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해행위 2.] 부부 중 일방 배우자 사망 후 자녀들이 남은 배우자에게 상속재산 협의분할 형식으로 자신의 지분을 이전하는 경우 사해의사의 판단

(전주지방법원 2021. 8. 10. 선고 2020가단11492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00신용카드 주식회사는 2003. 9. 8. 피고의 아들 C를 상대로 신용카드이용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였고, 2003. 9. 26. 지급명령을 받아 2003. 11. 4. 지급명령이 그대로 확정됨.

 

원고는 00유동화전문유한회사, 주식회사 00은행을 거쳐 위 지급명령상의 채권을 양수하였고, 소멸시효의 중단을 위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다시 C를 상대로 양수금청구의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2013. 7. 18. 지급명령을 받았으며, 위 지급명령은 2013. 8. 8. 확정됨.

 

이 사건 부동산은 2002. 11. 20. 매매를 원인으로 하여 2002. 11. 29. 채무자인 C의 父이자 피고의 남편인 H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었고, H가 사망하자 2017. 3. 13.자 협의분할(이하 ‘이 사건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을 원인으로 2017. 5. 2. 피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짐.

 

H의 상속인으로는 피고와 C를 포함한 자녀 4명이 있고, C는 이 사건 협의분할 당시 채무초과상태에 있었음.




[ 법원의 판단 ]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를 하면서 자신의 상속분에 관한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일반 채권자에 대한 공동담보가 감소한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다29119 판결 참조).

 

피고와 채무자 C 등 H의 상속인들이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한 2017. 3. 13.경 채무자 C는 채무초과상태였던 사실, 이 사건 부동산 상속지분은 채무자 C의 유일한 재산이었던 사실이 인정되고, C가 피고 등과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를 하면서 자신의 상속지분을 포기하여 해당 지분에 관하여 피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것은 채권자인 원고에 대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채무자 명의의 재산을 적극적으로 수익자 명의로 이전하는 일반적인 사해행위와 달리, 공동상속인 사이에 잠정적 공유가 된 상속재산에 대하여 그 귀속을 확정시키는 행위로서, 사실상 상속포기와 같은 신분상의 행위로서의 성질도 가지고 있으므로, 사해행위 여부에 관한 판단을 엄격하게 할 필요성이 있다.

 

부부가 장기간 함께 거주하다가 일방 배우자가 먼저 사망하는 경우 자녀들이 남은 배우자에게 상속재산 협의분할 형식으로 자신의 지분을 이전하는 경우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흔한바, 이러한 방식의 재산 이전은 배우자로서 일생 동안 망인의 반려가 되어 그와 함께 가정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서로 헌신하며 가족의 경제적 기반인 재산을 획득ㆍ유지하고 자녀들에게 양육과 지원을 계속해 온 것에 대한 기여ㆍ노력에 대한 보상 내지 평가, 실질적 공동재산의 청산, 배우자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 등 복합적인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재산 이전을 사해행위로 인정하거나 그 배우자를 악의의 수익자로 인정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망인과 피고의 혼인기간(48년), 이 사건 부동산에서 피고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점과 그 거주기간(20년), 망인의 상속재산으로 이 사건 부동산이 유일한 점 등을 고려하여, C 등 피고의 자녀들은 이 사건 부동산을 망인과 피고의 공동소유로 인식하였을 뿐 상속재산으로 보지 않았고, 노모인 피고의 여생 동안 안정적인 주거생활 등을 위하여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자신들의 상속분을 포기하고 이를 피고의 단독소유로 하는 것으로 이 사건 분할협의를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아 사해의사를 부정. 원고 청구 기각]




[ 설 명 ]

상속재산의 분할협의 역시 그 성질상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이므로 사해행위취소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다29119 판결).

 

따라서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를 통하여 자신의 상속분을 포기하거나 법정상속분에 못 미치는 상속재산을 취득한 채무자의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사해행위취소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3다2788 판결).

 

그리고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 수익자의 악의는 추정되므로 수익자가 자신의 책임을 면하려면 자신의 선의를 증명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17. 11. 29. 선고 2017다241819 판결).

 

그런데, 위 판결은 상속재산 분할협의의 경우, 특히 장기간 동거한 배우자 중 일방이 사망하여, 자녀들이 남은 배우자에게 상속재산 협의분할 방식으로 지분을 전부 이전한 경우는 채무자의 다른 재산이전 행위와는 달리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데 의미가 있다. 먼저, 이와 같이 공동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적극재산에 관하여 협의분할에 의하여 지분을 모두 다른 공동상속인에게 이전하는 것은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다29307 판결) 상속의 포기와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다른 일반적인 사해행위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

 

그리고 특히 장기간 동거한 피상속인의 배우자의 경우 자녀들이 그 배우자에게 상속재산 협의분할 형식으로 자신의 지분을 이전하는 것은 우리사회에서 매우 흔할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부부공동재산의 청산으로서의 의미와 부 또는 모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 등의 복합적인 의미가 있어 일반적인 사해행위의 경우와는 다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