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인돈받기-11] 사기죄로 형사고소를 하면
빌려준 돈을 받아낼 수 있을까?




법무법인 감우 변호사 김 계 환


 
 

 

 

 

 

 

<만화가 : 조정근>



  채무자가 돈을 빌려가고 갚지 않으면, 사기죄로 처벌이 될까? 이것은 돈을 빌려주었다가 받지 못한 채권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한 사례들 중 사기죄로 처벌되는 비율을 그리 높지 않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채무자가 사기죄로 처벌된다고 하여도 그것만으로는 돈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기죄로 처벌된다는 것은 말 그대로 형사처벌에 그칠 뿐이고, 떼인돈을 받기 위해서는 민사소송 등 별도의 민사적인 절차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사기죄로 고소하는 것은 불필요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대부분의 경우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는 경우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민사소송보다 형사고소가 더 실요성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 사기죄로 고소하는 것이 필요하고, 또 어떤 경우에 채무자가 사기죄로 처벌을 받게 되는가이다.

 

  먼저 민사적인 절차 외에도 채무자에 대한 형사고소가 필요한 경우로는 채무자가 현재 자신의 명의로 된 재산은 없지만 어딘가 빼돌려 놓은 재산이 있는 것으로 의심될 때, 채무자는 자력이 없지만 가족 등 긴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갚을 수도 있음에도, 전혀 갚으려고 노력을 하지 않을 때 들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는 채무자에 대한 민사소송을 해서는 어차피 집행을 하지 못하여 그 실효성이 거의 없지만, 일단 사기죄가 성립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될 위험(피해금액이 크면 징역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이 있어 합의를 하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떼인돈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합의금조로 받아낼 가능성이 있다.

 

  다음으로 사기죄가 성립되는지 여부는 채무자가 돈을 빌려갈 때 돈을 빌리더라도 이를 갚을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그리고 이러한 점은 범행 전후의 채무자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5. 4. 25. 선고 95도424 판결 참조). 예컨대 돈을 빌릴 당시 이미 채무가 많은 상태여서 이자도 못 갚고 있는 상태였거나, 직원들 급여도 주지 못하는 상태였음에도,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돈을 빌렸다면, 사기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빌려간 돈의 절반 이상을 이미 갚았다면,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요컨대, 채무자가 돈을 빌릴 당시 채무가 많으면 많을수록, 피해금액이 크면 클수록, 채무자가 갚으려고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않을수록(잠적을 하였다면 더더욱) 사기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

 

  형사고소는 고소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것이고, 형사처벌이 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돈을 받아낼 수 없으므로, 형사고소를 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첫째, 형사고소와는 별도로 민사적인 조치, 특히 가압류나 가처분을 할 것인지 법률전문가와 상담을 먼저 해 보아야 한다. 형사고소만 믿고 있다가는 낭패를 볼 경우가 많다. 사기로 고소하면, 채무자가 형사처벌이 두려워 돈을 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의뢰로 많지만, 오히려 진짜 악덕채무자는 형사고소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둘째, 채무자가 돈을 빌려간 후 재산을 빼돌린 정황이 있는 경우에는 사기고소 외에 강제집행면탈죄로 고소하는 것도 가능한지, 이때 채무자로부터 재산을 양도받은 사람도 같이 강제집행면탈죄의 공범으로 고소하는 것이 가능한지 다각적으로 검토해보아야 한다.

 

  셋째, 민사적인 조치로 충분한 사건의 경우이고 사기죄가 성립되는지 애매한 경우라면, 굳이 형사고소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특히 돈을 빌려주었다는 증거자료가 부족한 사건의 경우는 채무자가 돈을 빌린 사실을 부정할 경우에 대비하여 형사고소 전에 어떻게 증거 수집을 할 것인지 법률전문가와 상담을 해 보아야 하고, 형사고소를 하지 않는 것이 나은 경우도 있다.

 

  넷째, 사기죄 등으로 고소한 결과 채무자가 합의를 하자고 나오는 경우(즉, 고소를 취하해 달라고 나오는 경우)에는 반드시 피해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현실 지급받고 합의서를 작성해 주어야 하고, 돈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는 합의서 작성을 해 주지 말아야 한다. 언제까지 갚겠다는 공정증서를 작성해 주겠다는 말에 현혹되어 돈도 안 받고 합의를 해주면 안 된다.

 

  위 만화사례의 경우도 언듯 보면, 사기만이 돈을 빌리면서 자기 소유의 원룸 건물에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어 전세를 놓기 어려운 사정임을 숨기고 말하지 않은 것을 볼 때 사기죄가 된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사기만이 소유한 3억원 상당의 원룸 건물은 근저당권자에 대한 채무액만큼을 제하고도 5,000만원 정도의 재산가치가 있는 반면 피해금액은 3,0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돈을 갚을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고, 원룸 건물 외에 다른 재산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원룸의 경우 소액의 보증금을 받고 세를 놓는 경우가 많은데, 소액임차인은 최우선변제권이 인정되므로,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더라도 세를 놓는데 지장이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도 있다.

 

  이처럼, 사기죄가 성립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수월하지 않다. 무턱대고 사기죄로 고소하고, 고소하면 ‘채무자가 합의하자고 나오겠지’라고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형사고소와는 별개로,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점에 유의하여 민사적인 절차를 진행할 것인지 반드시 법률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검토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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