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등에 대한 가중처벌을 
내용으로 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 검토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보험사기죄 신설과 관련한 입법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결과 지난 2016. 3. 29.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제정되어 같은 해 9. 30.부터 시행되어 오고 있습니다입법 과정에서부터 찬반 논쟁이 뜨거웠었지만제정 후에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의 실효성과 입법타당성에 대하여는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어 왔습니다특히 그 실효성에 대하여 비판이 많았습니다형법상 사기죄로 처벌하던 상황과 별반 다를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이와 관련한 쟁점 및 비판에 대하여는 이 카페 보험사기 14 글 참조). 그런데최근 다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의 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개정안의 취지는 보험 관계 종사자 등에 대한 가중처벌을 골자로 합니다.

 

 

 

  사실 보험설계사 등 보험업계 종사자의 보험사기 연루와 관련된 문제에 대한 대응책은 이미 수년 전부터 마련되고 있었습니다특히 보험설계사가 연루된 보험사기 사건이 자주 문제되자, 2014. 1. 14. 보험업법 개정으로 제102조의3(보험관계 업무 종사자의 의무)을 신설하였는데위 조항은 보험회사의 임직원보험설계사보험대리점보험중개사손해사정사그밖에 보험 관계 업무에 종사하는 자로 하여금 보험계약자피보험자보험금을 취득할 자그 밖에 보험계약에 관하여 이해관계가 있는 자로 하여금 고의로 보험사고를 발생시키거나 발생하지 아니한 보험사고를 발생한 것처럼 조작하여 보험금을 수령하도록 하는 행위(이른바 경성사기’ 유형)와 이미 발생한 보험사고의 원인시기 또는 내용 등을 조작하거나 피해의 정도를 과장하여 보험금을 수령하도록 하는 행위(이른바 연성사기’ 유형)를 금지하고이에 위반한 경우 금융위원회가 보험설계사에 대하여 6개월 이내의 업무정지 또는 그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정하였습니다(보험업법 제86).

 

 

 

  또한 위와 같은 보험업법의 개정에 따라(2014. 7. 15.부터 시행금융위원회는 2017. 1. 9. 보험사기에 연루된 보험설계사 4명에 대하여 처음으로 등록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한 바 있습니다(금융감독원 2017. 1. 9. 보도자료 참조). 이제는 보험설계사의 경우 보험사기에 연루되면 형사처벌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험설계사 등록까지 취소되어보험설계사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까지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 보험설계사 등이 보험사기죄를 범한 경우에는 보통의 보험사기죄보다 가중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까지 발의된 상황입니다(2019. 5. 17. 김진태 의원 등 발의). 위 개정안(8조 제2항 신설)은 일반 보험사기죄(8)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법정형이 규정되어 있는 것에 비하여보험설계사보험대리점 또는 보험중개사(법인인 경우 그 임직원 포함), 손해사정사 또는 손해사정업자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자동차관리사업자 또는 자동차관리사업의 종사원의 보험사기죄의 경우 벌금형의 상한이 1억원까지 2배 가중된 것을 그 내용으로 합니다(징역형에 대하여는 현행 그대로 유지하고 벌금형 상한만 높임).

 

 

 

  개정 취지 자체는 공감하지만보험사기 방지 대책 중 보험회사에 대한 대책은 빠져 있고개정안의 내용으로 볼 때과연 그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최근 보험사기 사건의 경우 연성사기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이러한 보험사기의 특징은 보험금 지급 심사가 허술하다는 점을 이용한다는데 있습니다보험설계사와 의료기관이 연루되어서 문제된 경우보다 보험회사의 지급심사가 형식적이거나 허술하기 때문에같은 사기범죄를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경향의 보험사기 범죄가 증가한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예컨대과다입원 후 입원일당을 청구하였는데보험사가 실사도 나오지 않고퇴원확인서와 진단서만 검토하고 보험금을 지급하자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경우입니다. 1회 지급되는 보험금은 수 십만원에서 수 백만원 정도의 소액이다보니보험사로서도 매번 정밀심사를 하기는 어렵지만수년간 수 십회에 걸쳐 같은 범행이 반복되는데도 보험금 지급을 해 오다가 지급된 보험금이 수억원이 되어서야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를 하는 식입니다오죽하면보험사기 재판 과정에서 재판장이 바늘도둑 소도둑으로 만드는 것아니냐고 말한 적도 있었습니다과잉입원에 대하여 보험사가 보다 까다롭게 심사하고경우에 따라서는 문제가 있음을 제때 지적해 주었더라면그 피고인은 중도에 그만두었을 것이고그만큼 피해도 줄어들었을 것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현재까지 보험사기 방지대책과 관련하여 보험사에 대하여 무언가를 요구하는 대책은 입법화된 것이 거의 없습니다향후 이와 관련한 대책 마련에도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벌금형의 상한을 올리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편취금액이 2~3천만원 이상만 되어도양형기준이나 법원 실무상 징역형을 선택하게 되고벌금형을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5,0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하는 사건이 거의 없습니다(사기 사건에서는 벌금 2,000만원 이상도 많지 않습니다). 5천만원 이상 고액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기 때문에벌금형 상한을 5천만원으로 하든 1억원으로 하든 실무상 적용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듭니다범죄억지력 증대를 위한 가중처벌 취지라면오히려 징역형이나 벌금형 하한을 두는 것이 더 실효성이 있습니다(그 대표적인 예가 음주운전죄에 대하여 혈중알코올 농도와 위반회수를 기준으로 법정형 하한을 두고 있는 도로교통법입니다). 실효성 없이 상징적 의미만 가지고 개정하는 것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정 때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시행된 지 만 3년이 다 되어가는 데도억울하게 보험사기 혐의로 의심받아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피해구제와 보험소비자 보호대책과 관련한 개정안은 도대체 언제나 마련이 될지도 의문입니다특히 최근 보험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경우 보험사가 보험사기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이와 관련한 상담건수도 부쩍 늘고 있습니다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은 법원 판결도 아니고엄연히 무죄추정의 원칙이 유지되는 상황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보험사는 검사가 보험사기 혐의를 인정한 이상 해지가 가능하다면서일방적 해지를 강행하고 있는 것입니다(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시 보험계약 해지의 문제점에 대하여는 추후 보다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피의자가 보험사기 혐의를 인정하고검사가 정상참작을 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경우라면 모를까억울함을 다투고 있는 경우임에도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이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혐의를 다투는데도 기소유예 처분이 된 경우는 필자가 경험한 경우만 해도 이미 4건 이상입니다). 이런 경우 엄밀히 말하면보험사기가 인정되는지 여부는 미확정 상태로 보아야 합니다보험소비자 측면에서의 피해구제와 보호대책과 관련한 논의와 법 개정이 하루빨리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