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5.] 정신병원 입원 중 투신하여 사망한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보아 보험사의 면책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2021. 1. 15. 선고 2018가합10028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망 F(이하 ‘망인)는 피고들과 사이에 자신을 피보험자로, 사망시 보험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하여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서는 상해를 원인으로 사망시 사망보험금이 지급됨.

 

망인은 2017. 3. 16. 주요우울장애, 치매(신경인지장애)로 00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보호병동에 입원했다가 2017. 4. 13. 일반병동으로 옮겨졌고, 2017. 4. 15. 위 병원 9층 야외 휴게소에서 284cm 높이의 난간을 넘어 지상에 추락해 사망함(이하 ‘이 사건 보험사고’).

 

원고들은 망인의 상속인들(배우자 및 자녀)로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상 보험수익자임.

 

피고들은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에서 고의로 투신하여 사망하여 우연성이 없고, 망인의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함.




[ 법원의 판단 ] - 자살 면책 주장에 대한 부분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망인은 이 사건 보험사고 당시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보험사고는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 사고에 해당한다(원고 청구 인용).

 

① 망인은 아래 [표2] 기재(생략)와 같이 2010. 6. 23.부터 정신과 통원치료를 시작했다. 망인은 2016. 11. 18. 자살을 시도하여 입원을 권유받았고, 2016. 12. 29. 입원치료를 시작으로 입원치료와 통원치료를 반복하는 등 그 무렵부터 우울증 증상이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② 망인은 00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중 우울증치료를 위해 항우울제, 항정신병제, 벤조디아제핀계 항불안제 등을 투약했는데, 경구 약물을 하루 2~4회 투약했고, 필요시 주사로도 벤조디아제핀계 항불안제 등을 투약했다.

 

③ 망인은 00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중 우울, 체중감소, 죄책망상, 피해망상, 빈곤망상, 초조, 불면, 불안, 집중력 저하, 죄책감, 자살사고 등의 증상을 호소했고, 2017. 4. 11.에는 우울, 불면, 망상 증상을 보였다. 망상 증상은 망인의 현실검증력과 판단력이 상당히 손상되었음을 의미한다.

 

④ 망인은 2017. 4. 12. 폐렴에 감염되었다. 감정인은 폐렴 감염으로 섬망이 발생해 망인의 인지능력과 사물판별능력이 급격히 떨어졌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⑤ 망인은 2017. 4. 13. 보호병동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겼는데, 의료진은 망인의 보호자에게 자해, 자살시도 등 자타해 위험이 높으므로 24시간 개호가 필요하다고 고지했다.

 

⑥ 망인은 2017. 4. 14. 위 병원 9층에서 투신하여 이 사건 보험사고가 발생했다.

 

 

 

[ 설 명 ]

대상사건(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2018가합10028 판결)의 경우 망인이 성인 남성의 키를 훨씬 넘는 284cm 높이의 난간을 넘어 추락한 점으로 볼 때, 타살로 볼 수 있는 정황이 없는 한 망인 스스로 난간을 올라가서 투신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 외 달리 망인이 실족 등 실수로 추락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따라서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의무는 면책된다.

 

법원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자살자의 신체적ㆍ정신적 심리상황, 그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그 진행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등).

 

대상사건의 경우 망인은 우울증 등 증상으로 입원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는데, 이 사건 사고 발생 몇 개월 전에도 자살시도로 입원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특히 이 사건 보험사고 당시 보호병동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긴 직후로 24시간 개호가 필요할 정도로 자살시도 위험이 높은 상태였다는 점이 중요하게 고려되었다. 더구나 망인의 경우 우울증 등 기존의 정신질환뿐 아니라 이 사건 사고 당시 폐렴 감염 후 섬망으로 인한 인지능력과 사물판별능력의 급격한 저하가 있었을 수도 있었다는 진료기록 감정을 한 감정의의 소견도 있었다. 섬망은 신체 질환 등으로 인해 인지기능 저하가 동반되는 의식의 장애로, 수시간에서 수일에 걸쳐 급격히 일어나며 기분, 지각, 행동장애도 흔히 나타나는 것을 특징으로 하므로(네이버 지식백과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참조), 섬망으로 인한 일시적인 증상 역시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의 의사결정능력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이 고려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