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 49.] 계약명의신탁이 된 부동산을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지시로 매도한 행위가 사해행위가 되는지 여부

(울산지방법원 2021. 10. 28. 선고 2019가단111782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원고는 2013. 8. 29.경부터 같은 해 9. 4.경까지 C에게 1억 원 상당을 대여하였고, 2016. 6. 23. C에게 추가로 5,000만 원을 대여하면서, C와 사이에 ‘대여금 합계 1억 5,000만 원에 대하여 변제기를 2018. 6. 22.로, 이자 월 230만 원(연 18.4%)을 매월 20일에 각 지급하기로’하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함.

 

C는 2013. 12. 9. 및 2014. 6. 11.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D와 사이에 명의신탁약정을 하고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D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함.

 

C는 D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자신의 아들인 피고 명의로 등기를 넘겨달라고 하였고, D는 피고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2017. 1. 3.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함.

 

원고는 D가 C의 지시로 피고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의 명의를 넘겨준 행위는 실질적으로 C와 피고 사이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채무초과 상태에 있던 C가 일반 채권자들에 대한 책임재산인 D에 대한 부당이득반환 채권의 변제 목적으로 돌려받아야 하는 부동산을 피고에게 매매로 처분한 행위는 일반 채권자의 공동담보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C와 피고 사이의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2017. 1. 3.자 매매계약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구함.

 

 

 

[ 법원의 판단 ]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2항에 의하면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의 사이에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에는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의 무효에도 불구하고, 수탁자는 당해 부동산의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고, 다만 수탁자는 신탁자에 대하여 매수대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대법원 20201. 10. 14. 선고 2007다9043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와 같이 신탁자가 수탁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채권만을 가지는 경우에는 그 부동산은 신탁자의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이라고 볼 수 없고, 신탁자가 위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등 신탁자가 실질적인 당사자가 되어 처분행위를 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신탁자의 책임재산에 감소를 초래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들어 신탁자의 일반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1다89903 판결 참조).(원고 주장대로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이 유효하여 C가 D에게 매매대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되는 경우라면, 이 사건 부동산은 신탁자의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이라고 볼 수 없음. 원고의 청구 기각)

 

 

 

[ 설 명 ]

명의신탁된 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가 사해행위가 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법원은 그 부동산의 소유권이 누구에게로 귀속되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 예컨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본문이 적용되어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인 경우에는 그 부동산은 명의수탁자의 소유가 아니므로, 명의수탁자의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5다54104 판결 등).

 

이에 반하여 계약명의신탁 약정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명의수탁자 명의로 마친 경우 즉,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단서가 적용되는 경우에는 명의수탁자는 당해 부동산의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므로, 그 부동산은 명의신탁자의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이라고는 볼 수 없고(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1다89903 판결), 명의수탁자의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이 된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7다74874 판결).

 

이 사건(울산지방법원 2021. 10. 28. 선고 2019가단111782 판결)의 경우 C와 D가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계약명의신탁을 한 경우이고, 매도인이 선의인 경우라면, 이 사건 각 부동산은 신탁자인 C의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부동산이 아니므로, 수탁자인 D가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매도하더라도 C의 일반 채권자들에 대하여는 사해행위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매도인이 선의인 한 것이라면, 원고의 이 사건 사해행위취소 청구는 인용될 가능성이 없다.

 

다만, 이 사건 원고로서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법리구성을 해 보았다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에 신탁자의 지시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 명의를 이전하기로 약정하였더라도 이는 명의신탁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명의신탁 부동산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범주에 속하는 것에 해당하여 역시 무효이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35117 판결, 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1다89903 판결 등).

 

더구나 이 사건의 경우 D는 신탁자인 C의 지시로 매매형식을 빌려 C의 아들인 피고 명의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것으로서, 사실상 명의수탁자를 D에서 피고로 변경하는 수탁자 변경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의심된다. 

 

그리고 만약 수탁자 변경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면, 피고는 명의수탁자와 사이에 직접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은 사람으로 볼 수도 없어서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의 ‘제3자’에도 포함되지 않으므로(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5다54104 판결),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도 무효이고, 피고는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된다. 즉,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소유권은 여전히 D에게 있다.

 

한편, 신탁자인 C는 D에 대하여 매매대금 상당의 부당이득채권을 가지고 있고, C가 무자력인 경우 C의 채권자인 원고는 C를 대위하여 D에 대하여 매매대금 상당의 부당이득을 원고에게 반환할 것을 청구 할 수 있다(D는 C의 지시로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소유명의를 피고에게 이전함으로써 사실상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주장할지 모르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므로, D는 여전히 C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진다).

 

위와 같은 상태에서 우선 D에 대한 판결을 받은 다음 D가 이 사건 각 부동산과 관련하여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청구권에 대한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거나, 채권자는 채무자의 물권적 청구권도 대위행사 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1966. 9. 27. 선고 66다1334 판결), 아예 원고가 D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대위 행사하는 방법도 고민해 볼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위와 같은 상태에서 D가 C의 지시로 그의 아들인 피고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소유명의를 이전한 것은 강제집행면탈행위(은닉)에 해당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따라서 D와 피고는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원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게 된다.

 

이러한 손해배상채권에 기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가압류를 하고, 피고에 대하여는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방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