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와 민사소송(1)

 

 

법무법인 감우 변호사 김 계 환

 

 

▶ 본 게시글은  2015. 6. 3.자 "김계환 변호사의 법과 문화산책"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글입니다.

 

 

과거의 보험사기는 주로 교통사고와 관련된 것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과거 보험사기와 관련하여서는 주로 형사사건을 떠올렸지만, 최근에는 보험사기로 형사사건화 되는 것과는 별도로 보험사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장기보험 가입 후 입원일당(혹은 입원금, 입원급여금 명목의 보험금)을 많이 받은 환자들을 상대로 보험금 부정취득을 목적으로 다수의 보장성 보험에 가입하였다면서 보험계약의 무효(민법 제103)를 주장하고, 기지급된 보험금 전체의 반환을 구하는 취지의 부당이득반환청구 사건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실제 보험금 부정취득을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하였거나, 가입 당시에는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가입 이후 경미한 질환으로 입, 퇴원을 반복하면서 과다하게 보험금을 지급받은 사례 역시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상당수는 보험 가입 당시와 보험금 청구에 대한 심사 단계에서 어느 정도 걸러낼 수 있었던 사례들인데도, 수억원, 적어도 수천만원 이상의 보험금이 지급되고 나서야 수사기관에 보험사기 혐의로 제보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금 청구 건수는 많은데, 이를 심사, 검토할 인력이 부족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문제 삼으면 민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나름 고충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험가입 시점과 보험금 지급 단계에서 조금만 더 꼼꼼하게 심사하였더라면 불필요한 분쟁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출처 : 손해보험협회 : 보험금 청구ㆍ지급 관련 소송공시 -

 

보험사들이 다수의 보험가입 및 장기입원을 문제삼아 제기한 민사소송(조정 포함)이 급증하였다는 것은 최근 2014년 보험금 청구지급 관련 소송공지 통계를 보더라도 확인됩니다.

 

 

 

예컨대, 메리츠화재의 경우 2014년 이전에 제기하여 진행 중이었던 사건 중 보험사가 원고인 사건 비율은 20%{=55(=15+40)/275(233+42)}이었던 반면, 2014년의 경우 보험사가 원고인 사건 비율이 54.31%{=258(=87+171)/475(=297+178)}에 달하고 있습니다. , 보험사가 보험가입자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2배 이상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화손해보험의 경우도 2014년 이전에 제기하여 진행 중이었던 사건 중 보험사가 원고인 사건 비율은 22.82%{=63(=62+1)/276(=275+1)}이었던 반면, 2014년의 경우 보험사가 원고인 사건 비율이 58.17%{=242(=117+125)/416(=291+125)}에 달하고 있습니다. 역시 보험사가 보험가입자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2배 이상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보험가입자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비율이 급증한 것은 다른 보험사들의 경우도 유사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와 같이 보험사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비율이 늘어난 것일까요? 실제 보험사기 사건이 급증하여서일까요? 제 생각으로는 장기보험 가입자들의 장기 입원으로 인한 보험금 지급 건수와 금액이 늘어남에 따라 보험사들이 보험계약 해지를 유도하고, 장기입원을 줄여 보험금 지급 규모를 줄이려고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실제 보험사기가 증가한 것이 그 원인의 하나일 수도 있지만, 주된 원인은 아니라고 봅니다. 실제로 보험소송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저의 경우도 작년부터 보험사로부터 소송(조정신청 포함)을 당한 의뢰인들의 사건이 급증하였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주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여, 보험가입자 측이 원고가 되어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건이 주류였다면, 작년부터는 그 반대로 보험사가 이미 지급한 보험금전체를 반환해 달라는 소송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현재 제가 대리하고 있는 소송의 거의 대부분도 보험소비자 측이 피고가 된 사건입니다. 업계에서는 보험사 대리를 하는 변호사를 피고 전문이라고 하였는데, 이제는 보험소비자 측 대리를 하는 변호사가 피고 전문이 될 형편입니다.

 

 

 

사실 보험사들이 제기한 소송을 살펴보면, 대부분 치료받은 질병명, 치료내역에 비하여 입원기간이 비교적 긴 편이고, 가입한 보험계약 건수, 특히 입원일당이 지급되는 보험이 중복 가입되어 있는 경우(보통 1일 입원에 입원일당 합계 10~15만원 이상인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한편으로는 보험사 입장이 이해되는 측면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보험가입자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제반 사정(예컨대, 보험사는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경제력에 비하여 과다한 보험료 지출이 되었다고 주장하나, 실제로는 보험가입 당시 어느 정도의 수입이 있었고 보험료 지출이 부담될 정도가 아니었으나 가입 이후 건강 악화로 수입이 줄어들었던 경우)이 있고, 입원이 필요했던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경우도 상당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충분히 해명할만한 사정이 있음에도, 보험사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순간 가슴이 철컥 내려앉아, 대기업인 보험사를 상대로 어떻게 이기느냐며,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가입한 보험계약을 모두 해지해 버리는 사례도 많이 접한다는 점입니다. 그분들이 보험계약을 해지하였지만, 건강이 회복되었다면 다행이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데도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바람에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뻔히 예상되기에 더 안타까운 것입니다.

 

 

 

 

 

 

 

보험사가 그동안 입원일당과 입원치료비를 지급하여 주어 치료에 전념하다가 갑자기 보험가입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올 경우 치료를 요하는 측에서 보면, 실로 엄청난 스트레스와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한 제도적 견제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아울러 보험사로부터 갑작스럽게 보험계약의 무효 주장과 함께 기지급된 보험금 전액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당하시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허위 또는 과다입원을 한 적이 있는지, 실제 입원치료가 필요하였음을 해명할만한 자료(특히 검사결과나 증상이 비교적 자세히 기재된 진료기록 등)가 있는지 등과 관련하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충분히 검토해 보신 후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