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6.] 외상성 뇌출혈 이후 발생한 뇌기능 손상 상태에서 음주 후 투신한 피보험자가 일시적으로 심심상실 상태에 빠졌다고 보아 사망보험금 지급의무를 인정한 사례

(부산지방법원 2021. 10. 22. 선고 2018가단305716, 2018가단316341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원고(보험사)는 2011. 11. 14.경 피고 B와 사이에 보험계약자를 위 피고, 피보험자를 G, 보험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하는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이 사건 보험계약은 보험기간 중 상해의 직접 결과로써 사망하는 경우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음.

 

피보험자 G(이하 ‘망인’)는 2017. 7. 17. 16:10경 자택인 부산 사하구 00아파트 00호 10층 베란다에서 투신을 하였고, 그 직후 부산대학교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으나, 같은 날 17:02경 전신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함(이하 ‘이 사건 사고’).

 

피고들은 망인의 처와 아들로, 2017. 8. 21. 원고에게 사망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원고는 이 사건 사고는 약관에서 규정한 피보험자의 고의로 발생한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함.




[ 법원의 판단 ]

망인은 2015. 4. 18. 계단에서 넘어져 발생한 외상성 뇌출혈 이후 감정조절장애와 알코올중독, 우울증, 인지장애를 앓고 있었고, 이로 인해 기억력 감퇴 증상이나 섬망 증상과 같은 전두엽 및 실행기능 저하가 있었던 사실,

 

망인은 2017. 2. 16.부터 2017. 3. 20.까지, 2017. 4. 19.부터 2017. 6. 21.까지 00병원에서 기질성 정신장애, 우울장애, 알코올사용장애(인지장애 동반)로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정신보건 임상심리사가 2017. 2. 25.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작성한 심리학적 평가보고서에는 ‘전두엽 및 실행기능의 저하가 뚜렷하며,

 

현재 환자는 Non-ammestic MCI(비기억성 경도인지장애)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됨’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망인은 2017. 7. 6. 뇌기능 손상에 의한 판단력 저하와 충동성 감소 목적으로 오르필서방정 150mg과 300mg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었던 사실,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일인 2017. 7. 17. 오전부터 집 밖으로 나가 술을 마시고 들어와 처인 피고 B로부터 잔소리를 듣고, 차후 술을 마시면 병원에 언제든지 입원시켜도 좋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한 사실, 망인은 같은 날 오후 갑자기 죽겠다며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다가 피고 B가 만류하여 진정이 되었으나, 그 후 피고 B가 집 밖으로 나가려고 현관을 나서는 순간 ‘잘 살아라’라고 외치며 베란다에서 스스로 뛰어내린 사실이 인정된다.

 

00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망인의 주치의였던 O는 2018. 1. 30.자 진료확인서에서 ‘망인의 심리검사상 인지기능 저하(특히 전두엽 및 실행기능 저하가 뚜렷)의 뇌기능 이상 소견 및 기타 우울증 양상과 신체적 질환 등이 자살사고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사료된다’라는 취지의 의견을 밝히고 있고, 2018. 10. 16.자 사실조회회신에서 ‘전두엽 및 실행기능의 저하가 있는 경우 억제능력이 떨어져 충동적 행동을 한다거나 과잉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뇌기능 손상에 의한 판단력 저하와 충동성 감소 목적으로 망인에게 오르필서방정을 처방하였다.

 

위 약물을 복용하고 있던 중에 술을 마시면 술에 의한 자기조절력과 판단력 저하 및 억제능력 저하로 인한 충동성이 증가한다. 평소 술 때문에 다툼이 있던 아내와 다시 술 때문에 다툼이 발생한 경우 망인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할 위험성이 있다. 뇌기능 손상과 음주로 인한 충동성 증가로 베란다로 뛰어내리는 행동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라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00병원 감정의 Q는 2020. 9. 25.자 진료기록 감정촉탁에 대한 회신에서 ‘전두엽 기능의 저하는 충동적 행동을 일으킬 수 있는데, 00병원 심리학적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망인은 전두엽 및 실행기능의 저하가 뚜렷하여 망인이 자신의 행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할 위험성이 있다. 전두엽 및 실행기능의 경도인지장애 수준의 경미한 저하가 조절되지 않은 음주문제, 잦은 다툼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고, 또한 알코올이 사고능력 및 판단력, 감정 조절에 대한 영향이 있으므로 기저 경도인지장애 수준의 인지기능을 더욱 떨어뜨렸을 가능성이 있다’라는 취지의 의견을 밝히고 있고, 2021. 4. 30.자 사실조회에 대한 회신에서 ‘섬망’이란 신체질환이나 약물의 중독, 금단과 같은 의학적 상태의 결과로 나타나는 뇌의 전반적인 기능장애로 인한 증후군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는 상태인데, 부산대병원 입원 경과기록지에서 확인되는 섬망 증상, 00병원 간호경과기록지에서 확인되는 섬망 의심 증상, 00병원 진료기록지에서 확인되는 알코올 금단 섬망 증상이 확인되고, 투신 당시 음주한 사실이 있으므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의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위와 같은 일련의 사실들과 의료기관의 의견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은 전두엽 및 실행기능의 장애가 사고능력 및 판단력, 감정조절에 영향을 주어, 음주로 인한 처와의 다툼 이후 자기조절력 및 판단력의 저하, 충동성의 증가로 자살 충동을 이성적으로 억제할 능력을 상실한 채 투신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의 이러한 정신적 상태는 순간적 내지 일시적으로 심신상실 상태에 빠진 것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봄이 타당하다.(채무부존재확인 본소 청구 기각, 보험금 청구 반소 인용)




[ 설 명 ]

소송실무상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정신과전문의의 의학적 소견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때, 정신과 진료기록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외에도, 자살을 한 피보험자의 정신과 주치의의 소견 역시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예컨대,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은 「주요우울장애와 자살의 관련성에 관한 의학적 판단 기준이 확립되어 있으므로, 사실심 법원으로서는 주요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하였다고 볼 만한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되었다면 함부로 이를 부정할 수 없다. 만약 법원이 그러한 의학적 소견과 다르게 인과관계를 추단하려면 다른 의학적ㆍ전문적 자료에 기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단한바 있다.

 

대상사건(부산지방법원 2018가단305716, 2018가단316341 판결)의 경우 망인이 외상성 뇌출혈 후 발생한 전두엽 및 실행기능의 저하가 있었는데, 이 경우 충동적이거나 과잉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고, 망인이 사고 당시 술을 마셔 충동성이 증가하여 베란다로 뛰어내린 것으로 보인다는 주치의 소견이 있었고, 이는 진료기록감정을 한 의사의 의견 역시 대체로 이에 부합하였다. 이러한 주치의 및 감정의의 의학적 견해에 기초하여 법원은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일시적으로 심신상실 상태에 빠져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판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