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18.] 폐암말기 환자가 비관 자살한 경우 암사망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부산고등법원 2021. 3. 25. 선고 2020나54473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망인은 2014. 7. 4.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여 피고와 사이에 F암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위 암보험계약 암사망특약은 피보험자가 암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하여 사망하였을 경우를 보험금 지급사유로 하고 있음(암보험 부분만 사건개요로 정리함).

 

망인은 2017. 9. 28.경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등을 받으며 투병하던 중 2018. 2. 10. 00:23경 경주시 구황동 704-5에 있는 분황사건널목에서 철로 위에 목 부위를 올려놓고 엎드린 채 누워 있다가 운행 중이던 열차에 의해 목이 절단되어 사망함.

 

 

 

[ 법원의 판단 ]

가. 망인의 사망이 ‘암을 직접원인으로 한 것’이거나 암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인지 여부

 

질병사망 보험금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질병으로 인하여 보험기간 중에 사망한 경우에 지급되는 것으로서, 질병 그 자체가 원인이 되어 사망한 경우가 아니라 외래성이 개입되어 사망하였다면 이는 질병으로 인하여 사망한 것이 아닌 상해로 인하여 사망한 것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다114158, 2012다114165 판결 및 그 원심인 광주고등법원 2012. 10. 31. 선고 2011나5454, 2011나5461 판결 참조).

 

이 사건 00암보험의 암사망특약 약관 제3조에서 암사망보험금의 지급사유로 ‘암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하였을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피보험자가 외래의 원인행위가 개입됨이 없이 암 그 자체를 이유로 사망하거나 암으로 유발된 신체적 결함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의해 사망한 경우만을 보험사고로 보아 담보한다는 의미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그런데 이 사건 암보험의 피보험자인 망인은 스스로 철로 위에 목 부위를 올려놓고 엎드린 채 누워 있다가 운행 중이던 열차에 의해 목이 절단된 결과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망인의 ‘자살’이라는 외래의 원인행위가 개입되어 사망하였음에는 다툼이 없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암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하였을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질병사망보험인 이 사건 암보험이 담보하는 보험사고라고 볼 수 없다.

 

원고는 설령 망인이 자살하지 않았더라도 폐암 말기로 조만간 사망에 이르렀을 개연성이 매우 높으므로 망인의 자살이라는 우연한 외래의 행위가 망인의 폐암발병과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방해할 수 없어, 결국 망인의 사망은 ‘암을 직접원인으로 한 것’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5, 8, 10, 12, 13호증(가지번호 포함), 을나 제3호증의 3, 4의 각 기재만으로는 망인의 사망이 폐암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면역항암치료법이 말기암 환자들을 상대로는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거나, 망인의 체중이 2017. 10. 18.경 약 51.54kg에서 2017. 12. 14.경 46.28kg으로 약 2달 만에 5kg 정도나 급격히 감소하였다거나, 망인을 진단한 의사가 망인에게 ‘기대여명이 짧게는 3~6개월, 길게는 1~2년 정도밖에 안 된다’는 말을 하였다는 R의 진술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망인이 폐암으로 인해 조만간 사망할 처지였다는 원고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하다.

 

나. 망인이 ‘심심상실 등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


① 망인이 항암치료 기간을 전후로 정신질환을 호소하였다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자료는 드러나 있지 않은 점,

 

② 망인에 대한 항암치료를 담당하였던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측의 진료기록부에서도 망인이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특별한 이상 증세를 보였다는 정황은 엿보이지 않는 점,

 

③ 망인이 입원치료와 외래진료를 반복하면서도 병원 측의 지시에 순응하면서 협조적인 자세를 보였던 점,

 

④ 망인이 평소 T내과의원에서 처방받은 수면제 등 환각성 약물을 그 용법과 용량을 넘어 과도하게 복용하였다고 볼 근거도 찾기 어려운 점,

 

⑤ 기찻길 선로에 누워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맡기는 자살방법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상당한 통제력이 필요한 행위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이 사건 사고(자살) 당시 자신의 신병을 비관하여 상당한 감정의 기복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는 있으나, 거기서 더 나아가 자신의 행위와 그로 인한 결과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처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 설 명 ]

대상판결(부산고등법원 2020나54473 판결) 사안은 암으로 진단 확정된 후 암 자체로 인하여 사망한 것이 아니라, 자살과 같은 다른 원인이 직접 작용하여 사망한 경우에도 암사망보장특약에 기한 암사망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대법원은 질병사망특약에 기한 질병사망보험금 청구와 관련하여, 목을 매 자살한 경우 외부적인 행위로 인한 상해사망 보험사고로서 질병사망 특별약관이 보장하는 보험사고인 피보험자의 질병 그 자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한 질병사망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바 있다(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3다18929 판결,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다114158, 2012다114165 판결 참조).

 

대상판결 역시 암사망보험금의 지급사유로 ‘암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하였을 경우’로 정하고 있음에 기초하여, 위 대법원 판결의 법리에 따라 판단하였다. 즉, 자살을 한 경우는 암 자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이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직접적인 원인’으로 인과관계를 제한하고 있는 약관규정의 해석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면서도, 대상판결은 망인이 폐암말기로 조만간 사망할 처지였다는 점과 관련하여, 망인이 폐암으로 인해 가까운 시일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되었으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망인의 사망이 폐암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폐암으로 인하여 가까운 시일 내에 사망할 개연성이 높았던 경우라면, 그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보아야 할까?, 생각건대, 암을 직접 원인으로 한 사망의 경우로 한정하는 해석에 기초하는 한 그 결론이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망인의 폐암과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까지 부정한 것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이 사건 암보험의 경우와 달리 암사망보장특약에서 암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로 제한하지 않고, 암으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로 정하고 있는 경우는 그 판단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 아래에서 예로 든 무배당 메리츠 걱정없는 암보험(1604) 1종 ‘갱신형 암사망・고도후유장해보장 특별약관’의 경우와 같이, 암사망보험금 지급사유를 ‘암으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로 규정하여, 암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요할 뿐, 그 인과관계를 직접적인 경우로 한정하고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출처 : 무배당 메리츠 걱정없는 암보험(1604) 1종 갱신형 암사망・고도후유장해보장 특별약관 中 

 

 

 출처 : 라이나생명 ‘무배당 실버암사망특약(갱신형)’ 약관(2022. 4. 1.~) 中

 

 

위와 같이 ‘직접적인 원인’일 것을 요하지 않은 경우 진단확정된 암과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암사망보험금 지급사유를 충족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참조할만한 판결례를 살펴보면, 대법원 1972. 4. 20. 선고 72다268 판결은 광산사고로 후유장해가 남은 피해자가 생활고와 사고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을 이기지 못하여 비관자살을 한 경우 그 사고와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였고, 

 

대법원 1999. 7. 13. 선고 99다19957 판결은 교통사고로 오른쪽 하퇴부에 광범위한 압궤상 및 연부조직 손상 등의 상해를 입은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사고 후 12개월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다리부위에 보기 흉한 흉터가 남았고 목발을 짚고 걸어다녀야 했으며 치료도 계속하여 받아야 했는데 이로 인하여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자신의 상태를 비관, 농약을 마시고 자살한 경우, 교통사고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바 있다.

 

위와 같은 판결례에 비추어 보면, 대상판결 사안에서 망인이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았으나 치료효과를 보지 못하던 중 주치의로부터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크게 낙담한 상황이었던 점, 막대한 치료비로 인해 경제적 궁핍에 직면하여 수면장애로 약물처방을 받는 등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진단 확정된 폐암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는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대상사건의 경우에는 대상판결이 적시한 바와 같이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점까지 인정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자살면책사유의 예외가 인정되지 않아 암사망보험금 지급을 받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이와 달리, 암으로 인한 심한 우울증이 동반된 경우였다면 자살면책의 예외사유가 인정될 여지가 있고, 약관상 인과관계 범위를 ‘직접적인’ 경우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면, 자살의 경우라도 암과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 암사망보험금이 지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