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와 민사소송(3)
- 보험사기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제기될 수 있는 민사적 문제점들 -

 

 

법무법인 감우 변호사 김 계 환

 

 

 

 

 

 

 

 

허위과다입원형 보험사기로 처벌받거나 의심받는 경우 문제되는 민사적인 문제에 대하여는 이미 보험사기 12번 글 보험사기와 민사소송(1)’보험사기 17번 글 보험사기와 민사소송(2)’를 통해 일부 살펴본 바 있습니다. 보험사기 12번 글에서는 보험계약자가 보험금 부당편취를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하여 보험계약이 무효임을 주장하면서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을 반환하라는 소송(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문제에 대하여 다루었고, 보험사기 17번 글에서는 보험사기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 보험계약도 해지되는가의 문제에 대하여 다루었습니다. 더 나아가 보험사기와 민사소송(3)에서는 보험사기 혐의로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민사적으로 문제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하여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1. 먼저, 보험사로부터 지급받은 보험금과 관련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 또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보험사기로 유죄판결이 선고된 경우는 거의 예외 없이 민사소송이 제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험사기 혐의로 형사재판 중에 보험사가 배상명령신청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에도, 1) 보험계약 자체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지급된 보험금 전액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는 경우(무효가 아니라고 판단될 경우에 대비하여 예비적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함)2) 보험사기(불법행위)로 인해 지급된 보험금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 내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 보험계약이 무효임을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는 경우에 대하여

 

 

 

1) 보험계약이 무효인지의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에 대하여는 이미 대법원에서 여러 차례 판결을 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은 보험계약자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하여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러한 목적으로 체결된 보험계약에 의하여 보험금을 지급하게 하는 것은 보험계약을 악용하여 부정한 이득을 얻고자 하는 사행심을 조장함으로써 사회적 상당성을 일탈하게 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위험의 분산이라는 보험제도의 목적을 해치고 위험발생의 우발성을 파괴하며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희생을 초래하여 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게 되므로, 이와 같은 보험계약은 민법 제103 소정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단(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23858 판결 등)하여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지에 관하여는, 이를 직접적으로 인정할 증거가 없더라도 보험계약자의 직업 및 재산상태, 다수 보험계약의 체결 시기와 경위, 보험계약의 규모와 성질, 보험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에 기하여 그와 같은 목적을 추인할 수 있다고 판단(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12115 판결 등 참조)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2) 더 나아가 법원이 특히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는 사정으로는 보험계약자가 자신의 수입 등 경제적 사정에 비추어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액인 보험료를 정기적으로 불입하여야 하는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 단기간에 다수의 보험에 가입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집중적으로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였다는 사정, 보험모집인의 권유에 의한 가입 등 통상적인 보험계약 체결 경위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자의에 의하여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 저축적 성격의 보험이 아닌 보장적 성격이 강한 보험에 다수 가입하여 수입의 상당 부분을 그 보험료로 납부하였다는 사정, 보험계약시 동종의 다른 보험 가입사실의 존재와 자기의 직업·수입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고지하였다는 사정 또는 다수의 보험계약 체결 후 얼마 지나지 아니한 시기에 보험사고 발생을 원인으로 집중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하여 수령하였다는 사정 등이 있습니다(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369170 판결). 법원이 보험금 부정취득의 목적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요소들을 살펴보면, 결국 경제적 측면, 즉 경제적 능력에 비하여 과다한 보험료 지출이 있었는지 여부와 보험가입 경위를 가장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험가입 시점으로부터 보험사고 발생시점(예컨대, 장기입원을 시작한 시점)의 시간적 간격과 입원의 적정성 역시 이에 못지않은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습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변호사의 도움 없이 직접 소송을 수행하다가 찾아온(그중 상당수는 1심에서 패소판결을 받은 후에야 찾아옵니다) 의뢰인들을 상담하다보면, 상당수의 경우 입원이 필요했다는 주장만 열심히 하고, 경제적 측면의 주장 및 입증에 있어서는 소흘하게 대처한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소득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아 당시 소득을 입증할 자료가 없어서 제대로 주장, 입증을 하지 못했다 하소연하곤 합니다. 그러나 소득 자체가 아니라 보험료 납부능력이 있었느냐가 핵심이기 때문에, 반드시 소득액이 얼마였다는 구체적 입증까지 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만한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는 입증을 통해서도 법원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당시 지출의 정도(신용카드 사용내역)와 그 정도 지출에도 신용도(신용정보)에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도 있고, 매월 정기적으로 저축, 적금, 투자성 상품 등에 지출한 내역, 계좌의 평균 잔액이 얼마였다는 등 여유자금이 꾸준히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방법으로 보험료 납부능력에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도 있습니다.

 

 

 

. 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에 대하여

 

 

 

1)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보기는 어려운 경우에도 보험사기 혐의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지급받은 보험금과 관련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피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 자료가 되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69148 판결 등).

 

 

 

2) 그러나 보험사기에 대한 유죄확정 판결이 있는 경우라고 해도,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보험사의 청구가 다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경우에도 보험사의 손해배상 청구금액이 적절한지, 손해배상채권이 이미 소멸한 것은 아닌지에 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손해배상 채권은 단기 소멸시효에 걸리기 때문에, 보험사가 보험사기 사실을 안 때로부터 3년이 경과하여서야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그 채권의 전부 또는 일부가 소멸되었다고 다툴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보험사기 조사 내지 재판 중임을 이유로 정당한 보험금 청구에 대하여도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면, 지급받아야 함에도 받지 못한 보험금과 보험사의 손해배상채권을 상계하는 합의(상계 요건은 안 되지만, 합의는 가능합니다)를 시도해 볼 수도 있습니다.

 

 

 

3) 손해배상의 범위에 있어서도, 반드시 검토되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 기망행위의 전제가 되는 입원치료와는 무관하게 지급되는 보험금(진단자금, 수술자금 등)은 진단이나 수술 등이 허위가 아닌 한 정당하게 지급된 것이므로, 보험사의 손해로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진단자금, 수술자금 등이 보험사가 청구하는 손해배상범위에 포함되어 있는지 따져 보아야 합니다. 둘째, 입원일당(입원급여금, 임시생활비 등)의 경우도 정당한 입원치료는 보험금의 지급사유에 해당하므로 적정입원기간 부분에 대해서는 보험금 지급의무를 면할 수 없고, 따라서 적정 치료일수에 상응하는 금액은 손해배상범위 내지 부당이득반환범위에서 제외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적정 입원기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결국 진료기록을 면밀히 분석하여 진료기록 감정 등을 통해 입증할 수밖에 없으므로, 의료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로펌이나 변호사(의료전문이나 보험전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4) 실제로 필자가 수행한 사건에서도 위와 같은 사항들이 반영되어 결론이 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예컨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단147499 손해배상 사건에서는 관련 형사유죄판결 후 보험사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보험사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액에 수술자금으로 지급된 보험금이 있어 이를 제외함과 동시에 적정 입원기간에 해당하는 입원일당금액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하여만 배상하기로 조정이 성립되었습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16가단233914 손해배상() 사건에서는 소멸시효로 완성된 부분과 적정 입원기간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배상하는 내용의 법원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되어 종결되었습니다. 이렇듯, 보험사기에 대한 형사유죄판결이 있는 경우에도, 손해배상범위에 대하여는 다시 따져보아야 하고, 충분히 다툴 수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보험사들은 일단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되면, 유죄판결에서 적시한 편취금액(보험사기로 지급된 보험금액) 전액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위와 같은 사항을 따져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2. 다음으로 보험사기가 인정되면, 보험사로부터 보험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습니다.

 

 

 

보험사기가 인정되는 경우 보험사로부터 보험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음은 보험사기 17번 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습니다. 이 경우 모든 보험사기 사건에서 보험계약이 해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험약관상 관련 해지 규정이 있는 경우(2010년 4월 이후 판매된 상품은 거의 예외 없이 관련 규정이 있습니다)에는 해지될 위험성이 높은 편입니다.

 

 

 

나아가 보험계약의 해지가 가능하다면, 보험계약 전체가 해지되는 것인지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보험사기 17번 글을 쓸 때 필자가 소송 진행 중이던 사건의 1심 판결이 나와 소개할까 합니다. 하급심 판결이고, 아직 유사판결이 나오거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상황은 아니라서, 이와 관련된 논란이 종식된 것은 아니지만, 향후 보험계약 해지와 관련하여 중요한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해지범위가 문제되는 경우는 주계약상의 보험사고를 고의로 유발한 경우가 아니고, 특약상 보험사고만을 고의로 유발한 경우에 한정됩니다. 주계약상 보험사고를 고의로 유발한 보험사기의 경우 주계약 해지가 가능한데, 특약은 주계약의 성립과 유지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결국 보험계약 전체가 해지될 수 있으므로, 해지범위가 문제되지 않습니다. 필자가 소송대리를 한 서울남부지방법원 2017. 9. 15. 선고 2017가합102496 판결 사안의 경우 허위영수증 등을 이용해 질병통원의료비 보험금(통원 의료실비)을 지급받은 것과 관련하여, 보험사기로 기소되어 벌금형이 확정되었고, 보험사는 보험사기를 이유로 보험계약 전체를 해지한 사례입니다. 위 판결사안에서 법원은 보험계약의 해지가 적법하다고 하면서도, 보험계약의 해지범위와 관련하여서는, 피고(보험사)가 원고(보험계약자)에게 보통약관 제17조 제2항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근거하여 한 이 사건 보험계약의 해지는 이 사건 특별약관과 관련된 특약 부분에 한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보험사기를 이유로 보험계약의 해지는 가능하지만, 해지범위는 보험사기와 관련이 있는 특약 부분에 한정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과거 전통적인 유형의 보험사기와 달리 최근 주로 문제되고 있는 허위과다입원형 보험사기의 경우 소위 나이롱환자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 갖은 질병으로 지속적인 치료를 요구하는 환자인 경우가 상당수이고, 보험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임에도, 과다입원을 이유로 보험사기범이 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보험사기라는 이유로 받은 보험금 전액을 배상하라고 하거나 문제된 입원일당 특약 부분만이 아닌 전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 할 것입니다.