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 44.] 유치권 행사 중인 부동산을 타인 명의로 경매에서 낙찰받은 명의신탁자가 잠금장치를 변경하여 점유 침탈한 경우 권리행사방해죄 성립 여부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7. 23. 선고 2020노62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이 사건 건물은 피해자가 유치권을 행사하던 중이었는데, 피고인은 2017. 7. 12. 강제경매를 통하여 아들인 F의 명의로 이 사건 건물을 매수하였음.

 

이후 피해자가 이 사건 건물의 점유를 다소 느슨하게 하는 틈을 이용해 피고인은 2017. 9. 5. 06:00경 열쇠수리공을 불러 이 사건 건물의 잠금장치를 변경하였음.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의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점유를 침탈함으로써 피해자의 유치권 행사를 방해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로 판단됨.

 

 

 

[ 법원의 판단 ]

형법 제323조의 권리행사방해죄는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을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하여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그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한 물건이 자기의 물건이 아니라면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4578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은 아들인 F 명의로 강제경매를 통하여 이 사건 건물을 매수하였다는 것인데, 부동산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을 매수하려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의 명의신탁약정 아래 그 사람의 명의로 매각허가결정을 받아 자신의 부담으로 매수대금을 완납한 때에는 경매목적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수대금의 부담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 명의인이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대법원 209. 9. 10. 선고 2006다73102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이 사건 건물에 대한 피해자의 점유를 침탈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물건에 대한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권리행사방해죄 부분에 대하여 무죄 선고)

 

 

 

[ 설 명 ]

권리행사방해죄(형법 제323조)는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취거ㆍ은닉ㆍ손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객체가 자기소유의 재물이 된다. 따라서 이 죄의 주체와 관련하여서는 소유자가 아닌 자는 이 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해석된다(통설 및 판례).

 

위와 같이 권리행사방해죄의 주체가 소유자로 제한되기 때문에, 명의신탁이 된 부동산의 명의신탁자가 타인이 점유하는 부동산의 점유를 취거(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점유자의 지배를 배제하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지배로 옮기는 것)하는 경우 명의신탁자를 권리행사방해죄의 주체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러한 경우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점유자인 그 타인과의 관계에서 소유자가 되는지 여부에 따라 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여부가 달라진다.

 

예컨대,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5도626 판결은 중간생략형 또는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하는 사례에서,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8조는 배우자 명의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등기한 경우에 조세포탈, 강제집행의 면탈 또는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한 때에는 제4조 내지 제7조 및 제12조 제1항, 제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만일 피고인1이 그러한 목적으로 명의신탁을 함으로써 명의신탁이 무효로 되는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러한 목적이 없어서 유효한 명의신탁이 되는 경우에도 제3자로서 임차인인 피해자 공소외 2 에 대한 관계에서는 피고인 1 은 소유자가 될 수 없으므로, 어느 모로 보나 위 빌딩이 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자기의 물건'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판단한바 있다. 이와 반대로 양자간 명의신탁에서는 명의신탁과 이에 기한 명의수탁자 명의 등기가 무효인 경우에는 명의신탁자가 소유자가 되므로, 권리행사방해죄의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 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20노62 판결)과 같이 부동산경매절차에서 매수자금을 실제로 부담하는 사람이 타인 명의로 입찰하여 매각허가를 받아 해당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 법원은 매수대금을 부담한 사람과 이름을 빌려준 사람 사이에 명의신탁관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일반적인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와는 달리 경매절차에서의 소유자가 명의신탁약정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명의자가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므로(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2다69197 판결 등, 이와 관련하여서는 명의신탁 13번 참조), 명의신탁자는 권리행사방해죄의 주체가 될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