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 6.]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게 부동산의 소유지분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서울고등법원 2021. 4. 22. 선고 2020노453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피고인은 2007년경 직장동료로 친분이 있던 피해자 B의 부 C와 모 D와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 지분 각 1/3에 관하여 명의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C와 D가 사망하면 그 상속인들에게 소유명의를 돌려주기로 약정을 하고, 2007. 12. 27. 피고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함.

 

이후 C와 D가 2015. 4. 30.과 2016. 6. 19. 각 사망하면서 그들의 상속인인 피해자 B 등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부동산 지분을 돌려달라고 하였음에도 피고인은 2019. 6. 초순경까지 이 사건 부동산의 지분 2/3 시가 563,976,600원 상당의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이를 횡령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됨.

 

 

[ 법원의 판단 ]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그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무효인 명의신탁 약정 등에 기초하여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말소등기의무의 존재나 명의수탁자에 의한 유효한 처분가능성을 들어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므로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한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약정 및 이를 전제로 한 반환약정 등은 원칙적으로 모두 무효이므로, 중간생략형 명의신탁 관계에서는 물론이고 양자간 명의신탁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에도 명의수탁자에게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 설 명 ]

대법원은 과거 명의수탁자가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횡령죄의 성립여부와 관련하여, 명의신탁 유형에 따라 판단을 달리하여 왔다. ‘양자간 명의신탁’과 ‘중간생략형 명의신탁’의 경우는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하였으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는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여 왔다.

먼저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을 소유자로부터 명의수탁 받은 자가 이를 임의로 처분하였다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며, 그 명의신탁이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시행 전에 이루어졌고 같은 법이 정한 유예기간 이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이 무효로 된 후에 처분행위가 이루어졌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도12009 판결 등)고 판단하였고,

 

‘중간생략형 명의신탁’의 경우는 「부동산을 그 소유자로부터 매수한 자가 자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제3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제3자 앞으로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경우, 그 제3자가 그와 같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자기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신탁자와의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8556 판결 등)고 판단하였다.

 

이에 반해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매도인이 선의인 경우이든 악의인 경우이든 횡령죄 성립을 부정하여 왔다. 먼저 매도인이 선의인 경우에는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인바,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및 제4조의 규정에 의하면, 신탁자와 수탁자가 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이에 따라 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 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 사이에서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기하여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수탁자 명의로 경료한 경우에는, 그 소유권이전등기에 의한 당해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유효하고, 한편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이므로, 결국 수탁자는 전 소유자인 매도인뿐만 아니라 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유효하게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그 수탁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등)고 판단하였다.

 

매도인이 악의인 경우에도,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 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유자와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명의수탁자 명의로 마친 경우에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되므로, 명의수탁자는 부동산 취득을 위한 계약의 당사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또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매매대금 등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도7361 판결)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중간생략형 명의신탁’의 경우와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에 대하여도 모두 횡령죄 성립을 부정하는 것으로 판례를 변경하였다. 먼저,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은 기존의 판례를 폐기하고,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은 「말소등기의무의 존재나 명의수탁자에 의한 유효한 처분가능성을 들어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므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함으로써, 역시 횡령죄 성립을 부정하였다.

 

위 서울고등법원 2020노453 판결은 위와 같이 변경된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