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 16.] 매도인이 계약명의신탁약정 사실을 알고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 매매계약의 효력

(서울고등법원 2021. 7. 1. 선고 2020나2036503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피고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인 B의 미등기 임원의 딸로, 원고와 사이에 2019. 5. 1. 원고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을 매매대금 602,100,000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를 체결하면서, 계약 당일 계약금 60,210,000원을 지급하고, 잔금 541,890,000원은 2019. 11. 1. 지급하기로 약정함.

 

이후 2019. 9. 1. 위 잔금 중 241,890,000원은 2019. 11. 5. 지급하고, 나머지 3억 원은 2020. 2. 28. 지급하는 것으로 잔금 지급기일을 변경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서가 다시 작성됨.

 

원고는 B로부터 2019. 5. 2. 계약금 60,318,000원, 2019. 11. 5. 잔금 241,890,000원을 각 지급받았고, B(1심 공동피고)와 피고를 상대로 미지급받은 잔금 3억 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함.

 

 

 

[ 법원의 판단 ]

어떤 사람이 타인을 통하여 부동산을 매수함에 있어 매수인 명의 및 소유권이전등기 명의를 타인 명의로 하기로 한 경우에, 이와 같은 매수인 및 등기 명의의 신탁관계는 그들 사이의 내부적인 관계에 불과하므로, 상대방이 명의신탁자를 매매당사자로 이해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외적으로는 계약명의자인 타인을 매매당사자로 보아야 하며, 설령 상대방이 그 명의신탁관계를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계약명의자인 타인이 아니라 명의신탁자에게 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직접 귀속시킬 의도로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대법원 2016. 7. 22. 선고 2016다207928 판결 등).

 

원고는 피고와 B 사이의 명의신탁관계를 알고 있었다고 인정되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계약명의자인 피고가 아니라 B에게 매매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직접 귀속시킬 의도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의 당사자는 원고와 계약명의자인 피고로 봄이 타당하고, 피고와 B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은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한다.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매매계약을 체결한 소유자도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을 알고 있는 경우, 그 약정 및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의 규정에 따라 무효이고, 매도인과 명의수탁자가 체결한 매매계약도 원시적으로 무효이다.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피고와 B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약정을 맺었고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원시적으로 무효이다.(원고 항소 기각)

 

 

 

[ 설 명 ]

위 사건은 태양광발전사업을 하는 회사인 B가 태양광발전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원고로부터 매수하면서 미등기임원의 딸인 피고 명의로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이다. 법원은 매매계약 당사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의수탁자인 피고로 보아야 하고, 매매계약 체결 경위나 매매대금 지급을 B가 한 점, 원고가 피고와 B를 공동피고로 하여 소를 제기한 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매매계약 당사자는 B가 아닌 피고이고, 매도인인 원고가 B와 피고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사실을 알았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위 사건의 경우 매도인인 원고가 명의수탁자인 피고를 상대로 매매계약이 유효임을 전제로 매매대금 청구를 하는 사건인데, 계약명의신탁 사례에서 매도인이 악의인 경우 매도인과 명의수탁자 사이의 매매계약의 효력이 유효한지가 쟁점이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은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을 무효로 하고 있을 뿐, 계약명의신탁에서 매도인이 명의신탁약정 사실을 알았던 경우 매도인과 명의수탁자 사이의 매매계약의 효력에 대하여는 따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경우 매도인과 명의수탁자가 체결한 매매계약도 원시적으로 무효하고 일관되게 판단해 오고 있다(대법원 2016. 6. 28. 선고 2014두6456 판결 등). 따라서 명의수탁자는 매도인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할 수 없고, 매도인 역시 매매계약에 기하여 매매대금 청구를 할 수 없는 것이다.

 

 

[ 용어설명 및 관련 법령 ]

* “명의신탁약정”(名義信託約定) :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나 그 밖의 물권을 보유한 자 또는 사실상 취득하거나 취득하려고 하는 자[실권리자(實權利者)]가 타인과의 사이에서 대내적으로는 실권리자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하거나 보유하기로 하고 그에 관한 등기는 그 타인의 명의로 하기로 하는 약정, 즉,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타인 명의로 하기로 하는 약정.

 

 

* “명의신탁자”(名義信託者) :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자신의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타인의 명의로 등기하게 하는 실권리자. 즉, 타인 명의 부동산의 실권리자.

 

* “명의수탁자”(名義受託者) :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실권리자의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자신의 명의로 등기하는 자. 즉, 타인 명의 부동산의 등기명의자.

 

* “사해행위” :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증여하거나 매도하여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할 재산을 부족하게 만드는 것과 같이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행한 채무자의 법률행위를 말함.

 

 

*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약칭 : 부동산실명법)

제4조(명의신탁약정의 효력) ①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한다.

②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제1항 및 제2항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