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루어진 음주측정 요구가 위법하다고 보아 음주측정거부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사례

(춘천지방법원 2021. 8. 27. 선고 2020노522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피고인은 2019. 9. 20. 21:01경 택시승강장에서 술에 취해 차량을 운전하고 소란까지 피운다는 택시기사들의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관들에 의해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 및 경범죄처벌법위반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됨.

 

이후 같은 날 21:25경 00경찰서 00지구대에 도착한 다음 경찰관들로부터 같은 날 22:15경 1차, 같은 날 22:29경 2차, 같은 날 22:35경 3차에 걸쳐 음주측정 요구를 받았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음.

 

이에 검사는 피고인을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 등으로 기소함.

 

 

 

[ 법원의 판단 ]

다음과 같은 사정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에 대한 현행범인 체포는 현행범인 또는 준현행범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어서 위법하다(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루어진 음주측정 요구 또한 위법하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한 원심 유지).

 

○ 피고인은 2019. 9. 20. 20:42경 자신의 집 앞에 차량을 추자한 후, 택시를 타고 같은 날 20:52경 체포현장인 00택시부 택시 승강장에 도착하였으며, 그곳에서 21:01경 체포되었다. 피고인은 범인으로 호칭되어 추적되던 중 체포된 것이 아니라, 음주운전 종료 장소에서부터 상당한 거리를 자발적으로 이동한 후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하였다’는 택시기사들의 진술에 의하여 비로소 범인으로 특정되어 체포된 것이다. 이러한 택시기사들의 진술이나 술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피고인의 외관은 피고인이 과거 어느 시점에 음주운전을 하였다는 점에 관한 정황증거는 될 수 있겠으나, 이 같은 사정만으로는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보아 피고인이 방금 음주운전 범행을 실행한 범인이라는 점에 관한 죄증이 명백했다고 볼 수 없다.

 

○ 피의자가 ‘신체 또는 의복류에 현저한 증적이 있는 때’에는 현행범인으로 간주한다(형사소송법 제211조 제2항 제3호). 현저한 증적이란 외부적ㆍ객관적으로 명백한 증적을 의미하고, 예컨대 신체의 부상, 혈흔의 부착, 의복의 파손 등을 종합할 때 죄를 범한 범인임이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체포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다소 술에 취해 보였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는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한 범인이라는 것이 명백하다고 볼 수 없고, 현행범인에 준하여 피고인을 영장 없이 체포하여야 할 요건을 갖추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 설 명 ]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2항은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으로서 같은 법 제44조 제2항에 따른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아니하는 사람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위 사안에서 법원은 위와 같은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하려면, 경찰공무원의 음주측정 요구가 적법할 것임을 전제하는데, 경찰관의 음주측정 요구가 현행범인 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위법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 역시 위법하다고 보아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현행범인 체포 요건을 살펴보면, 형사소송법 제211조(현행범인과 준현행범인)는 범죄의 실행 중이거나 실행의 즉후인 자를 현행범인으로(제1항), 범인으로 호창되어 추적되고 있는 때(제2항 1호), 장물이나 범죄에 사용되었다고 인정함에 충분한 흉기 기타의 물건을 소지하고 있는 때(제2항 2호), 신체 또는 의복류에 현저한 증적이 있는 때(제2항 3호), 누구임을 물음에 대하여 도망하려 하는 때(제2항 4호)를 준현행범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 사안의 경우 제2항 1호나 4호 사유는 살펴볼 수 없고, 제1항의 범죄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이나 제2항 2호 내지 3호의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먼저 형사소송법 제211조가 현행범인으로 규정한 '범죄의 실행행위를 종료한 직후'라고 함은, 범죄행위를 실행하여 끝마친 순간 또는 이에 아주 접착된 시간적 단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보아 체포를 당하는 자가 방금 범죄를 실행한 범인이라는 점에 관한 죄증이 명백히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현행범인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1도300 판결). 따라서 음주운전을 종료한 후 40분 이상이 경과한 시점에서 길가에 앉아 있던 피고인에게서 술 냄새가 난다는 점만을 근거로 피고인을 현햄범으로 체포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게 된다(대법원 2007. 4. 13. 선고 2007도1249 판결).

 

위 사안의 경우는 음주운전이 종료된 장소에서 택시를 타고 약 10분 거리를 이동하여 상당한 거리를 이동하였던 점을 고려할 때, 범죄의 실행행위를 종료한 직후로 보기는 어려워 현행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술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증거(술 냄새, 목격자들의 진술 등) 역시 신체에 현저한 증적이 있는 것에는 해당하지만, 음주운전을 하였다는 의심을 할 수 있으려면, 운전을 한 것으로 볼만한 증적도 있었어야 한다.

 

운전을 한 것으로 보이는 증적들로는 체포 당시 차량에 탑승하고 있었다거나, 피고인의 차량 옆에서 발견되었는데, 차량이 방금 전까지 운행하였음이 명백한 경우와 같은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위 사안에서 피고인은 차량을 두고 상당한 거리를 이동한 상태에서 체포된 상황이다 보니, 술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 외에 운전을 한 것으로 보이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니 위 사안에서 법원은 술에 취해보였다는 것만으로는 준현행범인 요건(제211조 제2항 2호, 3호)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