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1.] 익사한 상태로 발견된 피보험자의 익사 경위를 알 수 없는 경우에도 우연성을 인정한 사례

(광주지방법원 2021. 4. 30. 선고 2020가단533094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원고들은 망 F(이하 ‘망인’)의 상속인들임. 망인은 2006. 8. 2. 피고와 사이에 피보험자를 망인, 사망보험금 수익자를 법정상속인, 보험기간을 2006. 8. 2.부터 2059. 8. 2.까지, 일반상해(기본계약)의 사망보험금 가입금액을 3천만 원, 일산상해사망의 사망보험금 가입금액을 1억 원으로 정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함.

 

망인은 2020. 4. 21. 15:10경 목포시 00소재 00 내에 있는 파지선 아래 물속에 가라앉혀져 있는 상태의 사체로 발견됨(이하 ‘이 사건 사고’). 위 발견지점은 망인의 자택에서 도보로 50분 가량 떨어져 있고, 망인의 사체를 검안한 의사는 망인의 직접사인을 “익수 의증”으로, 사고 종류를 “익사”, 의도성 여부를 “미상”으로 각 기재함.

 

경찰은 유족인 원고 A의 진술과 사체상황 등 검시결과와 망인의 사고 직전 행적 등을 모두 종합하여 망인의 사인에 범죄와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된다는 이유로 변사사건을 내사 종결함.

 

피고는 약관상 상해사망보험금의 지급요건이 되는 보험사고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것이어야 하고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보험금 청구자인 원고들에게 있는바,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망인이 우연한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망인은 자살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함.




[ 법원의 판단 ]

보험사고의 요건인 사고의 우연성의 개념에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아니한 것’이라는 의미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그에 관한 입증책임을 보험금 청구자가 부담한다고 보는 것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보고 그에 관한 입증책임은 보험자가 부담한다고 보는 것과 일견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 중략 …

 

약관에서 보험사고의 요건으로 규정한 사고의 우연성에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아니한 것’이라는 의미가 포함된 것으로 해석하면서 보험금 청구자에게 그에 관한 엄격한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결국 상법 제659조 제1항, 제732조의2, 상법 제739조 등에서 ‘피보험자의 고의’를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보험자에게 입증책임을 부담시킨 취지를 몰각시키고 그 입증책임을 사실상 보험금 청구자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점,

 

나아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2호에서 상당한 이유 없이 고객에게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는 약관조항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 취지 등을 고려하여,

 

보험금 청구자로서는 사고의 외형이나 유형으로 보아 피보험자가 예견하거나 기대하지 않은 과실로 사고의 발생이 가능하다는 점을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도로 일응 증명하면 일단 사고의 우연성에 관한 입증을 다한 것이고, 보험자로서는 그 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일반인의 상식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망인은 점퍼와 운동화를 착용한 채로 발견되었고 검시결과에 의하면 망인은 수중에 고개를 앞으로 숙인 자세로 이마와 콧등 부위는 시반 형상으로 추정되며 수중 바닥에 닿아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익사로 추정된다고 한 점, 발생 현장에 소주 2병(1병 빈 상태, 1병 잔량 2/3)과 망인의 감기약통이 발견되었는바, 망인이 술에 취하여 실족 등으로 강에 빠졌을 수 있는 점, 위와 같은 유형의 사고는 그 특성상 피보험자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이 가능한 점 등을 고려하면, 망인이 불상의 원인으로 강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수긍할 수 있고, 이로써 사고의 우연성의 요건은 갖추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망인이 평소 육아로 스트레스를 받고 이 사건 사고 직전 원고 A(배우자)와 말다툼한 후 외출하였으며 언니가 대장암 판정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그러한 정도의 신변 정황만으로 망인에게 자살을 선택할 충분한 동기나 원인이 존재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유서 등 망인이 자살하였음을 추단할만한 객관적인 물증은 발견되지 않은 점, 망인은 사고 직전 원고 B(자녀)에게 전화해 “엄마 곧 들어가겠다.”라고 언급하는 등 가족들에게 자살의 징후를 나타낸바 없는 점, 요양급여내역 등에 의하면 망인이 우울 증 등으로 치료받은 전력도 발견되지 않는 점, 원고 A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망인이 술에 취하여 자살한 것으로 판단되어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한 점)은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충격으로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점, 망인의 핸드폰 등이 현장에서 발견된 사실만으로 망인이 자살을 마음먹고 꺼낸 것이라고 추측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가 들고 있는 정황들만으로는 망인이 자살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면책 주장은 이유 없다.(원고 청구 인용)




[ 설 명 ]

인보험계약에 의하여 담보되는 보험사고의 우발성과 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와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보험금 청구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다35215, 35222 판결 등 참조). 한편, 보험계약의 보험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하여는 위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 이 경우 보험자는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다685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보험사고의 요건인 ‘우연성’은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사고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닐 것’을 의미하므로, 결국 우연성의 입증을 엄격하게 요구할 경우 이는 사실상 보험금 청구자에게 자살이 아님을 입증하도록 하는 결과가 된다. 즉,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자살’의 입증책임이 보험자에게 있다는 것과 모순되는 결과가 된다. 이에 대상 판결(광주지방법원 2020가단533094 판결)은 보험금 청구자로서는 사고의 외형이나 유형으로 보아 피보험자가 예견하거나 기대하지 않은 과실로 사고의 발생이 가능하다는 점을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도로 일응 증명하면 일단 사고의 우연성에 관한 입증을 다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즉,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자살 등)가 아니더라도, 다른 원인에 의해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있음을 일응 증명하는 정도로 우연성의 입증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광주지방법원 2021. 2. 17. 선고 2019나67356 판결 역시 같은 취지에서 “보험금 청구자로서는 보험사고가 사고의 외형이나 유형상 피보험자의 과실 또는 제3자의 고의 또는 과실, 기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하여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거나 그것이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객관적 정황상 고의에 의한 사고라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면, 일응 ‘사고의 우연성’에 관한 입증을 다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한바 있다.

 

위와 같은 해석은 대법원이 보험자에게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을 증명”하도록 한 것에도 부합한다. 즉, 보험금 청구자로서는 객관적 정황상 고의에 의한 사고라는 것이 명확한 경우가 아닌 한 자살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사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을 주장ㆍ입증을 하는 것으로 족하다.

 

위와 같은 견지에서 볼 때, 대상 사건의 경우 망인이 자살을 했음이 명백한 객관적 정황이 없는 반면, 감기약을 복용하는 등 컨디션이 저하된 상태에서 소주를 1병 이상 마셔 취했을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실족하여 물에 빠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사고의 우연성이 입증되었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