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15.] 피보험자가 원인미상의 화재현장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사건에서 자살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사례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1. 3. 19. 선고 2020가합16245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망 D(이하 ‘망인’)는 2016. 3. 3. 피고 C와 사이에 피보험자를 망인으로, 보험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하여 상해사망 등의 보장사항이 포함된 여러 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2015. 9. 30. 피고 대한민국과 사이에 피보험자를 망인, 보험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하여 장해 및 사망 등의 보장사항이 포함된 보험계약을 체결함.

 

망인은 2019. 1. 1. 21:54경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여 경북 군위군 00소재 00식당(이하 ‘이 사건 식당’) 안으로 진입하였는데, 이후 22:00경 이 사건 식당에 화재가 발생하였고, 같은 날 23:28경 화재가 발생한 이 사건 식당 2층에서 진화 작업을 하던 소방관에 의해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음.(이하 ‘이 사건 사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구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 망인은 화재현장에서 탄화된 상태로 발견되었고, 점막이 선홍색을 띠며, 기관지에서 그을음이 보이고, 일산화탄소-헤모글로빈 농도가 70%로 검출되므로, 망인은 화재현장에서 화상과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해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등의 이유로 ‘화재사’로 판정됨.

 

망인의 법정상속인인 원고들은 상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들은 망인이 자살하였음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함.




[ 법원의 판단 ]

보험금 청구자로서는 보험사고가 사고의 외형이나 유형상 피보험자의 과실 또는 제3자의 고의 또는 과실, 기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하여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거나 그것이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객관적 정황상 고의에 의한 사고라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면, 일응 ‘사고의 우연성’에 관한 입증을 다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여 이 사건 식당을 훼손한 후 2층에 있던 중에 불상의 원인으로 발생한 화재로 인하여 사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우므로 ‘사고의 우연성’은 입증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이 사건 식당에서 화재가 발생할 당시 CCTV상으로 망인이 자신의 차량을 식당 안으로 운행함으로써 식당 건물을 훼손하는 장면은 명확히 관찰되나, 망인이 직접 방화를 하는 장면은 나타나지 않는다.

 

②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법안전감정서상 ‘CCTV 자료상, 1층의 식당 내부로 차량이 이동된 후, 식당 내부에서 최초 화염이 식별되면서 연소가 확산되며 …중략… 1층 내부 좌측 부분에서 발화되었을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으나 …중략… 1층 및 2층에서 수거한 바닥 잔해에서 인화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아, 구체적인 발화개소 및 발화원인에 대한 단정은 어려운 상태임’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등 명확한 화재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망인이 식당 안으로 차량을 운전한 것과 관계없이 전기・기계적인 요인 등 불상의 원인으로 인하여 화재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

 

③ 망인이 식당의 소유권과 관련하여 불만을 표현하였지만, 친구 K는 이 사건 사고 이틀 전 2018. 12. 30. 망인과 전화통화 시에는 망인이 죽고 싶다거나 시댁식구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등의 부정적인 이야기는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망인이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여 식당을 훼손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방화하여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할 것을 계획했다거나 이를 실행에 옮겼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어, 망인이 이 사건 식당에서 화재가 발생할 당시에 자살의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피고들의 면책사유 주장에 대하여도, 위와 같은 사정 및 유서가 발견되지 않는 점, 소방서화재현장조사 결과에 의하더라도 화재원인이 확인되지 않는 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법화학감정서 회신결과에서도 인화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점, 망인에 대한 부검결과 말초혈액에서 에틸알코올 농도가 0.171%로 검출되어 사망 당시 주취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사망이 자살에 의한 것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면책사유인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함.




[ 설 명 ]

대상사건(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0가합16245 판결)에서 법원은 망인이 이 사건 사고 장소인 식당의 소유권 문제로 불만이 있어 가족회의를 한 후 자신의 승용차로 이 사건 식당에 진입하여 파손하는 등 이상행동을 한 직후에 화재가 발생하였고, 더구나 배우자에게 전화하여 ‘왜 나한테만 그러느냐, 살기 싫다’고 말한 직후 식당 2층에서 불길로 추정되는 빛이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하면, 망인의 방화로 화재가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는 것은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 역시 광주지방법원 2021. 4. 30. 선고 2020가단533094 판결(사망보험금 1번 사례), 광주지방법원 2021. 2. 17. 선고 2019나67356 판결(사망보험금 3번 사례), 대전지방법원 2021. 8. 18. 선고 2019가단123974 판결(사망보험금 7번 사례), 대구지방법원 2021. 4. 9. 선고 2019가단125246 판결(사망보험금 8번 사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험금 청구자로서는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하여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거나 그것이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객관적 정황상 고의에 의한 사고라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면 일응 ‘사고의 우연성’에 관한 입증을 다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보험자로서는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을 입증하여야 면책된다는 전제 하에서 판단하였다.

 

대상사건의 경우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이 배우자와의 전화통화시 ‘살기 싫다’는 말을 한 사실은 있으나, 이것을 자살의 결의나 유서에 준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반면, 망인의 혈중알콜농도가 만취수준이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조사에서도 화재원인이 명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인화물질 등 방화로 볼만한 증거가 달리 발견되지도 않았다. 그리고 승용차로 식당에 진입하였다는 것만으로 자살을 하려고 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러한 행위가 화재발생 가능성을 인지하고 한 것도 아니므로, 대상사건의 경우 적어도 화재발생 및 그로 인한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에 있어 우연성이 인정되는데 문제가 있지는 않다.

 

다만, 대상사건의 경우는 우연성 및 자살면책사유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사항에 대하여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망인은 화재 발생 직전까지도 친구 및 배우자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즉, 술에 취해 잠이 든 상황도 아니었는데, 화재발생 직후 탈출을 하지 못하고 사망에 이른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더구나 망인이 발견된 곳은 2층으로, 설령 대피로를 찾지 못했더라도, 뛰어내려 대피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와 같이 탈출을 시도한 정황이 있었는지, 탈출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는 자살인지 여부의 판단에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예컨대, 전주지방법원 2021. 10. 21. 선고 2020나7036, 2020나7043 판결, 사망보험금 10번 사례 참조). 따라서 화재가 급속도로 번졌고, 유독가스 흡입으로 곧바로 의식을 잃어 탈출을 하지 못한 경우인지, 아니면 탈출을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경우인지 CCTV 등을 통해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둘째, 대상판결은 망인에 대한 부검결과 말초혈액에서 에틸알코올 농도가 0.171%로 검출되어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이 상당한 주취상태였던 것으로 보았고, 이는 자살면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요 판단근거가 되었다. 그런데, 이는 사후 사체에 대하여 이루어진 것일 뿐 아니라, 망인은 신원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소사된 상태로 발견되었기 때문에, 위 에틸알코올 농도가 생전의 혈중알코올 농도와 차이가 있을 가능성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 더불어 망인이 사고 전 술을 마신 사실이 있는지, 마셨다면 어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등에 대하여는 가족회의 참석자 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망인은 사고 직전 친구와 전화통화시에도 대화는 전혀 하지 못하였고, 망인이 우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는 것과 실제로 차량을 몰고 식당에 진입하는 이상행동을 한 것을 볼 때,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할 정도로 만취했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혈중알콜농도, 당시 마신 술의 양 등이 증명된다면, 자살로 인정되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자유로운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는지 여부의 판단도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