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상태에서 운전석에 있었고 차량이 이동한 증거가 있음에도 음주운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사례

(대전지방법원 2017. 2. 7. 선고 2016노1395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피고인은 2015. 12. 22. 13:20경 혈중알콜농도 0.128%의 술에 취한 상태로, 대전 서구 괴정동의 롯데백화점 여성주차장 내에서 승용차를 약 5m 정도 운전하였다는 사실로 기소되었음. 1심에서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고, 피고인이 항소.

 

 

 

[ 법원의 판단 ]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사건 당일 새벽까지 인근에서 술을 마시고 자동차 안에서 잠을 잤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사건 현장을 촬영한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길 가장자리에 주차되어 있던 피고인의 자동차가 조향장치를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로 전방으로 5미터 정도를 이동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자동차는 위와 같이 움직여 피해차량과 접촉한 이후 사고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출동할 때까지 그 상태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고, 피고인 또한 자동차 안에 계속 이었던 점,

 

자동차는 일직선으로 천천히 움직이다가 앞에 주차된 차량을 충격하였는데, 그 이동거리에 비추어 피고인이 자동차를 운행할 의도였다면 오른쪽으로 조향장치를 움직였을 것으로 보이고, 그 차량이 빠져나올 공간도 충분해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운전석에서 자고 있었는데 자기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자동차가 움직인 것 같다는 피고인의 변소를 배척하고,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술을 마신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 설 명 ]

위 사안의 경우 음주를 한 상태에서 운전석에 앉아 있는 동안 차량이 5m 가량 이동하였음은 증거상 명백하다. 최근 법원은 음주 상태에서 불과 30cm를 운전한 사건에서도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사례(서울남부지방법원 2017. 9. 7. 선고 2017고정389 판결)가 있음에 비추어 보면, 이례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도로교통법상 '운전'이라 함은 도로에서 차를 그 본래의 사용 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말하는 운전의 개념은 그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목적적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고의의 운전행위만을 의미하고 자동차 안에 있는 사람의 의지나 관여 없이 자동차가 움직인 경우에는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 자동차를 움직이게 할 의도 없이 다른 목적을 위하여 자동차의 원동기(모터)의 시동을 걸었는데, 실수로 기어 등 자동차의 발진에 필요한 장치를 건드려 원동기의 추진력에 의하여 자동차가 움직이거나 또는 불안전한 주차상태나 도로여건 등으로 인하여 자동차가 움직이게 된 경우는 자동차의 운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4도1109 판결, 대법원 2016. 11. 24. 선고 2016도12407 판결 등).

 

법원은 위와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이 운전할 목적이 아니라 추워 온풍기를 가동하기 위해 시동을 걸었고, 비상금을 찾기 위해 조수석 아래를 뒤지다가 후진 기어를 잘못 조작하여 후진하게 되었다고 주장한 사례에서, 피고인이 자동차를 고의로 운전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바도 있다(청주지방법원 2013. 9. 12. 선고 2013고정393 판결).

 

위 사안의 경우도 정황상 상당한 의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술에 취해 잠을 자고 있는 사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차량이 움직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달리 피고인에게 자동차를 움직이게 할 의도 하에 이를 이동시켰음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음주운전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