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17.] 밤에 주거지를 나가 실종신고된 상태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피보험자에 대하여 우울증에 의한 자살로 보인다고 판단한 사례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0. 1. 선고 2021가합519330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원고 A는 2016. 10. 10. 피고와 사이에 피보험자를 망인 E(이하 ‘망인’), 사망보험금 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하여, 망인의 상해, 사망 등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함.

 

이 사건 보험계약의 일반상해사망보장 특별약관 및 일산상해사망・고도후유장해보장 특별약관에서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상해의 직접결과로써 사망한 경우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음.

 

원고 A는 망인의 배우자, 원고 B, C는 망인의 자녀로 망인의 법정상속인들임.

 

망인은 2020. 7. 17. 22:00경부터 23:23경까지 사이에 휴대전화와 집 열쇠 등을 소지하지 않은 채 하남시 F에 위치한 주거지에서 나왔고, 원고 A는 2020. 7. 17. 23:45경 잠에서 깨어 망인이 위 주거지에서 나간 사실을 알게 되어, 다음날 아침까지 망인이 귀가하지 않자 경찰에 실종신고를 함.

망인은 2020. 7. 18. 14:09경 실종신고를 받고 수색 중이던 하남경찰서 타격대 및 119소방대원에 의하여 하남시 00 부근 한강에 빠져 있는 사체로 발견됨.

 

원고들은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사망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망인이 ‘우연한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고, 오히려 자살하였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함.




[ 법원의 판단 ]

인보험계약에 의하여 담보되는 보험사고의 요건 중 ‘우연한 사고’라 함은 사고가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으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예견치 않았는데 우연히 발생하고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고를 의미하는 것이며, 이러한 사고의 우연성에 관해서는 보험금 청구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11. 11. 9. 선고 2001다55499, 55505 판결 등 참조).

 

망인의 요양급여내역상 망인이 사망 전 5년간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내역이 존재하지 않는 사실, 망인의 유서가 발견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그밖에 망인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등 뚜렷한 자살의 동기나 이유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망인이 ‘우연한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망인은 불상의 이유로 한강에 투신하여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이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1) 망인은 학교 급식소에서 일을 해 왔는데, ‘다른 직원들이 망인의 말을 안 들어준다’는 등의 이유로 직장생활을 힘들어 했고, 이를 알게 된 원고 A의 권유에 따라 2020. 6.말경 퇴직하였다. 망인은 퇴직 후에도 원고 A에게 ‘당신 그렇게 힘들었어? 나한테 이야기를 하지’라고 이야기를 하는 등 직장생활로 인하여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2) 망인은 평소 원고 A에게 자책하는 듯한 말을 자주 한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사망 이틀 전인 2020. 7. 16. 원고 A와 함께 한강변을 거닐면서 원고 A에게 ‘시어머니도 어머니도 나 때문에 돌아가신 것 아니냐’고 이야기했고, 사체가 발견된 장소 근처 벤치에 앉아 원고 A에게 주변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였다. 망인은 사망 전날인 2020. 7. 17. 저녁에도 원고 A에게 ‘창피해서 어떻게 살아’라고 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망인은 사망 직전 우울증을 겪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3) 망인은 2020. 7. 17. 22:00경 원고 A가 잠들자 핸드폰과 집 열쇠 등도 그대로 둔 채 주거지에서 나왔다. 망인의 주거지 CCTV에는 2020. 7. 17. 23:23경 망인이 엘리베이터 내에서 울면서 내려가는 모습이 촬영되어 있고, 팔당대교 주변 CCTV에는 망인이 2020. 7. 18. 00:05경 망인의 사체가 발견된 장소 부근인 팔당대교 남단에서 북단으로 걸어가는 모습, 같은 날 00:35경 다시 팔당대교 북단에서 남단으로 걸어와 자전거도로 방향(강변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촬영되어 있다.

 

4) 망인의 사망 직전 행적을 확인할 수 있는 위 장소 부근에 실수로 한강에 빠질 수 있을 만한 위험한 장소가 존재한다는 등의 사정을 찾아볼 수 없고, 경기남양주경찰서 과학수사팀의 검시 결과 망인의 사체에서 특이외상이 발견되지도 않았다.

 

5) 원고 A는 망인이 사망한 직후인 2020. 7. 18. 17:30경 수사관에게 ‘망인이 자살한 것 같다. 망인이 평소 우울증이 온 것 같아 자책하는 듯한 말을 많이 했고, 사망 전날인 2020. 7. 17.에도 자녀들에게 아파트를 줄 것인지, 퇴직금이 얼마나 될지 등 신변을 정리하는 듯한 이야기를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원고 A가 부검을 원치 않아 망인에 대한 부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6) 망인의 사망 사건을 조사한 경기남양주경찰서는 2020. 8. 7. ‘사건현장 및 망인의 사체 검시 결과, 주거지 및 현장 주변 CCTV 영상, 원고 A의 진술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망인이 신변을 비관하고 물에 뛰어 들어 자살한 것으로 보이고 범죄 관련성 찾아볼 수 없다’는 이유로 내사를 종결하였다.




[ 설 명 ]

대상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합519330 판결) 사안의 경우 피보험자인 망인이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전력도 없고, 유서를 남기지도 않았으며, 망인에게 달리 자살의 동기나 이유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은 망인이 ‘우연한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망인은 불상의 이유로 한강에 투신하여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망인의 사망사고의 우연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자살의 개연성이 높다고 보았으나, 그 판단 근거로 삼은 사유들을 살펴보면, 우연성에 대한 입증의 정도를 너무 엄격한 잣대로 본 측면이 있고, 사실상 보험자의 면책사유에 대한 입증책임을 보험금청구자에게 지운 결과나 다름없다고 판단된다.

 

광주지방법원 2021. 4. 30. 선고 2020가단533094 판결(사망보험금 1번 사례) 등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보험사고의 요건인 사고의 우연성의 개념에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아니한 것’이라는 의미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그에 관한 입증책임을 보험금 청구자가 부담한다고 보는 것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보고 그에 관한 입증책임은 보험자가 부담한다고 보는 것과 일견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다수의 판결례들은 보험금 청구자로서는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하여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거나 그것이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객관적 정황상 고의에 의한 사고라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면 일응 ‘사고의 우연성’에 관한 입증을 다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보험자로서는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을 입증하여야 면책된다는 전제 하에서 판단하여 오고 있다.

 

이에 반해 대상판결 사안의 경우 과연 망인의 사망사고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하여 발생할 가능성조차도 입증되지 않았고,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이 입증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

 

먼저 전자와 관련하여서는 결국 망인이 실족 등 실수로 한강에 빠져 익사하였을 가능성이 있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와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망인의 사망 직전 행적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 부근에 실수로 한강에 빠질 수 있을 만한 위험한 장소가 존재한다는 등의 사정을 찾아볼 수 없고, 경기남양주경찰서 과학수사팀의 검시 결과 망인의 사체에서 특이외상이 발견되지도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실 판결이유에서 망인이 우연히 한강에 빠졌을 가능성과 관련한 사실인정 부분은 이점이 유일하다.

 

 

출처 : 카카오맵 로드뷰(2015년 7월) 

 

 

판결문만으로는 정확한 사고 지점이 어디인지 확인하기 어려우나, 망인이 익사한 채로 발견된 지점이 한강으로 추락한 지점과 같은 곳인지도 분명하지 않고, 추락한 지점이 어디인지도 불명확한 상태에서 실수로 한강에 빠질 수 있을만한 위험한 장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오히려 사고 인근 지점으로 추정되는 팔당대교 남단 인근 자전거도로 부근(카카오맵 로드뷰 영상 참조)을 살펴보면, 한밤중에 길을 걷다가 강쪽으로 추락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곳 자전거도로는 한강쪽에는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난간이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일부 미설치된 구간도 있고, 미설치된 구간 아래쪽으로는 강물과 바로 인접한 쪽에 보행자가 걸을 수 있는 폭이 좁은 포장로가 설치되어 있다. 또한 자전거도로 아래쪽으로 비탈져 있으며,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 간격이 매우 멀어 사건 발생시각인 한밤중에는 꽤 어두웠을 것으로 보인다. 즉, 자전거도로 아래쪽 폭이 좁은 길을 걷다가 추락했을 가능성이나 자전거도로 가장자리 쪽으로 걷다가 난간이 설치되지 않은 구간에서 비탈진 쪽으로 발을 헛디뎌 아래쪽으로 미끄러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망인의 경우 직장생활 중 스트레스를 받았던 점, 자신을 자책하여 온 점, 한밤중에 휴대폰도 놓고 외출하여 강변을 걷는 이상행동을 한 점 등 이 사건 당시 우울증이 발병했을 것으로 의심될만한 정황은 있으나,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적도 없고, 그 치료를 고려할 정도로 증상이 심했다고 볼만한 사정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달리 자살의 동기나 이유가 없고, 자살시도를 한 적도, 자살을 암시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인 적도 없다. 오히려 망인은 배우자와 사이가 돈독해 보였던 사정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보면, 자살의 위험성이 높은 상태였다고까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경찰조사 결과도 망인의 사망사고와 관련하여 범죄혐의점을 찾기 어렵다는 정도일 뿐, 자살이라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망인의 사망사고에 대하여 실족에 의한 익사사고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 대상판결이 적시한 사정만으로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을 입증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