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 51.] 명의신탁된 자동차를 명의신탁자가 은닉한 경우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는지

(수원지방법원 2011. 8. 10. 선고 2010고단4433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피고인은 2008. 7. 9. 자신의 처인 A 명의로 피해자로부터 3,700만 원을 대출받으면서 자동차등록원부상 소유자가 A로 등록되어 있는 고속버스를 담보로 제공하고 채권자를 피해자로 한 동액 상당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였음.

 

피고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무역회사의 경영상태가 어려워 할부금을 변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2009. 4.경 피해자의 승낙 없이 위 고속버스를 B에게 매도하고, 그 무렵 B로 하여금 B가 운영하는 **상운 사업장으로 위 고속버스를 몰고 가도록 하였음.

 

위와 같은 사실로 피고인은 담보로 제공한 위 고속버스를 은닉함으로써 피해자의 권리행사를 방해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됨(본래 공소사실은 위와 같은 방식의 은닉에 의한 권리행사방해죄 3건으로 기소되었음).




[ 법원의 판단 ]

형법 제323조의 권리행사방해죄는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을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하여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할 물건이 자기의 물건이 아니라면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대법원 2005. 9. 9. 선고 2005도626 판결,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도6604 판결 등 참조).

 

한편, 자동차관리법 제6조에 의하면 자동차 소유권의 득실변경은 등록을 하여야 그 효력이 생긴다. 그런데 이 사건 무렵 공소사실 기재 고속버스들은 자동차등록원부에 피고인이 아닌 A 명의로 등록되어 있었다. 따라서 위 고속버스들이 자동차등록원부에 타인 명의로 등록되어 있는 이상 이는 피고인의 소유가 아니므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위 고속버스들을 은닉하였다고 하더라도,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 선고)




[ 설 명 ]

형법 제323조의 권리행사방해죄는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을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하여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그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한 물건이 자기의 물건이 아니라면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4578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라 위 2017도4578 판결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사실혼 배우자 명의로 등록되어 있던 에쿠스 승용차에 피해자를 저당권자로 하여 저당권을 설정하였음에도, 피해자의 동의 없이 친구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위 승용차를 담보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넘겨주어 피해자가 위 승용차를 찾을 수 없도록 은닉하여 권리행사를 방해하였다는 사실로 기소된 사례에서, 위 승용차가 사실혼 배우자 명의로 등록되어 있어 피고인의 소유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바 있다.

 

이처럼, 권리행사방해죄는 행위의 객체가 자신의 소유인 경우에만 성립된다. 그런데, 자동차를 그 소유명의만 타인의 명의로 등록한 경우, 특히 명의신탁된 자동차의 경우는 어떠할까?

 

자동차관리법 제6조는 자동차의 득실변경은 등록을 하여야 그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다른 동산의 경우와는 달리 자동차의 경우는 민법상 불완전한 공시방법인 ‘인도’가 아니라 공적 장부에 의한 체계적인 공시방법인 ‘등록’에 의하여 소유권 변동을 공시함으로써 자동차 소유권과 이에 관한 거래의 안전을 한층 더 보호하려는 데 취지가 있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다205373 판결 참조).

 

이에 따라 자동차관리법이 적용되는 자동차의 소유권을 취득함에는 민법상 공시방법인 ‘인도’에 의할 수 없고 나아가 이를 전제로 하는 민법 제249조의 선의취득 규정은 적용되지 아니함이 원칙이다(위 2016다205373 판결).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자동차등록원부를 기준으로 자동차의 소유자가 누구인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한편, 자동차에 대한 소유권의 득실변경은 등록을 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고 등록이 없는 한 대외적 관계에서는 물론 당사자의 대내적 관계에서도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당사자 사이에 소유권을 등록명의자 아닌 자가 보유하기로 약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등록명의자 아닌 자가 소유권을 보유하게 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2도15303 판결).

 

즉, 자동차의 경우 부동산의 경우와 달리 명의신탁 약정을 무효로 보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위 2012도15303 판결은 피고인이 자신의 명의로 등록된 승용차를 사실혼 배우자인 피해자에게 선물하여 그 배우자가 실제 사용하던 중 별거하면서 재산분할 등 명목으로 피해자가 소유하기로 하였음에도, 피고인이 이를 임의로 운전해 간 사례에서, 위 승용차는 등록명의와 관계없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서는 피해자를 소유자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행위가 절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0도5767 판결은 피고인이 택시를 회사에 지입하여 운행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회사와 사이에 위 택시의 소유권을 피고인이 보유하기로 약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택시는 그 등록명의자인 회사의 소유이고 피고인의 소유는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회사의 요구로 위 택시를 회사 차고지에 입고하였다가 회사의 승낙을 받지 않고 이를 가져간 피고인의 행위는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바 있다. 위와 같은 판결례의 취지에 따르면 명의신탁 약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와의 관계에서 소유자이므로, 명의신탁자가 타인의 권리의 목적이 된 차량을 임의로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하는 경우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이 사건(위 2010고단4433 판결)의 경우를 살펴보면, 법원은 고속버스들이 자동차등록원부에 타인 명의로 등록되어 있는 이상 이는 피고인의 소유가 아니라는 이유로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가 아닌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로 보아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의 무죄를 선고하였다. 즉, 검사는 문제된 고속버스가 사실상 피고인의 소유라는 취지로 공소제기를 하였으나, 피고인과 처인 A 사이에 명의신탁 약정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 이상 등록명의자인 A의 소유로 볼 수밖에 없고, 달리 피고인의 소유라는 점의 입증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