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 54.] 소제기를 위한 종중의 총회결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각하한 사례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22. 1. 26. 선고 2021가단605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경주시 00 답 559㎡(이하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1976. 12. 29. 매매를 원인으로 하여 1976. 12. 30. 피고 B, 피고 C, 소외 망 G 명의이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음(각 소유지분 1/3).

 

그 후 망 G가 사망하여 2018. 10. 4. 이 사건 토지 중 망 G의 소유 지분에 관하여 피고 D 명의로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됨.

 

원고는 H씨 20세손 I를 중시조로 하는 종중으로 이 사건 토지는 원고가 1976. 12. 30. 매수한 것인데, 당시 종중원인 소외 망 G, 피고 B와 C에게 명의신탁하여 둔 것이라고 주장하며,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로서 명의신탁약정을 해지하고,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것을 구함.


 


[ 법원의 판단 ]

종중이나 종중 유사단체가 당사자능력을 가지는지 여부에 관한 사항은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므로, 그 당사자능력 판단의 전제가 되는 사실에 관하여는 법원이 당사자의 주장에 구속될 필요 없이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하며, 그 사실에 기하여 당사자능력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사자가 내세우는 종중이나 단체의 목적, 조직, 구성원 등 단체를 사회적 실체로서 규정짓는 요소를 갖춘 실체가 실재하는지의 여부를 가려서, 그와 같은 의미의 단체가 실재한다면 그로써 소송상 당사자능력이 있는 것으로 볼 것이고, 그렇지 아니하다면 소를 각하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10다1166 판결).

 

총유물의 보존에 있어서는 공유물의 보존에 관한 민법 제265조의 규정이 적용될 수 없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27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므로, 법인 아닌 사단인 종중이 그 총유재산에 대한 보존행위로서 소송을 하는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중 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 종중 총회를 개최함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족보 등에 의하여 소집통지 대상이 되는 종중원의 범위를 확정한 후 국내에 거주하고 소재가 분명하여 통지가 가능한 모든 종중원에게 개별적으로 소집통지를 함으로써 각자가 회의와 토의 및 의결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므로, 일부 종중원에 대한 소집통지 없이 개최된 종중 총회에서의 결의는 그 효력이 없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8365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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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고유 의미의 종중은 종중원의 자격을 박탈한다든지 종중원이 종중을 탈퇴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제정된 원고의 정관에 의하면, 그 회원자격에 대하여 제5조에서 “본 회원 자격은 M파 20세손 I이하 자손(남자)으로 혼인자로 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부칙 제3조에서 “본 회의 명예를 훼손시킨 회원에 대하여 회의 참석자 2/3의결로 제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그 정관에 의할 때 원고가 고유한 의미의 종중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원고는 2021. 11. 13. 총회를 개최하여 여성도 종중원에 포함되도록 정관을 변경하였다고 주장하나, 변경된 정관에 의하더라도 회원은 “M파 20세손 I 이하 자손(남자, 여자)으로 혼인자로 한다”고 하여 혼인하지 않은 자는 종중원에서 제외하고 있는 점,

 

④ 원고는 여성도 종중원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면서도 제출한 가계도에 여성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은데다가 원고 스스로도 위 가계도에 기재한 남성 외에 27세손 이하 성인이 된 남자는 더 있다고 밝히고 있어 원고가 종중원의 범위나 현황을 명확하게 특정하거나 파악하고 있는지도 의문인 점,

 

⑤ 종중원의 범위나 현황이 파악되지 않는 이상 원고의 창립총회나 2021. 11. 13.자 총회에 관하여 당시 통지 가능한 모든 종중원들에게 소집통지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없는 점,

 

⑥ 원고가 그 선대나 후대와 별도로 이 사건 토지를 명의신탁하였다고 주장하는 1976년 이전부터 분묘수호와 봉제사, 친목향상, 상호부조 등의 계속적인 사회활동을 하여왔다고 인정할만한 증거도 부족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M파 20세손 I의 후손으로 구성된 종중으로서의 사회적 실체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원고가 위 종중으로서의 실체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제기를 위한 총회결의가 있었다고 볼 증거도 없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소 각하 판결)




[ 설 명 ]

종중의 명의신탁 재산과 관련한 분쟁에서는 해당 종중이 종중으로서의 실체를 가졌는지 여부와 소제기 요건, 특히 해당 소제기를 위한 종중의 총회결의가 있었는지가 자주 문제된다.

 

먼저, 종중의 실체를 갖추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대상판결(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21가단605 판결)은 원고가 정관에 회원의 자격을 혼인한 자로 제한하고 있고, 심지어 회원을 제명할 수도 있도록 규정한 점에 비추어 고유의 의미의 종중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고유 의미의 종중이란 공동선조의 분묘 수호와 제사, 종원 상호 간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자연발생적인 관습상 종족집단체로서 특별한 조직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고 그 선조의 사망과 동시에 그 자손에 의하여 성립하며 그 대수에도 제한이 없고, 공동선조의 후손은 그 의사와 관계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종원)이 되는 것이며 그중 일부 종원을 임의로 그 종원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위와 같이 원고는 고유의 의미의 종중으로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다232846 판결 등 참조). 즉, 공동선조의 후손 중 특정 범위 내의 자들만으로 구성된 종중이란 있을 수 없다.

 

다만, 고유의 의미의 종중이 아닌 경우에도, 원고의 경우와 같이 공동선조의 후손 중 특정 범위 내의 종원만으로 조직체를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다면 이는 본래 의미의 종중으로는 볼 수 없더라도, 종중 유사의 권리능력 없는 사단(이하 ‘종중 유사단체’라고 한다)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종중 유사단체는 반드시 총회를 열어 성문화된 규약을 만들고 정식의 조직체계를 갖추어야만 비로소 단체로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공동의 재산을 형성하고 일을 주도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계속적으로 사회적인 활동을 하여 온 경우에는 이미 그 무렵부터 단체로서의 실체가 존재한다고 하여야 하고, 계속적으로 공동의 일을 수행하여 오던 일단의 사람들이 어느 시점에 이르러 비로소 창립총회를 열어 조직체로서의 실체를 갖추었다면, 그 실체로서의 조직을 갖추기 이전부터 행한 행위나 또는 그때까지 형성한 재산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모두 이 사회적 실체로서의 조직에게 귀속된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8다264628 판결 참조).

 

대상판결 사례의 경우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는 “계중”이라는 모임으로 문중 모임을 하여 오고, 이 사건 토지를 관리하여 오다가 2013. 11. 16.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정관을 작성하는 등 종중 유사단체로 볼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다. 그리고 종중유사단체로 볼 수 있는 경우 사적 자치의 원칙 내지 결사의 자유에 따라 구성원의 자격이나 가입조건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경우와 같이 정관에 회원 자격을 제한하고, 회원의 제명이 가능하도록 하였다는 것만으로 당사자능력이 부정되지는 않는다. 다만, 대상판결이 설시한 바와 같이 원고가 1976년 이전부터 분묘수호와 봉제사, 친목향상, 상호부조 등의 계속적인 사회활동을 하여왔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면, 종중유사단체로 보기도 어렵고, 이 사건 토지와 관련한 명의신탁관계가 원고에게 귀속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대상사건에서 원고로서는 당사자능력 여부와 관련하여 종중 유사단체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도 보다 구체적으로 주장, 입증을 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법인 아닌 사단인 종중이 그 총유재산에 대한 보존행위로서 소송을 하는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중 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대상사건에서 원고는 종중유사단체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종중의 총회 개최와 관련한 소집통지를 통지 가능한 종중원 모두에게 하였어야 한다. 특히 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은 성별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된다고 판단하여 종중 구성원의 자격을 성년 남성으로 제한한 종래의 관습법의 효력을 부정한 이후로는 종중 총회 소집통지를 할 때에는 여성 종중원에 대하여도 당연히 통지를 하여야 한다. 그러나 대상사건에서 원고는 당초 정관에서 회원자격을 남자로 제한하고 있다가 소제기 이후 변론종결 직전인 2021. 11. 13.에서야 총회를 개최하여 여성을 종중원에 포함되도록 정관을 변경하였고, 원고가 제출한 가계도에서도 여성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점에 비추어 원고가 여성 종중원을 포함한 통지 가능한 모든 종중원에 대하여 총회 소집통지가 된 것으로 보기도 어렵고, 따라서 소제기와 관련하여 적법한 종중총회결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