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험사기 무죄판결을 소개한 기사와 관련하여...
 

 

 

 

 

법무법인 감우 변호사 김 계 환

 

 


 

 

며칠 전 대전지방법원에서 보험사기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하루 입원에 89만원을 받도록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여 6년간 5억원 넘게 보험금을 탔는데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기사입니다(아래 관련 기사 참조).

 

 

 

* 관련기사

- '하루 입원에 89만원'6년간 5억 넘게 타낸 여성 보험사기 무죄(연합뉴스 2017. 11. 11.)

- 하루 입원에 89만 원 ... 6년간 5억 넘게 타낸 여성 보험사기 무죄(MBN 뉴스 2017. 11. 11.)

 

 

 

무죄판결이 기사화되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고, 그 내용이 객관적 사실만을 담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내용이 아니라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사는 여러 언론 매체에 소개되었을 뿐 아니라 자칫 기사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그 문제의 사건이 제가 형사변론을 한 사건이기 때문에(그 사건으로 서울에서 대전을 16번이나 내려갔고, 재판도 1심에서만 만 2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더욱 그러합니다.

 

 

 

여러 매체에 소개된 판결이지만, 기사는 그 내용이 모두 똑같습니다. 피고인이 입원 하루당 89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중복보장이 되는 보험설계를 하는 방식으로 29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27차례 입원한 뒤 6년간 53천여만원의 보험금을 받았으며, 입원기간 중 병원 외부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한 사실이 있었음에도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는 내용입니다. 무죄판결의 이유에 대하여는 매우 간략히만 소개되었습니다.

 

 

 

 

 

기사를 읽고나면, 피고인의 보험사기 혐의가 충분히 인정될만한데도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이런 경우도 무죄판결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정도입니다.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는 있겠지만, 왜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는가에 대하여 그 이유를 좀 더 고민해보고 기사가 작성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재판부의 치열한 고민이 담긴 판결문을 한 번쯤 읽어보았더라면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요?

 

 

 

형사변론을 맡은 변호사의 입장에서 보면, 기사에서 소개된 사실관계는 한쪽 측면만 소개된 것이고, 무엇보다 그것이 진실이라고 인정하기에도 부족하였던 부분도 있었음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사에서 언급되지 않은 피고인의 사정도 있습니다.

 

 

 

먼저 하루 89만원의 입원일당을 받도록 설계하였다는 부분은 보험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이 사건기록을 면밀히 살펴보면, 의문을 제기할 부분입니다.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만 하면 하루 89만원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약관에서 정한 특정질환으로 입원한 경우에 한정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가장 많은 보험금이 지급될 경우를 일반화하여 사실인 것처럼 단정적으로 소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피고인이 보험설계사이고, 남들보다 많은 보험에 가입한 것은 맞지만, 가입한 보험계약들이 입원일당을 중복보장받기 위해, 즉 보험사기를 염두에 두고 가입단계부터 설계된 것으로 단정해서는 더더욱 안 됩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보험상품 판매에서 입원일당이 지급되는 특약이 포함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었습니다. 보험사들은 지금도 입원일당이 많이 지급된다고 광고에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한 특약은 보험료가 비싸기 때문에, 보험판매를 하는 보험설계사로서는 입원일당이 지급되는 특약을 포함시켜 판매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었고, 보험설계사가 자기를 계약자 겸 피보험자로 하는 자기계약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입원일당이 보험사기를 부추긴다는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입원일당 중복가입을 보험계약 인수단계에서부터 걸러내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피고인은 국내 대형 보험사 전속설계사였다가 보험대리점으로 옮기면서 실적을 내기 위해 자기계약 형태의 보험에 많이 가입하였던 것이고, 보험설계사들이 이런 식으로 보험계약을 많이 체결하였던 것은 당시만 해도 자주 있는 일이었습니다. 지금의 기준과 시각에서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만은 없는 사정이 있는 것입니다.

 

 

 

기사에 소개된 신용카드 사용 부분도 그렇습니다. 환자 명의의 신용카드라고 해서 모두 그 환자가 사용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가족들끼리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입원 중에는 신용카드를 쓸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자녀나 남편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도 환자의 가족들이 사용한 내역이 많았고, 그렇게 볼 수 있는 객관적 정황자료도 있습니다. 피고인의 입원 중 병원 외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사용내역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피고인이 사용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검사가 입증할 책임이 있고, 이 사건에서는 그 입증이 충분히 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무엇보다도, 피고인이 얼마나 아팠는지에 대하여는 기사에서 한 줄도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허위 또는 과다입원을 반복하였다는 것이 검사의 기소내용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무죄판결의 이유와 배경을 이해하려면, 그와 같이 입원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가가 가장 중요한 핵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사에서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언급이 없는 셈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적을 수는 없지만, 피고인이 수년간 얼마나 심한 통증에 시달려 왔는지에 대하여 진지한 고민을 하여야만 했던 사건이라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단순히 무죄판결을 소개한 기사라고 넘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사는 자칫 기사를 접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우는 보험사기가 안 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실제 이유는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채로 29건의 보험계약을 하고 5억 넘게 보험금을 받아도 무죄판결이 선고되는데, 자신의 경우는 당연히 문제도 안 될 것이라는 오해를 나을 수도 있습니다. 기우일까요? 의뢰인들이 자신과 유사한 사례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면서, 또는 승소했다면서 기사를 찾아서 들고 올 때마다 그 사건은 이 사건의 경우와 이러이러한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하는 것이 일상화된 변호사의 입장에선 그런 걱정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년 동안 심리가 진행된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것은, 적어도 그럴만한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무쪼록 기사로 소개된 사실관계에만 비추어, 그릇된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