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을 적시한 전 처의 명예훼손 행위에 대하여 위자료 지급의무를 인정한 사례

(전주지방법원 2021. 11. 9. 선고 2021가단15514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원고는 2017. 2.경 전 남편인 피고와 이혼하고 2017. 2. 13.경 전주지방법원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자녀들에 대한 양육비로 월 120만 원씩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받았으나, 피고로부터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함.

 

그러자 원고는 2018. 11. 15. 인터넷 카페 ‘00’의 회원들인 D, E와 함께 전북 장수군 소재 피고의 점포 인근 건물 앞에서 피고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이 기재된 피켓을 들고 서 있고, 피고의 인적사항이 기재된 전단지를 배포하였음.

 

이후 원고는 위 사실로 인해 명예훼손죄로 벌금 7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위와 같은 불법행위(명예훼손)에 기한 손해배상(기) 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2021. 4. 22. 전주지방법원에서 이행권고결정(이하 ‘이 사건 이행권고결정’)을 받아 2021. 5. 12. 그 이행권고결정이 확정됨.

 

이에 원고는 위 이행권고결정에 대하여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함(원고는 자신의 행위는 양육비를 지급받기 위하여 한 것으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그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

 

 

[ 법원의 판단 ]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인바,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바(대법원 2003. 9. 5. 선고 2003도2903 판결),

 

앞서 인정한 사실들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 각 사정들, 즉 피고가 든 피켓의 기재내용과 위 ‘C’의 회원들이 피고의 인적사항 등이 기재된 전단지를 배포한 점, 위 피켓과 전단지에 단순한 이성적 비판을 넘어서서 모멸적인 표현이 사용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 행위가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을 충족했다거나 긴급성이 있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원고가 배상하여야 할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와 피고의 관계, 원고가 위와 같은 행위를 하게 된 경위, 피고가 현재까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아니한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위자료를 2,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위 이행권고결정에 기초한 강제집행 중 2,000,000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허용되어서는 아니된다.

 

 

[ 설 명 ]

현행법상 진실인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라고 해도 명예훼손죄로 처벌되고(형법 제307조 제1항), 이는 동시에 민사상 불법행위에도 해당되므로, 명예훼손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민법 제750조). 헌법재판소(2021. 7. 15. 선고 2021헌마88)는 사실적시의 명예훼손을 처벌하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의 위헌여부에 대하여 “명예는 사회에서 개인의 인격을 발현하기 위한 기본조건이므로, 명예의 보호는 인격의 자유로운 발전과 인간의 존엄성 보호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실현에 기여한다.

 

그러므로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우열은 쉽게 단정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헌재 2013. 12. 26. 2009헌마747 참조). 개인의 외적 명예에 관한 인격권 보호의 필요성,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보호법익의 특성사회적으로 명예가 중시되나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는 더 커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특수성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에 관한 국민적 공감대의 부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과도한 제한이라 단언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바 있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비범죄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당분간은 처벌규정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경우도 피고가 양육비를 미지급하였다는 객관적 사실을 전단지나 피켓시위 등을 통해 적시한 행위는 명예훼손죄로 형사처벌이 될 뿐 아니라, 민사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한편, 어떤 표현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그 표현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거나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대법원 2016. 5. 24. 선고 2013다34013 판결 등).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의 개인적인 양육비 지급의무 불이행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서 공공의 이해에 관련된 사항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이에 원고는 위 위법성조각사유(형법 제310조)보다는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를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육비 미이행으로 인한 문제가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사회적 문제라는 점의 측면에서 보면,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형사처벌에 이어 손해배상책임까지 지게 된 것은 많이 안타깝다. 오히려 비난받아야 할 사람은 원고가 아닌 양육비를 미지급한 피고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현행법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점은 이해되지만, 이 사건에서 원고와 행동을 함께 한 인터넷 카페 ‘C’의 회원들의 활동은 양육비 제도의 문제점을 세상에 알리고 제도개선을 가져오는 계기를 가져왔다.

 

다행히 2020. 6. 9.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2021. 6. 10. 시행)시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운전면허 정지가 가능하도록 하였고, 2021. 1. 12. 위 법률의 개정(2021. 7. 13. 시행)시에는 고의적인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하여 출국금지, 명단공개, 형사처벌이 가능한 근거를 마련하였다(아래 법률조항 각 참조).



[ 관련법령 ]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 양육비이행법)

제21조의3(운전면허 정지처분 요청) ① 여성가족부장관은 양육비 채무자가 양육비 채무 불이행으로 인하여 「가사소송법」 제68조 제1항 제1호ㆍ제3호에 따른 감치명령 결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쳐 지방경찰청장(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운전면허 정지처분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게 해당 양육비 채무자의 운전면허(양육비 채무자가 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받은 모든 범위의 운전면허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효력을 정지시킬 것(이하 이 조에서 “운전면허 정지처분”이라 한다)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양육비 채무자가 해당 운전면허를 직접적인 생계유지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운전면허의 효력을 정지하게 되면 양육비 채무자의 생계유지가 곤란할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21조의4(출국금지 요청 등) ① 여성가족부장관은 양육비 채무 불이행으로 인하여 「가사소송법」 제68조 제1항 제1호 또는 제3호에 따른 감치명령 결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양육비 채무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에 대하여 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쳐 법무부장관에게 「출입국관리법」 제4조제3항에 따라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 -> 양육비 채무가 5천만 원 이상, 양육비 채무가 3천만 원 이상인 상태에서 출금금지 요청일 기준 최근 1년간 국외 출입 횟수가 3회 이상이거나 국외 체류 일수가 6개월 이상인 경우 적용됨.

 

제21조의5(명단 공개) ① 여성가족부장관은 양육비 채무자가 양육비 채무 불이행으로 인하여 「가사소송법」 제68조제1항제1호 또는 제3호에 따른 감치명령 결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양육비 채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쳐 다음 각 호의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다만, 양육비 채무자의 사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양육비 채무자의 성명, 나이 및 직업

2. 양육비 채무자의 주소 또는 근무지(「도로명주소법」 제2조제5호의 도로명 및 같은 조 제7호의 건물번호까지로 한다)

3. 양육비 채무 불이행기간 및 양육비 채무액

 

제27조(벌칙)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21. 1. 12.>

2. 「가사소송법」 제68조 제1항 제1호 또는 제3호에 따른 감치명령 결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감치명령 결정을 받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람. 다만,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