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 36.]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매매대금 상당 부당이득반환채무에 대한 지연이자의 기산점

(대구지방법원 2014. 5. 30. 선고 2013가단51480, 2014가단15245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 당일(2012. 2. 10.) 피고가 소외 1 소유의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여 원고에게 그 등기를 이전하여 주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하였고,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의 매수대금으로 3천만 원을 지급함.

피고는 2012. 2. 10. 소외 1과 사이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로부터 제공받은 3천만 원을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으로 지급함.

피고는 2012. 11. 19.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

(본소 중 명의신탁 관련 부분만 정리)

 

 

[ 법원의 판단 ]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2항에 의하면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 사이에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에는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의 무효에도 불구하고, 수탁자는 당해 부동산의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고, 다만 수탁자는 신탁자에 대하여 매수대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다1728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약정은 원고가 피고를 통하여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함에 있어 매수인 명의를 피고 명의로 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약정의 무효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계약당사자로서 소외 1과 사이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이상 그 매매계약 자체는 유효한 것이므로, 위와 같은 매매계약에 따라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상 피고는 대외적으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다만,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이러한 경우 원고는 자신이 제공한 매수대금을 부당이득으로 청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매수대금 상당인 3,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부당이득반환의무자가 악의의 수익자라는 점에 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책임을 진다고 할 것인데,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2012. 9. 20. 무렵 자신이 수령한 매수대금 3,000만 원이 법률상 원인 없는 것임을 인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피고는 민법 제749조 제2항에 따라 악의의 수익자로 간주되는 2014. 4. 24.(2014. 4. 24.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 신청서가 이 법원에 접수된 날) 전에는 위 3,000만 원에 대한 법정이자를 반환할 의무가 없다.

 

 

 

[ 설 명 ]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2항에 따르면, 계약명의신탁약정 사실을 알지 못한 매도인과 사이에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이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명의수탁자 명의로 마친 경우에는 그 명의수탁자는 당해 부동산의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고, 다만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될 뿐인데, 이 경우 명의수탁자는 당해 부동산 자체가 아니라 명의신탁자로부터 제공받은 매수자금을 부당이득한 것으로 보게 된다(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2다66922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부당이득반환의 범위에 있어서는 선의의 수익자는 그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반환책임이 있고(민법 제748조 제1항), 악의의 수익자는 그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 반환하고 손해가 있으면 이를 배상하여야 한다(같은 조 제2항). 그리고 민법 제749조 제1항은 수익자가 이익을 받은 후 법률상 원인 없음을 안 때에는 그때부터 악의의 수익자로서 이익반환의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명의수탁자의 경우 언제부터 악의의 수익자로 보아 이자를 가산하여 반환할 의무를 지게 될까? 명의수탁자는 당연히 명의신탁 약정에 기하여 매수대금 등을 수령하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고, 부동산실명법상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므로, 그 매수자금 수령시점부터 악의로 보아 이자를 가산하여 반환하여야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까?

 

민법 제749조 제2항은 선의의 수익자가 패소한 때에는 그 소를 제기한 때부터 악의의 수익자로 보고 있으므로, 적어도 명의신탁자측이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게 되면, 명의수탁자는 그 소 제기시점부터는 법률상 이자를 가산하여 반환하여야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은 명의신탁이 있은 후로부터 수년 이상 상당한 기간이 지나서 제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소제기 시점부터 악의로 보아 이자를 가산하게 될 경우 명의신탁자로서는 사실상 적지 않은 손해를 보게 된다. 명의수탁자로서도 법정이자가 연 5%로 높은 상황에서 이자를 언제부터 가산하게 되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까닭에 소제기 시점 이전 언제부터 악의로 볼 수 있는지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부당이득반환의무자가 악의의 수익자라는 점에 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고, 또한 ‘악의’라 함은 민법 제749조 제2항에서 악의로 의제되는 경우 등은 별론으로 하고, 자신의 이익 보유가 법률상 원인 없는 것임을 인식하는 것을 말하고, 그 이익의 보유를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이 되도록 하는 사정, 즉 부당이득반환의무의 발생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이 있음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단지 명의수탁자가 수령한 매수자금이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지급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여도 그 명의신탁약정이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임을 알았다는 등의 사정이 부가되지 아니하는 한 그 금전의 보유에 관하여 법률상 원인 없음을 알았다고 쉽사리 말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24187, 24194 판결).

 

위 판결에 의하면,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매수대금을 수령한 사실을 안 것만으로는 매수대금 상당을 지급받은 날부터 법률상 지연이자가 기산되는 것이 아니다. 명의수탁자가 악의라고 볼 수 있으려면, 그 명의신탁약정이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무효라는 것까지 알았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

 

위 법상 무효라는 것까지 안 시점부터 악의로 볼 수 있으므로, 그 시점부터 이자가 가산되는데,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명의신탁자측에 있는 것이다. 명의신탁이 금지된다는 것은 대부분의 일반인이 인식하고 있겠지만, 나아가 그 약정이 법률상 무효라는 것까지 대부분의 일반인이 인식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위 사안의 경우 원고는 매매대금 잔금 지급일로부터 얼마 되지 않은 2012. 9. 20. 무렵 피고가 매수대금으로 수령한 3,000만 원이 법률상 원인 없는 것임을 인식하였다고 주장하며, 그때부터의 지연이자를 구하였으나, 법원은 위 시점에 인식하였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민법 제749조 제2항에 따라 악의의 수익자로 간주되는 시점부터의 지연이자를 기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