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가 현장을 이탈하지 못하도록 밀친 것이 폭행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

(춘천지방법원 2021. 7. 23. 선고 2020노596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B는 2019. 9. 22. 11:23경 원주시 000짐 00점 내 락커룸에서 피고인이 헤어드라이기로 몸을 말리고 있어 불쾌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다가가 “이런 좆같은”이라고 욕설하며 다른 헤어드라이기를 집어 들고 머리위로 올렸다 내리며 피고인을 때릴 듯이 협박하였음.

 

피고인은 2019. 9. 22. 11:32경 위 원주시 000짐 00점 4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위와 같은 피해로 112 신고한 뒤 경찰을 기다리고 있던 중 B가 현장을 벗어나려고 하자 엘리베이터 출입구를 막으며 양손으로 B의 가슴을 밀쳐 폭행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됨.

 

1심은 피고인의 행위를 정당행위로 보아 무죄판결을 선고하였고, 검사가 항소.

 

 

 

[ 법원의 판단 ]

이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 탈의실 내에서 피고인과 B 사이에 헤어드라어 사용 문제로 실랑이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B가 피고인을 협박하여(이 부분 범죄사실에 관하여는 B에게 약식명령이 발령되어 확정되었다) 피고인은 112 신고를 한 상황이었다.

 

B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가려고 하자 피고인은 B의 모습을 사진 촬영하기는 하였으나, 위와 같이 B로부터 협박 피해를 당한 피고인으로서는 경찰관들이 도착하기 전에 B가 현장을 이탈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조치는 취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피고인은 양손을 들어 앞을 막는 자세로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B의 앞에 서서 B의 몸에 가볍게 손을 대는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한 것에 불과하며, 이러한 행동은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

 

 

 

[ 설 명 ]

폭행죄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법원은 어떤 행위가 그 동기나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하며 보호법익과 침해법익이 균형을 이루는 등으로 당시의 상황에서 사회윤리나 사회통념상 취할 수 있는 본능적이고 소극적인 방어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다면 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보아 위법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2도11204 판결 등). 그 예를 들어 보면, 아래와 같다.

 

피해자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라서 자신의 어린 딸이 다시 얼굴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딸에 대한 피해자의 돌발적인 공격을 막기 위한 본능적이고 소극적인 방어행위라고 평가하여 위법하지 않다고 한 사례(위 2012도11204 판결).

 

피해자(남, 57세)가 술에 만취하여 아무런 연고도 없는 가정주부인 피고인의 집에 들어가 유리창을 깨고 아무데나 소변을 보는 등 행패를 부리고 나가자, 피고인이 유리창 값을 받으러 피해자를 뒤따라가며 그 어깨를 붙잡았으나, 상스러운 욕설을 계속하므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잡고 있던 손으로 피해자의 어깨부분을 밀치자 술에 취하여 비틀거리던 피해자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앞으로 넘어져 시멘트 바닥에 이마를 부딪쳐 1차성 쇼크로 사망한 경우,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피해자의 부당한 행패를 저지하기 위한 본능적인 소극적 방어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상당성이 있어 형법 제20조에 정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대법원 1992. 3. 10. 선고 92도37 판결).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피고인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시비를 걸면서 얼굴을 때리다가 피고인이 이를 뿌리치고 현장에서 도망가는 바람에 그가 땅에 넘어져 상처를 입은 사실이 인정된다면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정한 정당행위에 해당되어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본 사례(대법원 1990. 5. 22. 선고 90도748 판결).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함께 술을 마시던 피고인의 뒤통수를 때리므로 피고인도 순간적으로 이에 대항하여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1회 때리고 피해자가 주먹으로 피고인의 눈을 강하게 때리므로 더 이상 때리는 것을 제지하려고 피해자를 붙잡은 정도의 행위의 결과로 인하여 피해자가 원발성쇼크로 사망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위 폭행행위는 소극적 방어행위에 지나지 않아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어 위법성이 없다고 본 사례(대법원 1991. 1. 15. 선고 89도2239 판결).

 

위 사안의 경우 위에서 예로 든 소극적인 방어행위의 유형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범행을 종료한 직후의 범인이 112신고를 하자 범행현장을 이탈하려고 하는 경우 피해자가 이를 제지하는 행위는 그 동기나 목적이 정당하다고 볼 수 있고, 현장 이탈을 제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볼 수 있는 정도의 제지를 하는 과정에서 경미한 유형력이 동반된 정도라면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또한 제지 과정에서 상대방이 달리 상해 등 피해를 입지도 않았다면, 보호법익과 침해법익이 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위 사안에서 법원은 범행 현장을 이탈하려는 상대방을 저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에 불과한 가벼운 폭행은 정당행위의 성립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보아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