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11.] 우울증으로 자살시도 경험이 있음에도 자살을 미리 준비하여 실행하는 등 충동적이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자살면책의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

(울산지방법원 2021. 1. 22. 선고 2019가단111461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원고의 아들인 망 C(이하 ‘망인’)는 피고와 사이에 피보험자를 망인, 피보험자 사망시 보험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하여, 2009. 7. 10. 00보험계약(이하 ‘제1보험계약’), 2011. 8. 24. 000보험계약(이하 ‘제2보험계약’)을 각 체결함.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의하면, 피보험자의 상해사망시 피고는 제1보험계약 1억 원, 제2보험계약 8,000만 원을 각 지급하여야 함.

 

제1보험계약 제15조(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 제1항은 피보험자의 고의(1호)로 인하여 생긴 손해와 피보험자의 심신상실 또는 정신질환(6호)으로 인하여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음.

 

제2보험계약 제17조(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 제1항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여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다만,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음.

망인은 2018. 3. 12. 02:20경 망인의 주거지인 울산 남구 0건물 0호에서 얼굴에 비닐봉투를 뒤집어쓰고 양 손목을 케이블 타이로 결박한 채 엎드려 자살한 상태로 발견되었음.




[ 법원의 판단 ]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우울증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따라서 망인의 자살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한 사고에 해당하므로, 상법 제659조 제1항 및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따른 각 보험약관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의무의 면책사유에 해당하고, 이 사건 제2보험계약에 따른 보험약관에서 정한 면책사유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① 망인은 2017년경에도 자살을 시도한 바 있었고, 2018. 2. 8.부터 2018. 3. 7.경까지 약 한 달간 수 천회에 걸쳐 다양한 자살 방법을 검색하였으며, 2018. 3. 6.과 2018. 3. 7. 테이프와 비닐봉투를 이용한 자살 방법으로 수 백회 검색을 하고, 그로부터 5일 후 최종 검색한 방법대로 자살에 이르렀던바, 망인은 충동적으로 자살에 이른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판단 하에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

 

② 망인이 2014. 12. 5.부터 2017. 10. 21.경까지 우울하고 불안한 증세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지만, 그 기간 동안 ‘바’를 운영하는 등 사회생활을 하고, 여자친구와 교제하는 등 일상생활을 하였던바, 망인이 겪고 있던 우울증의 증세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할 정도로 극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 설 명 ]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자살자의 신체적ㆍ정신적 심리상황, 그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그 진행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등 참조).

 

다만 면책약관에서 피보험자의 정신질환을 피보험자의 고의나 피보험자의 자살과 별도의 독립된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이러한 면책사유를 둔 취지는 피보험자의 정신질환으로 인식능력이나 판단능력이 약화되어 상해의 위험이 현저히 증대된 경우 증대된 위험이 현실화되어 발생한 손해는 보험보호의 대상으로부터 배제하려는 데에 있고 보험에서 인수하는 위험은 보험상품에 따라 달리 정해질 수 있는 것이어서 이러한 면책사유를 규정한 약관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여 공정성을 잃은 조항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만일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에 의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고 이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라면 위 면책사유에 의하여 보험자의 보험금지급의무가 면제된다(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5다5378 판결).

 

먼저, 대상사건(울산지방법원 2019가단111461 판결)에서 판결이유로 들고 있지는 않았지만, 제1보험계약은 피보험자의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생긴 손해에 대하여 피보험자의 자살과 별도의 독립된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설령 피보험자가 우울증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위 면책사유에 의하여 보험금 지급의무가 면제된다.

 

대상사건 제2보험계약의 경우 피보험자가 우울증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자살면책의 예외가 인정되고 보험금 지급의무가 인정된다. 법원은 망인이 자살방법을 미리 검색하였고, 최종 검색한 방법대로 자살을 실행에 옮긴 점(즉, 충동적으로 자살에 이른 것이 아닌 점)과 망인이 사회생활을 하는 등 우울증으로 인한 증상이 극심한 정도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는 아니었다고 판단하였다. 위와 같은 법원의 판단은 종전 판결례들에서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와 자살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 온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상사건의 경우 망인이 오랜 기간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아 왔고, 심지어 이전에도 자살시도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울증의 정도가 심각한 경우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에도, 이에 대한 의학적 판단근거의 설시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자살방법을 미리 검색하고 준비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이는 이미 자살을 시도하였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였는가의 판단에 있어 자살이 충동적이었는가가 결정적인 기준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실제로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다226537 판결 역시 극심한 우울상태에서는 판단력이 떨어질 수 있는데, 판단력이 떨어져도 유서 작성이나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자녀의 신변을 부탁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피보험자가 유서를 작성하고 목을 매 사망한 사건에서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바 있다. 즉, 충동적인 자살 실행이 아닌 경우라도, 극심한 우울 상태였다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대법원은 주요우울장애와 자살의 관련성에 관한 의학적 판단 기준이 확립되어 있으므로, 사실심 법원으로서는 주요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하였다고 볼 만한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되었다면 함부로 이를 부정할 수 없고, 만약 법원이 그러한 의학적 소견과 다르게 인과관계를 추단하려면 다른 의학적ㆍ전문적 자료에 기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는 입장이다.

 

따라서 대상사건의 경우 정신과 주치의에 대한 사실조회나 진료기록감정을 통해 자살을 할 즈음에 이르러 우울증의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었는지 여부에 대한 의학적 소견이 뒷받침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대상사건의 경우 이러한 의학적 소견이 충분히 현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주치의에 대한 사실조회나 진료기록감정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임), 판결이유에서도 망인과 관련된 의학적 소견은 전혀 언급이 없는 점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