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또는 과다입원이 문제되어 보험사기로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중이거나, 이미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분들 중에는 실제로 계속 치료를 받아야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수사 중 또는 재판 중인데도 보험금 청구를 해도 되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이런 질문을 하게 되는 주된 이유는 보험금 청구를 했다가 보험사기 혐의가 추가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청구를 해도 됩니다. 다만, “보험사기 16.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시행 후에는 보험사기 조사 중이면 보험금 지급이 안 되나요?”에서 자세히 살펴본 바와 같이 보험금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지급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5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에서 보험회사는 보험사기로 의심할 만한 합당한 근거가 있어 금융위원회에 보고하거나, 수사기관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한 경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삭감하여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급이 거절될 것을 예상해서 미리 보험금 청구를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보험금 청구를 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 이유와 이 경우 유의할 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보험사기로 수사나 재판 중인 경우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다고 해서 정당하게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청구를 해 놓지 않으면, 자칫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보험금 청구권이 소멸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특히 허위 또는 과다 입원이 문제된 보험사기 사건의 경우 수사 및 재판에 3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이 3년입니다), 그 결과를 지켜보고 나서 보험금 청구를 하는 경우 소멸시효가 완성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사가 개시되자 치료를 중단하고 보험금 청구도 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보험사기로 의심하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입원 또는 통원치료를 지속적으로 해 오던 분들도 보험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면, 갑자기 치료를 중단하거나 받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또 다시 입원하게 되면 보험사기로 의심받게 될까 두려운 심리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프던 사람이 수사가 개시되어 갑자기 증상이 호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프다면 치료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정상적인 입원치료라면, 입원했다가 보험사기 혐의가 추가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문제될 것이 없는 입원인데도 정 걱정이 된다면, 보험금 청구만 당분간 유보해두면 되기 때문입니다. 보험사기는 보험금 청구 전에는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으면, 입원치료를 받았다는 것만으로 보험사기 혐의가 추가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허위 또는 과다입원이 문제되어 보험사기로 수사 또는 재판 중이라면, 보험금 청구시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하여야 합니다.
첫째, 수술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되도록 2주 이상 장기 입원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입원이 필요하다는 주치의 소견에 따른 입원이어야 합니다. 보험사기가 문제되는 대부분의 입원치료가 2주 이상 장기입원인 경우이고, 1주 내외의 단기 입원은 상대적으로 덜 문제됩니다. 반대로 2주 이상 입원을 한 경우 큰 수술을 받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되도록 그 입원 건에 대하여는 법률전문가의 검토를 받아 보험금 청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데도 같은 병원만 고집하기 보다는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경우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에 내원하여 검사 및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상급종합병원 치료를 받아보지 않고, 1, 2차 병원에서만 반복 입원하여 보존적 치료를 받아온 경우 보험사기로 의심하는 정황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환자의 치료에 대한 의지도 중요한 판단자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건의 성질상 환자의 주관적인 통증 호소보다는 객관적인 검사결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되도록 의사가 권유하는 검사는 받아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환자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기는 하지만, 보험사기 사건에서는 유독 주치의가 권유하는 검사를 환자가 거절한 경우가 자주 발견되고, 이는 매우 불리한 자료로 활용됩니다.
셋째, 입원이 필요한 경우라도 입원환자 관리가 잘 되지 않는 병원에서의 입원은 피하여야 합니다. 특히 간호사가 평소 병실 라운딩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간호사가 야간에 상주하지 않는 병원은 간호기록에 환자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기재해놓지 않기 마련이고, 이 경우 입원적정성 평가나 진료기록감정을 할 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간호 인력의 부족으로 입원환자 관리가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 사무장병원 등 수익성과 환자유치를 위하여 입원환자 관리를 일부러 느슨하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그런 병원인 줄을 모르고 입원하셨다면, 되도록 그런 병원에서는 일찍 퇴원하시고, 다른 병원을 알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가입한 보험이 많은 경우에도 꼭 필요한 보험은 남기고, 불필요한 보험을 해지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국내 보험계약 건수 통계를 보면, 1인당 평균 3~4건의 보험을 가입하고 있습니다. 이보다 월등히 많은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면(제 경험상 보험사기로 문제된 분들은 평균 7~10건 이상의 보험에 가입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수입에 비해 보험료가 과다하게 지출된다면(월 소득의 15~20% 이상인 경우가 주로 문제됩니다), 보험사기로 의심받기 좋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가정경제에도 별 도움이 안 됩니다. 그렇다고, 수사가 개시되자마자 보험계약을 전부 해지하는 것은 별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의심만 더 사게 됩니다. 이런 분들은 나름 수사기관의 의심을 피하려고, 혹은 보험을 생각하기도 싫다는 과민반응으로 가입한 보험계약을 전부 해지(해약)하는 것이지만, 사실은 정 반대입니다. 아파서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분이라면, 자신에게 필요한 보험계약은 계속 유지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특히 가입한지 오래된 보험(입원을 시작한 때로부터 4~5년 이상 이전에 가입한 경우)과 실손의료보험, 납입기간이 만료된 보험은 해지해서는 안 됩니다. 보험사기로 인정되게 되면, 향후 보험가입도 어려워지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합니다.
다섯째, 보험사가 보험금에 가압류를 한 경우에도 압류금지 채권인 경우에는 보험금 지급이 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실손의료보험이나 후유장해보험금 중 1,000만 원까지는 압류금지채권으로 가압류가 되어 있어도, 가압류의 효력이 미치지 않으므로, 보험금 청구를 하는데 지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보험사기로 수사나 재판 중인 경우에도 보험사가 의료실비 등 일부 보험금은 지급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가압류를 이유로 보험금 청구를 미리 포기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보험사기로 의심받아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보험금 청구가 제한되거나, 스스로 보험금 청구를 포기할 하등의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의심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고, 그 수사나 재판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되도록 보험금 청구를 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 비교적 명백한 경우인지를 검토하고 청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검토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법률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것도 방법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일단 압류금지 채권인 의료실비나 입원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수술자금, 진단자금 정도만 청구하고, 수사나 재판결과가 나올 때까지 청구를 유보하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어느 경우이든 소멸시효(3년)가 도과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하므로, 보험금 청구를 유보해둔 건에 대하여는 미리 자료를 준비해둘 필요가 있습니다(특히 진단서나 소견서는 보존기간이 3년으로 짧기 때문에, 미리 발급받아두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