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기해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례

(대전지방법원 2021. 6. 23. 선고 2021고합75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피고인은 2020. 12. 26. 14:30경 대전 유성구 00 앞 이면도로를 미상의 속도로 진행하게 되었는데, 그곳은 어린이보호구역이었고, 도로 양쪽에 자동차들이 주차되어 있었음.

 

피해자(남, 7세)는 다른 어린이들과 술래잡기 놀이를 하는 과정에서 파고인 운전의 차량과 같은 방향으로 보도를 달리던 중 급격히 방향을 전환하여 주차된 차량들 사이의 공간을 통해 갑자기 도로로 튀어나왔고, 이후 피고인 운전 차량과 반대 방향으로 달리면서 위 차량의 좌측 앞부분에 충돌하였음(이하 ‘이 사건 교통사고’).

 

이 사건 교통사고로 피해자는 약 10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좌측 하지 경비골 몸통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고, 검사는 피고인이 전방 및 좌우를 주시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한 과실로 진행방향 좌측에서 뛰어나오던 피해를 충격하였다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어린이보호구역치상)으로 기소함.

 

 

 

[ 법원의 판단 ]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어린이보호구역상 제한속도를 위반하여 빠른 속도로 운전하였다거나 달리 교통법규를 위반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점, 피해자는 주차되어 있는 차량들 사이에서 순간적으로 짧은 시간에 도로로 뛰어들어 피고인이 전방 및 좌우주시를 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점,

 

특히 주행 중 운전자가 전방의 위험상황을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아 실제 제동이 걸리기 시작할 때까지의 시간인 ‘공주시간’은 통상적으로 0.7~1초로 보는데, 피고인이 피해자를 인식할 수 있었던 시점부터 충돌시점까지 소요된 시간은 0.5~0.6초 정도에 불과하므로,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를 인지한 이후 물리적으로 가능한 최단 시간 내에 차량의 제동조치를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를 피하기는 불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차량을 운행하던 중 어린이인 피해자 등이 보도에서 피고인 운행 차량과 같은 방향으로 뛰어가는 모습을 발견하였다고 하여 이로써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이례적인 방법으로 갑자기 도로로 진입하는 것까지 예상하여야 한다거나 그에 따른 사고를 방지하여야 할 법률상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전방 등 주시의무나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 등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 설 명 ]

도로교통법 제12조 제1항은 시장 등은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일정 구간을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자동차 등과 노면전차의 통행속도를 시속 30킬로미터 이내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은 차마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위 제한속도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소위 ‘민식이법’이라고 말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약칭 ‘특가법’) 제5조의13(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은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의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제한속도(시속 30km) 및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13세 미만인 사람)에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가중처벌(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위 민식이법상 가중처벌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 이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으로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제한속도를 준수할 의무 및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행할 의무를 운전자의 주의의무 내용으로 규정하고 있다(위 대전지방법원 2021고합75 판결 이유 中). 위 사안의 경우 검사는 피해자가 술래잡기 놀이를 하다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발생한 사고이기는 하지만, 피고인으로서는 위 놀이를 하는 것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으므로, 어린이가 놀이 중 갑자기 도로로 뛰어드는 상황에 대비하였어야 한다고 보아 과실이 있다고 본 듯하다. 실제로 대법원 판결례 중에는 운전자의 업무상 주의의무에는 차도 주변 어린이 보행자가 차도로 뛰어드는 경우를 예견해야 한다고 본 예도 있다(대법원 1970. 8. 18. 선고 70도1336 판결).

 

이에 반해 법원은 위 사안에서 피고인이 제한속도(시속 30km)를 위반하였다는 증거가 없고, 사고 장소가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어 있는 곳으로서, 인도에서 차도로 갑자기 뛰어들었다가 방향을 바꾸는 상황까지 쉽게 예측하기도 어렵다는 점, 이 사건 교통사고의 경우 피고인이 제동조치를 적절히 하였더라도 사고를 회피할 수 없을 정도로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고였던 점 등을 고려하여 과실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민식이법 역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의 가중처벌 규정으로, 그 본질은 업무상 과실범죄에 있는 것이므로, 신뢰의 원칙과 결과의 회피가능성이라는 과실 유무의 판단 잣대를 적용하여 판단할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교통사고 사례에서 신뢰의 원칙과 결과의 피회가능성이라는 잣대를 동원하여 업무상 과실을 부정한 사례가 적지 않다. 예컨대, 대법원 1995. 7. 11. 선고 95도382 판결은 「두 줄의 황색중앙선 표시가 있는 편도 2차선의 직선도로상을 운행하는 차량의 운전자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향에서 운행하여 오는 차량이 도로중앙선을 넘어 자기가 진행하는 차선에 진입하지 않으리라고 믿는 것이 우리의 경험법칙에 합당하다고 할 것이고, 또 반대차선에 연결된 소로에서 주도로로 진입하는 차량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차량이 법률상 금지된 중앙선을 침범하여 자기가 진행하는 차선에 진입하는 범법행위까지를 예상하여 자기가 운전하는 차량을 서행하거나 일일이 그 차량의 동태를 예의주시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고, 또 사실관계가 원심이 인정한 대로라면 피고인에게 회피가능성이 있다고도 보기 어려운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차량 운전자의 업무상 주의의무에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업무상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한바 있다.

 

 대전지방법원 2021. 6. 23. 선고 2021고합75 판결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교통사고 가해운전자의 형사책임과 관련하여 중요한 판단잣대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