하여 일정 부분 치료를 받은 것도 사실이므로, 다른 보험사기에 비하여 불법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는 점, 비록 지급된 보험금 전부가 법률상 피해액이기는 하나, 적정 입원기간을 초과하여 입원한 부분의 경우 보험금 중 일부는 실제 피고인의 치료를 위한 것인 점 및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이 사건 범행 전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은 형을 정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수원지방법원 2014. 3. 12. 선고 2012고단2265 판결의 경우도 약 14천만 원을 편취한 사건에서 징역 1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는데, 양형이유에서 피고인들은 장기간 피해자 회사들과 보험계약을 유지한 것으로 보아 피고인들이 처음부터 보험사기를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중략피고인들은 일부 질병에 대하여는 실제 입원치료가 필요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들이 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하여 허위의 교통사고를 일으킨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렇듯, 보험사기 사건에서 편취금액이 큰 경우라고 해서 당장의 구속이나 실형선고를 면하기 위해 성급하게 피해보험사와 합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선 무죄를 다툴 것인지, 아니면 자백할 것인지, 무죄를 다툰다면 전체를 다툴 것인지, 아니면 일부는 다투고 일부는 자백할 것인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결정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자백하는 경우에는 되도록 피해보험사와 합의를 위해 노력해보아야 합니다. 이에 반해 일부에 대해서 무죄를 다투는 경우는 자백하는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피해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피해보험사에게 배상하는 것(주로 공탁을 이용합니다)을 적극 고려하여야 합니다. 전부 무죄를 다투는 경우에도, 무죄선고가 나오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여, 피해보험사가 실제 입은 손해는 공소사실의 편취금액보다 훨씬 적고, 피고인이 얻은 이익도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주장, 입증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