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 13.] 경매절차에서 매수대금을 부담하면서 다른 사람 명의로 매각허가결정을 받은 경우 명의신탁관계 성립 여부

(제주지방법원 2021. 5. 13. 선고 2018가합1182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피고는 원고와 2015. 8.경부터 2017. 1.경까지 동거했던 사이임. 피고는 2017. 1. 9.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공유물분할을 위한 경매절차(이하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매각허가결정을 받았는데, 위 경매절차에서 입찰보증금은 같은 날 원고(선정당사자)의 동생인 선정자 C의 계좌에서 지급됨.

 

이후 선정자 C, D와 E는 피고에게 2017. 2. 20.부터 같은 달 23.경까지 사이에 2억 2,500만 원을 송금함. 피고는 2017. 2. 23. 대출받은 4억 원에다 선정자 C 등이 송금한 돈을 보태어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취ㆍ등록세 등 취득비용 31,078,230원과 잔여 매각대금 593,698,300원을 각 지급한 후 같은 날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

 

E는 피고에게 지급한 4,5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채권을 원고에게 양도하고, 같은 날 피고에게 채권양도 사실을 통지함.

 

원고(선정당사자)는 선정자 등을 대리하여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우선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되 향후 각자가 제공한 매수대금에 비례하여 지분이전등기를 하기로 하는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였는데,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이므로, 선정자 등은 피고에게 지급한 매수대금 및 취득비용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것을 청구함.

 

 

 

[ 법원의 판단 ]

부동산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을 매수하려는 사람이 매수대금을 자신이 부담하면서 다른 사람의 명의로 매각허가결정을 받기로 그 다른 사람과 약정함에 따라 매각허가가 이루어진 경우 그 경매절차에서 매수인의 지위에 서게 되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그 명의인이므로 경매 목적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수대금을 실질적으로 부담한 사람이 누구인가와 상관없이 그 명의인이 취득한다고 할 것이고, 이 경우 매수대금을 부담한 사람과 이름을 빌려 준 사람 사이에는 명의신탁관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다664 판결).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선정자 등이 매수자금을 일부 부담하면서 피고 명의로 매각허가결정을 받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으므로, 앞서 살펴본 법리에 따라 선정자 등과 피고 사이에 명의신탁관계가 성립되었다고 할 것이다.

 

부동산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을 매수하려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의 명의신탁약정 아래 그 사람의 명의로 매각허가결정을 받아 자신의 부담으로 매수대금을 완납한 경우, 경매목적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수대금의 부담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 명의인이 취득하게 되고, 매수대금을 부담한 명의신탁자와 명의를 빌려 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이므로,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그 부동산 자체의 반환을 구할 수는 없고 명의수탁자에게 제공한 매수대금에 상당하는 금액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질 뿐이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6다73102 판결 등).

 

명의수탁자가 소유권이전등기를 위하여 지출하여야 할 취득세, 등록세 등을 명의신탁자로부터 제공받았다면, 이러한 자금 역시 위 계약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하여 매매대금과 함께 지출된 것이므로, 당해 부동산의 매매대금 상당액 이외에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지급한 취득세, 등록세 등의 취득비용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계약명의신탁약정의 무효로 인하여 명의신탁자가 입은 손해에 포함되어 명의수탁자는 이 역시 명의신탁자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07다90432 판결). 선정자 등과 피고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에 따라 무효이므로,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은 피고에게 귀속되고, 피고는 선정자 등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의 매수자금과 취득비용으로 지급받은 돈을 부당이득으로서 선정자 C, D 및 E의 채권양수인인 원고(선정당사자)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

 

 

 

[ 설 명 ]

부동산경매절차에서 매수자금을 실제로 부담하는 사람이 타인 명의로 입찰하여 매각허가가 이루어진 경우는 타인 명의로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와 유사하고, 따라서 법원은 이 경우에도 매수대금을 부담한 사람과 이름을 빌려준 사람 사이에 명의신탁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해 오고 있다.

 

다만,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매도인이 명의신탁약정 사실을 알고 있던 경우에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는 반면, 부동산경매절차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경매절차에서의 소유자가 위와 같은 명의신탁약정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소유자와 명의신탁자가 동일인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그 명의인의 소유권취득이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무효로 되지 않는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2다69197 판결). 경매가 사법상 매매의 성질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법원이 소유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그 소유물을 처분하는 공법상 처분으로서의 성질을 아울러 가지고 있고, 소유자는 경매절차에서 매수인의 결정 과정에 아무런 관여를 할 수 없는 점, 경매절차의 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경매부동산의 소유자를 위 제4조 제2항 단서의 ‘상대방 당사자’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위 대법원 2012다69197 판결).

 

결국 부동산경매절차에서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부동산을 명의수탁자 명의로 취득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경매부동산의 소유자가 선의인지, 악의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매수대금 상당의 금액과 취득비용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밖에 없다.

 

 

[ 용어설명 및 관련 법령 ]

* “명의신탁약정”(名義信託約定) :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나 그 밖의 물권을 보유한 자 또는 사실상 취득하거나 취득하려고 하는 자[실권리자(實權利者)]가 타인과의 사이에서 대내적으로는 실권리자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하거나 보유하기로 하고 그에 관한 등기는 그 타인의 명의로 하기로 하는 약정, 즉,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타인 명의로 하기로 하는 약정.

 

* “명의신탁자”(名義信託者) :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자신의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타인의 명의로 등기하게 하는 실권리자. 즉, 타인 명의 부동산의 실권리자.

 

* “명의수탁자”(名義受託者) :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실권리자의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자신의 명의로 등기하는 자. 즉, 타인 명의 부동산의 등기명의자.

 

* “사해행위” :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증여하거나 매도하여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할 재산을 부족하게 만드는 것과 같이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행한 채무자의 법률행위를 말함.

 

*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약칭 : 부동산실명법)

제4조(명의신탁약정의 효력) ①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한다.

②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제1항 및 제2항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