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에 의한 보험사고

- 자살사고를 중심으로 -

 

 

 

 

법무법인 감우 변호사 김 계 환

 

보험소송 사례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3. 10. 선고 2010가단246967 보험금

 

 

 

 

 

 

 

[ 사건개요 ]

 

 

  • 망인은 ◇◇화재해생보험(주)와 1999. 00. 00. 및 2003. 00. 00., 2005. 00. 00. 자신을 피보험자로하여 보험계약(3건) 체결

 

  • 망인은 2009. 00. 00.경 거주지에서 살충제를 음독하여 사망, 망인의 상속인이자 보험수익자인 원고는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하였으나, 거절하자 보험금 청구 소송 제기

 

 

 

  

 

 

[ 판 단 ]

 

 

 

1.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라 자살을 선택하였다면, 비록 피보험자가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질병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나 우울증 등의 영향을 일부 받았다 하더라도, 그로 인한 사망이라는 결과는 본질적으로 일반적인 보험사고가 예정하고 있는 우연성과 불확정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질병으로 인한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 피보험자의 자의에 의한 사망을 보험사고에 포함시키기로 하는 명시적인 특약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보험자가 자유의사에 따라 자살을 결심하게 된 데에 질병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나 우울증이 약간의 영향이라도 미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고, 적어도 질병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나 우울증이 피보험자의 자유의지를 넘어서서 사망이라는 결과에 기여한 경우에 비로소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며, 그 판단기준은 보험금 지급의 면책사유인 자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과 달리 볼 것이 아니다.

 

 

 

2. 질병으로 인한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에 그로 인한 사망이 보험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망자의 나이와 성행(性行), 사망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그 진행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사망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과 자살 무렵의 사망자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중략위 인정사실(자살하기 얼마 전 우울증 진단을 받은 사실, 처와 별거 등)만으로는 망인이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상태에서 아내인 원고로부터 별거를 통보받자 극도의 흥분상태나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하지 아니하고 자살을 실행하였다고 추인하기에 부족하다.

 

 

 

 

[ 보험소송 실무에서 유의할 점 ]

 

 

 

1. 자살로 인정되는 사안의 경우 우울증 등 정신과적 질병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입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살을 결의하는데 있어 자유의지가 개입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는지가 핵심이고, 우울증이 자살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만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생명보험의 경우와 상해보험의 경우 자살에 대한 면책의 범위가 다르다. 생명보험의 경우는 보장개시일로부터(부활의 경우에는 부활청약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 자살한 때에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만(재해사망보험금은 제외*), 상해보험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243347판결은 표준약관이 변경되기 전의 사안으로 개정 교준약관을 반영한 최근의 보험상품들에는 적용되기 어렵다.


 

 

생명보험 표준약관 5(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 회사는 다음 중 어느 한 가지로 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1.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다만,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

특히 그 결과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재해사망보험금(약관에서 정한 재해사망보험금이 없는 경우에는 재해 이외의 원인으로 인한 사망보험금)을 지급합니다.

. 계약의 보장개시일(부활(효력회복)계약의 경우는 부활(효력회복)청약일)부터 2년이 지난 후에 자살한 경우에는 재해 이외의 원인에 해당하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합니다.

 

 

 

3.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한 사망, 즉 자살인지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은 보험자에게 있고, 보험수익자측은 자살이 아니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의 주장과 입증을 하면 된다. 보험계약의 보험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하여는 위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고, 이 경우 보험자는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6857 판결 등). 일반적으로 유서가 발견되거나 자살을 암시하는 언행을 보인 객관적 증거가 있는 경우 자살사고로 볼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유서를 작성한 경우 스스로 자신을 해친다는 의식을 가지고 결행한 것으로 보아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을 한 것으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2010가단246967 사건의 경우도 법원은 유서와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음독할 농약을 스스로 구한 점 등이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이 있었다는 근거로 삼았다).

 

 

 

4. 수사기관이 타살혐의점이 없다는 이유로 자살로 종결지은 경우라고 해서 자살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되고, 이런 경우라도 법원이 반드시 자살로 추정하는 것은 아니다. 수사기관은 타살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어 조사를 하고, 타살로 볼만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 자살로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할 뿐이다. 이는 타살혐의점이 있는 경우에만 기소 및 기소유지를 위한 수사를 한다는 수사의 목적에서 비롯된 결론에 불과하다. 엄밀히 말하면, 자연사가 아닌 사건에서 타살혐의점을 찾지 못하였다는 결론에 그치고, 더 나아가 자살이라는 증거가 충분한 경우는 많지 않다(유서 등 자살로 단정지을 증거가 없는 한). 보험계약에서는 우연성이라는 보험사고의 본질을 해하는 의도적 행위가 개입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사망의 원인이 된 사고의 발생이 피보험자가 의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증거가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예컨대, 피보험자가 농약중독으로 사망하였거나, 고층에서 떨어져 사망한 경우로서 타살혐의점을 찾지 못한 경우 수사기관은 자살로 종결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피보험자가 고의로 농약을 음독하였거나 자살하려고 뛰어내렸다는 증거가 있어서 자살로 결론지은 것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자살이라는 증거 역시 부족한 경우가 많다. 무색무취의 농약이 담긴 병을 물이 담긴 병으로 착각하여 음독하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거나, 이불을 널려다가 실수로 아파트 난간에서 떨어지는 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수사기관이 자살로 종결지은 사건에서도, 피보험자가 자살을 의도하였다는 증거가 충분한지, 의도하지 않은 우연한 사고일 경우의 수가 있는지를 검토하여 대응하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5. 고의에 의한 보험사고의 경우 보험계약 해지사유가 될 수 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보험사기로 인정되는 경우라도 보험계약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보험가입자들이 많은 반면,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이 많은 보험계약에 대하여는 어떻게든 해지를 원하기 마련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판매된 보험상품의 보험약관에서는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보험수익자가 고의로 보험사고를 낸 경우를 면책사유로 규정할 뿐 아니라,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최근 보험약관에서는 이를 중대사유로 인한 해지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생명보험 표준약관 제30(중대사유로 인한 해지) 회사는 아래와 같은 사실이 있을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이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1.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가 고의로 보험금 지급사유를 발생시킨 경우

2.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가 보험금 청구에 관한 서류에 고의로 사실과 다른 것을 기재하였거나 그 서류 또는 증거를 위조 또는 변조한 경우. 다만, 이미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험금 지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회사가 제1항에 따라 계약을 해지한 경우 회사는 그 취지를 계약자에게 통지하고 제32(해지환급금) 1항에 따른 해지환급금을 지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