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14.] 번개탄을 피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피보험자가 중증의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본 사례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1. 9. 8. 선고 2020가합100574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원고는 망 C(이하 ‘망인’)의 모친으로, 2005. 10. 31. 주피보험자를 망인으로, 보험수익자를 원고로 하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는 피보험자가 재해로 사망할 시에 1억 원을 사망보험금(이하 ‘재해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음.

 

망인은 2018. 8. 4. 06:00 창원시 마산합포구 00에 위치한 망인의 주거지 내 안방 화장실에서 번개탄을 피웠고, 같은 날 08:00경 일산화탄소 중독을 원인으로 사망하였음(이하 ‘이 사건 사고’).

 

경찰은 망인이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앓고 있던 중 스스로 신병을 비관하여 자살한 것으로 판단하는 변사사건 종결처리를 하였고, 원고는 피고에게 보험금 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이 사건 사고가 망인이 가정 내 불화 등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음.

 

 

 

[ 법원의 판단 ]

주요우울장애와 자살의 관련성에 관한 의학적 판단기준이 확립되어 있으므로, 사실심 법원으로서는 주요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하였다고 볼 만한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되었다면 함부로 이를 부정할 수 없다. 만약 법원이 그러한 의학적 소견과 다르게 인과관계를 추단하려면 다른 의학적ㆍ전문적 자료에 기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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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망인은 2014. 12. 19. 00신경정신과의원에 내원하여 불면, 우울감 등을 호소하였고, 위 병원의 의사 000로부터 ‘비기질성 불면증(F51.0), 경도 우울에피소드(F32.0)’를 진단받아 항불안제, 항우울제 등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무렵부터 2018. 7. 20.까지 약 50회에 걸쳐 위 병원에서 정신과 상담 및 치료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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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망인을 치료하였던 00정신과의원 의사 000는 2018. 8. 28. 망인의 진료기록을 바탕으로 “망인에게 불면증, 불안증, 우울증을 진단하여 치료하였는데, 망인은 2018. 5.경부터 피해사고를 보이며 심한 불안과 공포감을 보였고, 이에 처방하는 약물의 증량이 있었다.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사고가 심하여 정상적 판단이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된다.”는 취지의 소견을 제시하였다.

 

(7) 부산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의하면, 감정의 000은 “망인의 이 사건 사고 당시 상태에 대한 진단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주요 우울증 – 정신병적 증상을 동반한 심한 상태’이고, 그 다음으로는 ‘망상장애 – 피해형’을 들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우울증이 합병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에게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을 유발하는 의학적 요인이 확인된다. 우울증을 앓는 환자는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려면 죽는 수밖에 없다고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망인의 2018. 5. 14. 이후 우울증 및 불안장애의 정도는 극심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망인은 이러한 정신질환으로 인해 이 사건 사고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불가능했다.”라는 취지로 의견을 밝혔다.

 

위 인정사실에 앞서 든 각 증거,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망상을 동반한 주요우울증 등 중증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보이고, 이러한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자살을 감행하여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에 이른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위 사고는 이 사건 약관 중 [별표3] 재해분류표의 재해로 규정된 ‘19. 연기, 불 및 불꽃에 노출’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1) 망인은 00정신건강의학과에 최초로 내원하기 전에도 불면증으로 약물을 복용한 적이 있었다고 한 점에 비추어 망인에게 정신질환이 발병한 시기는 그보다 앞선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망인에 대한 진료기록에 나타난 진료시기와 횟수, 망인이 호소하는 증상의 태양ㆍ정도, 처방받는 약물이 증량된 점에 망인이 외부활동 없이 주거지 내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는 기간이 상당하였던 점 등을 더하여 볼 때, 망인의 정신질환은 계속된 정신과 치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호전 없이 악화되어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해킹, 침입 등의 피해망상을 동반한 극심한 상태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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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록, 망인이 자살하면서 위와 같은 유서(“내가 죽어도 모든 의문과 억울함을 풀어주면 좋겠습니다.”, “K, L, M, N에 대해 조사해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를 남기기는 하였으나, 그 내용은 망인과 별다른 교류가 없었던 남편 H의 지인들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일 뿐 망인의 신변정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므로, 이를 들어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H의 진술에 의하면, 망인은 이 사건 사고 직전에 위 유서에 적힌 H의 지인들과의 사이에 원한관계나 기타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위 유서는 망인이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자살에 이르렀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보일 뿐이다.


(4)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망인을 치료하였던 정신과 의사 000와 망인에 대한 진료기록을 감정한 감정의는 전문적이고, 의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이 사건 사고와 망인의 정신질환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하였고, 여기에 피고의 자문의사인 정신과 전문의 000도 피해망상은 심신상실의 상태에서 유발되는 정신과적 증상으로 그 자체가 정상적인 대뇌기능 하에서는 일어날 수 없다는 등의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같은 취지의 의견을 개진한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 위와 같은 정신과 의사들의 의학적 견해를 배척한 다음 이 사건 사고가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5) 한편, 원고는 피고 이외에 00주식회사와도 망인을 피보험자, 원고를 보험수익자로 하여 ‘00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00주식회사는 자체적으로 이 사건 사고에 대한 보험사고조사를 실시한 다음 이 사건 사고가 재해로 발생한 것임을 인정하여 2020. 11. 11. 원고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였다.




[ 설 명 ]

사망보험금 13.번 사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법원은 고의에 의한 자살은 원칙적으로 우연성이 결여되어 있어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지 않지만, 정신질환 등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는 우발적인 사고로 보아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이때,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자살자의 신체적ㆍ정신적 심리상황그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그 진행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정신질환의 진행경과와 정도 및 구체적인 상태는 결국 정신과 전문의의 의학적 소견이 중요한 판단자료가 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참조).

 

대상판결(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0가합100574 판결) 역시 주치의의 소견과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등 의학적 소견을 주된 근거로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 극심한 우울증 및 불안장애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판단하였다.

 

다만, 대상판결은 이 사건 사고가 재해 분류 중 [별표3] 재해분류표의 재해로 규정된 ‘19. 연기, 불 및 불꽃에 노출’로 인하여 발생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나, 재해분류표가 준용하고 있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따르면, X47(일산화탄소 및 기타 가스 및 물질에 의한 불의의 중독 및 노출) 중 X47.2(가정용 연료의 일산화탄소에 의한 불의의 중독 및 노출)에 해당할 것으로 본다.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