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목적물의 원인불명 화재시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86901 전원합의체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원고 소유의 이 사건 건물은 철근 기둥과 보로 지지되어 있는 3층짜리 건물로, 외벽이 조립식 패널로 일체를 이루는 구조로서 상호 유지·존립에 있어 구조상 일체를 이루고 있음. 피고(반소원고)는 원고와 이 사건 건물 1층 중 150(이 사건 임차목적물)에 관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사무실·매장·창고 등으로 구획하여 골프용품 매장을 운영함. 그러던 중 2009. 10. 9. 12:05경 이 사건 건물 1층 전면 주출입구(위 골프용품 매장 출입구)1층 및 2층 사이에서 연기가 나면서 화염이 치솟아 확대되어 1층 전면 주출입구를 중심으로 한 1층 내지 3층 외벽의 상당 부분이 소훼되고, 아울러 이 사건 건물 2층 내부 시설 전부와 옥상 창고 전부, 1층 전면 주출입구 부근 일부가 전소되는 화재(이하 이 사건 화재라고 한다)가 발생함. 소방관 현장조사결과는 발화지점을 이 사건 건물 2’(임대인 점유)으로 판단하였으나, 국과수 감정결과는 발화지점을 ‘1층 전면 주출입구 내부 우측 부분으로 판단함. 원심은 국과수 감정결과에 따라 발화지점을 이 사건 임차목적물 내로 판단함.

 

 

 

[ 판결요지 ]

1. 임대차 목적물이 화재 등으로 인하여 소멸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에, 임차인은 그 이행불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그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며, 그 화재 등의 구체적인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아니한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이러한 법리는 임대차 종료 당시 임대차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 상태는 아니지만 반환된 임차 건물이 화재로 인하여 훼손되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2. 한편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므로(민법 제623),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발생한 화재가 임대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추단된다면, 그 하자를 보수·제거하는 것은 임대차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기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하여야 하는 임대인의 의무에 속하며, 임차인이 그 하자를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은 그 화재로 인한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 등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을 임차인에게 물을 수 없다.

 

3.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 건물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건물 부분이 아닌 건물 부분(이하 임차 외 건물 부분이라 한다)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음이 증명되고, 그러한 의무 위반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며,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가 그러한 의무 위반에 따른 통상의 손해에 해당하거나, 임차인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면, 임차인은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해서도 민법 제390, 393조에 따라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임대인이 위와 같은 점을 주장·입증하여야 한다).

  

 

 

  

 

 

 

[ 해 설 ]

채무불이행에 있어서는 채무자가 자신에게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에 대하여 입증할 책임이 있다(민법 제390). 임대차에 있어서는 임차인에게 임대차가 종료한 때에 임차물을 반환할 의무가 있으므로, 임차물이 화재로 소실된 경우와 같이 임차물반환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 임차인이 그 책임을 면하려면 자신의 귀책사유에 의하지 않은 것임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화재사고의 경우 화재발생 원인이 불명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특히 문제가 된다. 임차인에게 위와 같은 입증책임이 있는데, 화재발생 원인을 입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사실상 임차인이 귀책사유가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임차인이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더구나 화재사고의 경우 주변으로 연소되는 특징이 있는데, 그동안 법원은 건물의 규모와 구조로 볼 때 그 건물 중 임차한 부분과 그 밖의 부분이 상호 유지·존립함에 있어서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고, 그 임차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건물의 방화 구조상 건물의 다른 부분에까지 연소되어 피해가 발생한 경우라면, 임차인은 임차 부분에 한하지 않고 그 건물의 유지·존립과 불가분의 일체관계가 있는 다른 부분이 소실되어 임대인이 입게 된 손해도 배상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239456 판결 등)고 판단하여 왔다. 이처럼, 원인불명의 화재라도, 그 발화지점이 임대차목적물 범위라는 것이 입증되기만 하면, 사실상 임차인이 배상책임을 지게 되고, 그 배상범위에 있어서도 연소 확대된 부분까지 책임을 지게 되어, 임차인에게 너무 가혹한 문제가 있었다.

 

위와 같은 문제와 관련하여, 먼저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의 측면에서, 법원은 그 화재가 임대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인하여 발생되는 것으로 추단되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그 하자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은 그 화재로 인한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 등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을 임차인에게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임차인의 입증부담을 사실상 덜어주는 해석을 하여 왔다. 이는 특히 전기화재로 추정되는 사고가 많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그림1 통계 참조). 법원은 주택 기타 건물 또는 그 일부의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목적물을 인도받아 점유·용익하고 있는 동안에 목적물이 화재로 멸실된 경우, 그 화재가 건물소유자 측이 설치하여 건물구조의 일부를 이루는 전기배선과 같이 임대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추단된다면, 그 하자를 보수·제거하는 것은 임대차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기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를 부담하는 임대인의 의무에 속하는 것이므로, 그 화재로 인한 목적물반환의무의 이행불능 등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을 임차인에게 물을 수 없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13170 판결)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00. 7. 4. 선고 9964384 판결 역시 임차건물이 전기배선의 이상으로 인한 화재로 일부 소훼되어 임차인의 임차목적물반환채무가 일부 이행불능이 되었으나 발화부위인 전기배선이 건물구조의 일부를 이루고 있어 임차인이 전기배선의 이상을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그 하자를 수리 유지할 책임은 임대인에게 있으므로 임차목적물반환채무의 이행불능은 임대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결과이고 임차인의 임차목적물의 보존에 관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결과가 아니라는 이유로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였다.  

 

 

그림 1  - 2019년 발화요인 발생건수 통계(출처 : 국가화재정보센터)

 

 

 

더 나아가 대상판결(201286895, 86901 전원합의체 판결)은 화재가 임대목적물 외의 부분으로 연소 확대된 경우에 있어 종전에는 임차인이 입증책임을 지던 것을 임대인에게 전환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상판결은 임차 외 건물 부분이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는 부분이라 하더라도, 그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배상을 구하려면,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고, 그러한 의무 위반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며,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가 그 의무 위반에 따라 민법 제393조에 의하여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 내에 있다는 점에 대하여 임대인이 주장·증명하여야 한다고 판단함으로써,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