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4.] 피보험자가 빌라 옥상 난간에서 추락하여 사망한 사건에서 자살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사례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21. 4. 7. 선고 2020가단54409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망 A(이하 ‘망인’)는 피고와 사이에 망인을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 보험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원고는 망인의 어머니로서 단독 법정상속인이며,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수익자임.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르면, 망인이 상해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피고는 보험수익자인 망인의 법정상속인에게 사망보험금 1억 2천만 원을 지급하여야 함.

 

망인은 2018. 7. 26. 19:30경 익산시 00빌라(이하 ‘이 사건 빌라’) 00호에 있는 망인의 집에서 원고, 올케인 G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담배를 피우겠다며 집에서 잠시 나감.

 

G는 망인이 집에 돌아오지 않자 망인을 찾으러 주차장 쪽으로 나갔고, 비명소리와 함께 ‘쿵’하는 소리를 듣고 그쪽으로 가보니 망인이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함.

 

망인은 119구급대의 응급처리를 받고 00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으나, 같은 날 19:54 외상성 쇽을 직접 사인으로, 추락에 의한 다발성골절을 간접 사인으로 하여 사망함(이하 ‘이 사건 사망사고’).

 

피고는 망인이 10년간 사귀어 온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신변을 비관하다가 스스로 투신하여 사망한 것이라며, 사망보험금 지급을 거절함.

 

 

 

[ 법원의 판단 ]

망인이 사망할 당시 약 2~3달 전에 10년 동안 사귀고 결혼을 약속하였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상태였으며, 이로 인하여 원고와 G에게 많이 힘들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던 사실,

 

원고와 G는 망인의 사망과 관련하여 수사기관에 ‘망인이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로 괴로워하면서 죽고 싶다는 말을 여러 번 한 것으로 보아 신변을 비관하여 이 사건 빌라 옥상으로 올라가 투신을 하여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사실,

 

수사기관은 원고와 G의 위 진술 등을 바탕으로 망인이 신변을 비관하여 이 사건 빌라 옥상으로 올라가 투신하여 사망한 것으로 판단하여 망인의 사망사건을 내사종결한 사실,

 

망인의 키는 약 150cm 정도이고, 이 사건 빌라 옥상에 있는 난간의 높이는 망인이 스스로 위 난간에 올라가지 않는 한 이를 넘기 어려운 높이인 122cm인 사실이 각 인정되고,

 

위와 같은 사실에 의하면 망인이 자살하기 위하여 이 사건 빌라 옥상에 있는 난간에 올라가 스스로 추락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망인이 사망할 당시 망인이 직접 작성한 유서가 발견되지 않는 등 자살의 의사를 추정할 만한 객관적인 물증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점망인은 사망하기 전 약 3년 동안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적 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으며, 최근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자살을 하였을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점,

 

망인은 평소에 이 사건 빌라의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자주 폈던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사망사고 당시에도 위 옥상의 난간에서 담배꽁초가 발견되었는데, 이 사건 사망사고 당시 술을 마시고 난간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다가 실수로 추락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점,

 

자살을 결심한 자는 보통 신발과 옷가지 등을 정리해 놓고 투신하는 경우가 많은데, 망인은 이 사건 빌라의 옥상에서 추락할 당시 안경을 쓰고, 신발을 신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일반적으로 자살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고층 건물을 선택하고자 할 것으로 보이나, 망인이 추락한 건물은 5층 저층이고 망인이 스스로 떨어지면서 비명을 질렀다는 것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점,

 

이 사건 사망사고 직전 망인과 함께 있었던 원고와 G는 이 사건 사망사고가 일어난 직후 수사기관에서 망인이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취지의 말을 하기는 하였으나, 원고와 G가 이 사건 사망사고를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니었고 타살정황이 전혀 없는 사건에서 자살로 추측하여 그러한 말을 하였을 수 있으며, 원고와 G의 위 추측진술만으로 망인이 자살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사망사고가 피보험자인 망인의 고의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이 일반인의 상식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명백히 증명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할 수 없다.

 

 

 

[ 설 명 ]

보험계약의 보험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하여는 위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 이 경우 보험자는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다6857 판결 등).

 

따라서 건물에서 추락한 사건에서 있어서도 추락 장소의 특성상 실수로 추락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달리 자살을 시도하였음을 추단할 만한 물증이나 목격자 등이 없는 이상 자살이라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위 대법원 2010다6857 판결의 경우도 추락 장소인 창문에서 사람이 실수로 추락하는 것이 쉽지는 않으나 180㎝가 넘는 원고가 술에 취해 바람을 쐬거나 구토하기 위하여 머리를 밖으로 내미는 경우 균형을 잃고 이 사건 건물 밖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을 들어 피보험자인 원고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대상사건(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20가단54409 판결)의 경우도 법원은 추락한 옥상의 난간 높이, 남자친구와의 결별 등 망인이 자살을 한 것으로 의심이 드는 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자살을 시도하였다는 객관적 물증이나 목격자가 없고, 추락한 빌라 옥상이 비교적 저층인데다가,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다 실수로 추락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등의 사유를 들어 망인이 자살을 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10미터가 훨씬 넘는 높이인 5층 높이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는 것은, 더구나 키가 150cm인 망인(여성)이 122cm나 되는 난간에 올라가서 걸터앉는 것은 일반인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1. 5. 7. 선고 2020가합77759 판결(사망보험금 1번 사례)의 경우 신장 160cm의 망인이 복도에 있는 높이 약 119cm의 난간 외벽 쪽으로 넘어지거나 중심을 잃더라도 외벽을 이탈하지 않고, 망인이 외벽을 이탈하기 위해서는 팔 또는 다리를 사용하여 외벽 위쪽으로 올라가야 하므로, 망인은 자신의 의지에 의해 스스로 외벽 위쪽으로 올라가 추락한 것으로 판단한 바 있다. 따라서 이 부분과 관련하여, 망인이 실수로 추락하였을 가능성에 대하여는 좀 더 심리가 필요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망인이 술을 마시고 난간에 걸터앉아서 담배를 피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는데, 이러한 경우 자살을 시도하기 위해 옥상 난간에 걸터앉은 것이 아니라고 보려면, 망인이 술에 취할 정도로 많이 마셨는지(이성적 판단이 흐려지거나 두려움을 상실할 정도로), 난간에 올라가기 쉬운 구조물이나 의자 등이 사건 현장에 있었는지 등의 사정이 좀 더 뒷받침되었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